사찰이 종단에 등록한 뒤에도 재산을 독자적으로 관리해왔다면 주지 임명권은 사찰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2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는 5일 울산 용암사 이사회가 한국불교 태고종을 상대로 낸 주지임명무효확인 청구소송(2011나5196)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용암사는 태고종에 등록한 뒤에도 건물과 토지 등의 재산을 종단인 태고종에 출연하지 않고 용암사 명의로 보유하면서 태고종에는 매년 소정의 부담금만 납부해 독자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해 왔으므로 종단의 구성분자가 아닌 독립 사찰로 봐야 한다"며 "용암사가 태고종에 등록한 사실만으로 태고종의 구성분자가 돼 자율적 주지임명권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용암사 이사회 동의 없이 태고종이 한 주지 임명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태고종 정관은 종단에 재산을 출연한 사찰이더라도 주지 임명에 사찰 측의 자율권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출연도 하지 않은 용암사는 자율권이 더 보장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1968년 개인사찰로 창건된 용암사는 1978년 태고종에 등록한 뒤부터 용암사 이사회가 추천한 자를 태고종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주지를 정해왔다. 2006년 용암사 이사회는 "주지 송씨가 용암사의 재산을 태고종으로 빼돌리고 있다"며 송씨를 제명하기로 했는데, 태고종이 종전과 같이 송씨를 주지로 임명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그동안 대법원은 "사찰이 특정 종단에 소속하게 되면 사단의 구성분자가 돼 당해 종단의 종헌, 종법 등이 소속 사찰에 적용됨에 따라 자율임면권을 상실하고 주지 임면권은 종단에 귀속된다(89다카2902)"고 밝혔고, 지난해 6월 원심인 울산지법은 판결문에서 "용암사가 태고종에 사찰로 등록한 이래 매년 부담금을 납부했고, 주지 임명 서약서에 종헌, 종법을 준수하겠다고 되어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용암사가 그동안 자율적으로 주지를 임명해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태고종이 송씨를 주지로 임명한 것이 유효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