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배달과 A/S 등을 담당하는 고정급이 없는 용역기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골프장 캐디 · 보험설계사 · 레미콘 기사 등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판결과는 달라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朴國洙 부장판사)는 13일 청호나이스(주)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보상보험료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03누9550)에서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여부는 고용계약 또는 도급계약에 상관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관계 여부만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수기 용역기사는 스스로 수요처를 개척하거나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없고 겸업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일할 수도 없으므로 종속적 노동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오히려 원고와 용역기사들의 노무제공관계를 실질적으로 파악, 용역기사가 임금을 목적으로 원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01년1월 용역기사 박모씨가 근무중 뇌출혈로 숨진 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재해를 인정,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등 7천2백여만원을 지급한 뒤 회사측에 산재보상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등을 부과하자 용역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