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구내식당의 급식업체가 식사만 제공했다면 식당에서 발생한 사고는 시설관리 권한이 있는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다수의 학교나 회사는 급식업체와 식사만 제공하는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최근 식당 바닥에 고인 물에 미끄러져 골절상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걸린 곽모(61·여)씨가 CJ제일제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2011나8821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는 치료비 등 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J제일제당이 위탁계약에서 수탁업체인 CJ프레시웨이가 구내식당을 점유·사용할 수 있도록 정했어도 이는 구내식당 운영에 필요한 주방설비, 수도, 가스, 전기시설 등이 갖춰진 장소를 제공한다는 데 주안점이 있다"며 "식당 사용대차 또는 임대차 등 점유매개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탁계약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도 구내식당을 변경 또는 개·보수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시설투자를 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CJ제일제당과의 협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며 "직접적인 관리권한은 여전히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내식당은 CJ제일제당의 공장 단지 안에 있으므로 CJ제일제당의 시설관리권이 미치고 있고, 본래 용도 외에 근로자들의 교육장소로도 사용됐다"며 "구내식당을 간접점유하는 데 지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CJ제일제당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씨가 구내식당에 급히 뛰어들어가는 등 주의를 게을리했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발생 빈도가 희귀하면서도 위험도나 결과의 중한 정도는 대단히 높다"며 CJ제일제당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CJ제일제당 논산공장 생산팀 직원으로 근무하던 곽씨는 2006년 11월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에 급히 뛰어 들어가다가 바닥에 고인 물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고, 골절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까지 생겼다. 곽씨는 CJ제일제당에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