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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헌재, "에이즈 감염인 체액 전파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 조항은 '합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예방법 처벌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현 의학수준에 따라 에이즈 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을 경우 바이러스 전파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파가능성이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고 한 전파매개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합헌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26일 A 씨가 청구한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제25조 제2호 위헌제청 사건(2019헌가30)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조항인 현행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25조 제2호는 전파매개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합헌 의견을 낸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우선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들 재판관은 "에이즈 감염인이 체내에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검출한계치 미만으로 억제된 상태에 있으면 별다른 예방조치가 없더라도 전파매개행위를 한 상대방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임상연구에서 드러난 공통된 결과"라며 "HIV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현재의 의학수준과 국민의 법 의식 등을 반영한 규범적 재평가의 필요성,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 필요성, 상대방에 의한 심판대상조항의 악용가능성 방지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HIV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의학적 치료를 받아 HIV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예방조치 없이도 성행위를 할 수 있다"며 "에이즈 비감염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감염인와 성행위를 하는 상대방의 자기결정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HIV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감염인에게는 자유로운 방식의 성행위가 금지되므로 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그러나 상대방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하여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하여야 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과 같은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해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감염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을 "감염인 중에서도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 매개 행위까지도 예외 없이 전부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합헌 결정은 에이즈 감염인의 전파행위 처벌조항이 무조건 합헌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해 처벌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합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즈예방법
에이즈
전파행위
HIV
홍윤지 기자
2023-10-26
항공·해상
헌법사건
공조조업 금지하는 수산자원관리법…헌재 "합헌"
어획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어업의 도움을 받아 조업활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수산자원관리법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A 씨 등이 낸 헌법소원(2020헌바604)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근해채낚기어선(낚싯줄 한 가닥에 여러 개를 단 어구를 이용해 낚싯대, 자동조획기 등으로 수산물을 낚거나 채어서 잡는 어선)의 소유자인 A 씨와 동해구중형트롤어선의 소유자인 B 씨는 수산자원관리법 제22조 제2호에서 금지된 조업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A 씨의 어선이 집어 등을 비춰 선박 인근으로 오징어를 모으면 B 씨의 어선이 이를 포획하는 방식의 공조조업을 통해 2018년 10월경부터 2019년 1월경까지 총 51회에 걸쳐 시가 합계 약 15억 원 상당의 오징어 총 3315상자를 포획했다고 봤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하고 3억 4300만 원을 추징했고 B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을 부과하고 11억 5700만 원 추징하도록 선고했다. A 씨 등이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A 씨 등은 상고심 진행 중 수산자원관리법 제22조 제2호에 대해 위헌제청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2020년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수산자원관리법 제22조 제2호는 개별 어선에 사용이 허가된 어업의 어획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어업의 도움을 받아 조업활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어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다른 어업인과의 분쟁을 감소시켜 어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해당 조항이 공조조업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 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해채낚기어선이 집어 등을 사용해 수산동물을 유인하고 동해구중형트롤어선이 그물을 끌어서 이를 포획하는 방식의 이른바 공조조업이 이뤄지면, 기존에 어업허가를 부여할 때 고려한 어획능력을 훨씬 초과해 매우 적극적인 형태의 어업이 이뤄질 수 있고 그 경우 수산자원의 보존과 어업인 간의 균등한 자원 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조항이 신설된 때로부터 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속적·반복적으로 위반행위를 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 및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해당 조항은 공조조업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어서 어업인들은 각각 허가된 방식으로 어업을 할 수 있다"며 "더 이상 공조조업을 할 수 없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불이익을 당할 수는 있으나, 이는 지속가능한 어업환경의 조성 및 어업질서의 유지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어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공조조업
수산자원법제22조
어획
한수현 기자
2023-05-29
형사일반
'직권의 남용', '의무없는 일 하게 한 것'은 별개 구성요건<br> 두 요건 모두 충족하는지 각각 따져 판단해야<br> 명단송부행위 등 일부 혐의, 직권남용죄 해당하는지 더 심리해야<br>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에도 동일 법리 적용될 듯
[판결]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 대법원, 직권남용죄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요건 중 '상급자의 직권남용 행위'와 '하급자의 의무 없는 일 수행'은 별개의 구성요건이므로, 단계별로 각각 따져 두 요건 모두 충족할 때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특히 하급자의 '의무 없는 일'에 대해 엄격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공무원이 상급자로부터 직권남용 지시를 받았더라도 하급자의 업무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문제가 없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2236).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였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성립여부를 '직권의 남용'과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등 두 단계로 나눠 이를 모두 충족해야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판결문 다운로드 그러면서 우선 김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이 문체부 공무원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들에게 지원 배제를 지시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 등의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전 실장 등이 이같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시를 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업무에 용이하도록 심의위원을 구성하는 행위 △배제대상자를 안건에서 제외하여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위원회 전체회의 심사를 보류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을 발굴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해 새로운 기준을 발굴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사업을 재공고하는 행위 △심의위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 △지시에 따라 지원금 삭감 의안을 상정하는 행위 △상영불가 통보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모두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법령상 의무에 위배되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외에도 항소심에서 직권남용죄로 인정한 △이미 작성된 명단을 송부하는 행위나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를 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만,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라며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했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무원이) 법령 등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블랙리스트 대상들에게 지원을 배제·중단한 행위는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만, 이미 작성된 명단을 송부하거나 공모사업 진행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법령 등 위반 여부를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희대 대법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청와대 문건을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특별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것은 직무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원심은 이같은 증거들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으므로 잘못이 있다"는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박상옥 대법관 역시 "피고인들의 지시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은 물론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감찰 무마·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직권남용죄가 핵심 쟁점인 주요 사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승태 코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사건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판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것인데, 이번 판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판사들이 수행한 업무가 관련 법령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더라도, 판사들이 수행한 업무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문제가 없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소송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주요사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판사 불법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명단 작성 지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헌법재판소 압박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 사건 개입 △법원 공보관실 예산 불법 유용 등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에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각각 다른 기관이고 연도별 사업도 다르므로 원심이 인정한 포괄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을 포괄일죄로 인정했는데,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사이 및 각 연도별 사업 사이에는 포괄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퇴임한 이후에는 '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포괄일죄와 공동정범에 대한 부분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비서실장이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은 김 전 실장의 형량을 높여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조 전 장관에게는 "좌파 명단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게 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정무수석실 역할인데, 그가 이런 역할을 인식하고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s://www.scourt.go.kr/sjudge/1580377726412_184846.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김기춘
조윤선
손현수 기자
2020-01-30
선거·정치
헌법사건
법원, 최순실 위헌제청 신청 기각… "특검법 위헌 아니다"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출범과 활동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최씨의 신청을 검토한 결과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2017초기613). 재판부는 "특검법은 국회 내 여당과 야당의 합의에 의해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다수결로 가결되는 등 적법하게 제정됐다"며 "국민주권주의와 의회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정치적 상황의 중대성과 특수성 등을 고려해 특검 후보자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하도록 한 것이 명백하게 자의적이거나 현저히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신청이 기각돼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형사재판이 중단된다. 최씨가 같은 내용으로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형사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7일 특검법 제3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특검법 제3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8·4기) 변호사는 "의석 300석 중 100석을 넘게 차지하는 여당의 의견은 애초부터 배제돼 있어 국민의 특검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특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국민주권주의·평등권·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회주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특검법
특별검사법
특검법위헌법률심판제청
박영수특검
박근혜
이순규
2017-04-10
헌법사건
[판결] 헌재, 구 도로법 양벌규정 '위헌'
종업원이 법을 위반했을 때 그의 영업주까지 함께 처벌하도록 한 구 도로법상 양벌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청주지법 제천지원이 "종업원이 도로법을 위반했을 때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한 구 도로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제청 심판사건(2014헌가24)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개정 전 도로법 86조는 '개인의 종업원이 개인의 업무에 관해 도로법 81∼85조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개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구 도로법 규정은 종업원이 저지른 행위와 그에 대한 영업주의 책임에 대해 전혀 규정하지 않고 단순히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주에게 형벌을 과하고 있다"며 "아무런 비난을 받을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덤프트럭을 소유한 A씨는 종업원이 덤프트럭을 운전하다 적재량 측량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약식명령이 확정되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을 맡은 청주지법 제천지원 재판부는 구 도로법 규정이 위헌이라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도로법상양벌규정
도로법제86조
죄형법정주의
직권위헌법률심판제청
종업원위법시영업주처벌
신소영 기자
2015-01-29
헌법사건
형사일반
수원지법 "이적표현물 여부 상관없이 처벌… 의미 불명확"
국가보안법 제7조 5항 '문서 기타 표현물' 위헌제청
국가보안법상 소지가 금지된 '문서·도화·기타 표현물'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수원지법 형사6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최근 북한을 찬양하는 시를 만들어 유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시인 권말선(41·여)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국가보안법 제7조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2013초기1241). 이 조항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할 목적으로 '문서·도화·기타의 표현물'을 제작하거나 수입, 소지 또는 취득하면 징역 1~7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보법 제7조5항의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은 내용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아 그것이 이적표현물인가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어 조문을 적용하는 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지 않았으므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이라는 구성요건은 독립적 위헌요소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내용의 '즐거운 소식'이라는 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인터넷 카페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과업을 제시했다'는 등의 문건을 올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이 조항에 대해 "이적표현물의 소지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헌결정(2003헌바85, 102)을 내렸다. 헌재에는 국가보안법 제7조5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5건 심리중에 있지만,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여서 권씨의 주장과는 심판 내용이 다르다.
위헌법률심판제청
국가보안법
문서·도화·기타표현물
이적표현물
문서기타표현물
좌영길 기자
2013-08-23
의료사고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의료기관 부담액 대통령령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의료사고 배상금 대불제도' 위헌제청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로부터 징수하는 대불(代拂)제도가 헌법에 위반될 염려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했다.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 등이 성립됐는데도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의료조정중재원 출범 당시 의료계는 이 제도 도입에 강하게 반발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최근 병원장 김모씨 등 30명이 낸 손해배상금 대불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처분 취소소송(2012구합20304)에서 김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대불비용 부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법률유보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제청을 했다(2012아3670).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7조2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하도록 하면서,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불비용 부담액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금전납부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이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행정작용"이라며 "국회의 결정 내지 관여를 배제한 채 대불비용 부담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대불비용 부담액 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불비용 부담액은 부담자의 범위와 징수절차와 함께 대불비용 부과·징수의 본질적인 요소"라며 "대불비용 부담액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속하므로 국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조정중재원은 지난해 4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운영에 필요한 34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을 공고했다. 김씨 등 병원 운영자들은 공고를 취소해 달라며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이번 위헌제청으로 김씨 등이 낸 행정소송은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일영 부장판사)도 박모씨 등 7명이 낸 공고처분 취소소송(2012구합17513)의 심리를 중단했다.
의료사고배상금대불제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사고피해자배상금
법률유보원칙
의료사고피해구제및의료분쟁조정등에관한법률
신소영 기자
2013-01-31
헌법사건
북부지법 오원찬 판사 결정 의미·뒷얘기<br> '성매매 정당화' 비난 일까<br> 법원·변호인 처음엔 소극적<br> "용기 있는 결정… 큰 의미"
소신 돋보인 '성매매 처벌 위헌제청'
"말씀하신 (위헌제청신청) 결정문 보내드립니다. 판사 분이 용기가 있네요." 지난 5일 헌법재판소 관계자가 서울북부지법에서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며 남긴 말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13만원을 받고 이모(23)씨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1·여)씨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1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 제청을 했다(2012초기1262).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처벌특별법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었다.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지만, 위헌제청 결정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뒤였다. 정작 법원은 결정 내용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 5일 위헌법률심판제청 사실을 확인하고 결정문을 받아보기 위해 서울북부지법에 부탁을 했지만, "다음 주에 다시 연락을 달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결국 위헌제청신청 결정문을 보내준 곳은 결정을 내린 법원이 아닌 이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였다. 이 사건에 대해 조심스럽기는 김씨의 변호인도 마찬가지였다. 법률신문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이 문제를 보도하자 김씨의 변호인은 방송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처음 사건을 알려올 때는 '기사에서 변호인에 관한 언급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성매매 처벌 법규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 자칫 '성매매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냐'는 비난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위헌제청신청을 결정한 오 판사의 소신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외국의 경우 성매매가 허용되는 경우도 있어 충분히 위헌 여부를 검토해 볼만하다고 본다"며 "오 판사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성매매처벌특별법
성매매처벌법규위헌여부
위헌제청신청
성매매여성처벌
성매매정당화
좌영길 기자
2013-01-16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올 상반기 일정 공개
'야간 옥외집회금지' '사형제폐지' 등 상반기 공개변론
법원의 위헌제청에 의해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의 위헌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헌재는 이 외에도 사형제도의 위헌여부와 이른바 ‘국방부 불온서적 선정사건’에 대해서도 변론을 열 예정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지난 13일 올해 상반기 공개변론일정을 공개했다. 헌재는 주요사건의 쟁점을 알리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매월 둘째주 목요일 공개변론을 개최하고 있다. 변론일정은 6개월 단위로 미리 공개한다. 헌재는 2월부터 △정부합동감사 권한쟁의사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제청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3조 부작위 위헌확인 △군인사법 제47조의2 위헌확인 등 △형법 제41조 등 위헌제청 등 5개 사건을 매월 하나씩 변론을 열 계획이다. ◇ 정부합동감사 권한쟁의(2월12일)= 2월12일에는 정부합동감사를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간의 권한쟁의사건(2008헌라6)의 공개변론이 열린다. 2006년 행정자치부장관이 전국의 각 광역시 등에 정부합동감사를 실시하자 서울시가 이는 자치행정권 침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지방자치법 제171조 해석상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에 대한 사전감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 야간옥외집회(3월12일)= ‘촛불집회’로 불거진 야간옥외집회 금지사건(2008헌가25)에 대한 공개변론이 3월12일 예정돼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집회의 사전허가금지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등이 쟁점이다. 참고인으로 김승대 부산대법대 교수와 김종철 연세대법대 교수가 나와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일본군 위안부사건(4월9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9명이 2007년3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일외교로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06헌마788)이다. 국가가 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 등을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행정권력의 부작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사건(5월14일)= 이른바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사건’은 현역 군법무관들이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08헌마638)이다. 헌재는 5월14일 공개변론을 열고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인지,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및 불온서적을 지정해 해당 서적의 군내반입금지 등을 지시하고 있는 국방부장관의 지시 등이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심리한다. ◇ 사형제도(6월11일)= 6월11일에는 광주고법이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녀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 중인 어부 오모(70)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형의 종류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낸 위헌제청사건(2008헌가23)에 대한 공개변론이 예정돼있다. 사형제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그리고 형벌로서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 쟁점으로 다퉈진다.
야간옥외집회
집시법
위안부
정부합동감사
불온서적
사형제도
엄자현 기자
2009-01-14
기업법무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헌법사건
헌재, 부칙조항만 판단… 하자 책임범위는 회피해 논란소지<br> 사건 접수 3년만에 결정… 법정기간 넘겨 '늑장재판' 비판도
개정 '주택법' 소급적용은 위헌… 논란 계속 될 듯
아파트 하자담보기간을 과거 10년에서 1~4년으로 대폭 줄인 개정 주택법을 법시행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도 소급적용하도록 한 주택법 부칙조항은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아파트 하자담보책임을 둘러싸고 입주자들과 시행사가 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법정 다툼은 입주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당초 법원이 하자담보책임 기간과 함께 위헌제청 사유로 삼았던 하자담보책임 범위에 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모조리 각하해 개정 주택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헌재는 담보책임기간과 관련된 부칙조항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을 내리고 중요한 위헌제청사유인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판단을 회피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헌재는 이 사건을 3년씩이나 끌어 '늑장재판'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달 31일 하자담보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주택법 제46조1항 등에 대해 서울고법이 위헌제청한 사건(2005헌가16)에서 개정 주택법 이전 하자에 대해서도 개정법을 소급적용하도록 한 부칙 제3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2005년5월26일 개정된 주택법 제46조1항은 아파트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대해 종전과 달리 민법이 아닌 주택법의 적용을 받게 하면서 그 기간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제3항은 내력구조부에 생긴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사업주체가 책임지게 될 아파트 하자담보책임 부담을 대폭 줄여 놓은 것이다. 또 개정 주택법 시행이전에 생긴 하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승인 등을 얻은 공동주택의 담보책임 및 하자보수에 대해서는 개정 주택법을 소급적용하도록 하면서 법원에 관련 소송이 잇따랐다. ◇ '소급적용'은 위헌= 헌재는 "개정주택법은 주택법이 시행되기 전에 사용검사나 사용승인을 받았다면 그 하자가 발생한 시점에 상관없이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신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하자가 발생했으나 구법에 의하면 10년의 하자담보기간 내이지만 신법에 의할 때는 1~4년의 하자담보기간이 이미 경과된 경우 당사자로서는 구법 질서 아래에서 이미 형성된 하자담보청구권이 소급적으로 박탈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하자담보책임제도가 불합리해 어느 일방이 지나친 불이익을 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나 현실적으로 공동주택의 부실공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주택 소유자의 보호 역시 중요한 사항"이라며 "구법상 10년간의 하자담보청구권 행사기간이 적용되지만 법원이 10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있으므로 주택법의 개정이 중대한 공공복리를 위한 긴요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구법 아래에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공동주택 소유자들이 지녔던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등을 볼 때 부칙 제3항은 당사자의 신뢰를 헌법에 위반된 방법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경기도고양시 소재 햇빛주공22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4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4나68829)에서 "주택법 제46조제1항, 제3항 및 부칙 제3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된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결정을 했다. ◇ 개정 주택법 핵심조항은 판단보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부칙 제3조만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나머지 조항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각하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주택법 부칙 제3항이 위헌이라고 하는 이상, 신법이 시행되기 전에 하자가 발생한 해당사건에 있어서는 개정 주택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주택법 제46조제1항, 제3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각하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서도 각각 위헌성이 있다고 보고 위헌제청을 했기 때문에 하자담보기간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위헌제청을 한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하자담보책임은 그 발생과 존속기간, 권리행사기간, 청구권자와 하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국민의 재산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하자책임의 모든 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행정권의 자의적 법 해석 및 법 집행의 위험성이 높아서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었다. 특히 개정법 제46조3항에 대해서는 "내력구조부 중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데, 발생한 하자는 중대하건 경미하건 모두가 하자담보책임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헌재결정이 미뤄지면서 개정법이 또다시 논란이 될 경우 당사자는 헌법소원 또는 법원의 위헌제청을 통해 마냥 헌재결정을 기다려야되는 실정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파트 하자보수문제는 많은 입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는 개정법이 계속 적용되다 보면 또다시 법리적인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최소한의 실무적인지침이라도 마련될 수 있도록 헌재가 판단해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위헌제청의 내용을 볼 때 핵심은 개정 주택법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부칙만 판단함으로써 피해간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문제 핵심은 부칙 제3조에 있었고 이를 위헌으로 판단함으로써 당사자들의 권리가 구제됐다"며 "만약 부칙조항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 주택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상황이 있다면 헌재가 예외적으로 다른 위헌제청 조항들까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특별히 다른 조항에 대해 헌법적 소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늑장판단' 비판도= 이번 헌재결정은 사건이 접수된지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훈시규정이긴 하지만 헌재는 이를 어기고 법정기간을 훨씬 초과해 결정을 내렸다. 특히 다른 헌법소원 사건에 비해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위헌제청 사건임을 감안하면 늑장재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법원의 건설전담재판부는 10여건씩 되는 관련 사건을 모두 정지한 채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 왔다. 헌재결정에 따라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파트 하자보수소송과 관련해 헌재의 판단이 너무 길어져 오랜기간 추정해 놓은 사건들 대부분을 소송당사자와 이야기해 현행법에 맞춰서 진행했다"며 "감정절차 등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지만 헌재만 바라보고 사건을 잡고 있을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작 법원에서 헌재가 판단해 주기를 원했던 부분은 소급적용 부분이 아니라 개정 주택법 부분"이라며 "소급적용 부분의 위헌에 따라 명확하게 결론이 나는 사건들은 적기 때문에 개정법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해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 왔는데 3년씩이나 심리한 결과로는 보기 어렵다. 부칙 제3조의 위헌성만을 문제삼고 다른 조항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빨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인다"며 "3년이 걸렸다고 한다면 개정 주택법에 대해서도 헌재가 자신있는 판단을 내려줬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법원에서 위헌제청으로 들어온 사건의 경우 오히려 어렵고 쟁점이 많은 사건들이 많아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자담보책임
주택법개정
소급적용
하자보수
위헌제청
엄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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