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립학교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호봉제근로자와 일반직공무원에게 수당을 달리 지급하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채용형태나 권한, 책임 등에서 차이가 있어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55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2019다262193)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의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일하던 A씨 등은 과거 '학부모회 직원' 또는 '육성회 직원'으로 불리던 근로자들로, 사무행정·시설관리업무 등을 지원하고 보수를 받는 호봉제근로자들이었다. 한편 이들과 달리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채용된 교육행정직 공무원들도 같은 학교에서 행정관리와 시설관리 업무를 했다. 이에 A씨 등은 "우리는 일반직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동일노동에 따른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일반직공무원 수준의 근속승진에 따른 정근수당과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등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금지하는 '차별처우'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속승진제도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것으로, A씨 등 호봉제근로자들이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직위분류제 직제에 편입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또 이들이 일반직공무원처럼 근속기간에 대응해 직무수행 능력이나 업무 난이도와 책임이 증가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근속승진제를 적용할 당위성을 찾기 어렵고, 공무원의 경우 1시간 미만 시간외 근로는 근로시간으로 계산되지 않아 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정액분을 지급하는 것인데 호봉제 근로자들은 이와 달리 분단위로 수당을 지급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직공무원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돼 공무원 법령이 적용되지만, 호봉제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고용형태에 차이가 있고 권한과 책임에도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등을 일반직공무원과 달리 처우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호봉제근로자들과 공무원은 채용형태 및 절차, 업무내용 및 범위, 권한과 책임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수당의 미지급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