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를 대신해 소방업무를 보조하는 의무소방대원으로 근무하다 사망했다면 유족은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다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3나2030309)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012년 3월 군에 입대한 김모(당시 24세)씨는 소방학교에서 소방교육을 받은 뒤 같은해 5월 경기도 일산소방서에 배치돼 의무소방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같은해 12월 김씨는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공장으로 출동했고, 소방공무원들을 도와 2층 계단 난간 사이에 끼어 있는 소방호스를 끌어 올리던 중 뒷편의 리프트 통로로 추락해 사망했다. 김씨의 부모는 "의무소방원이 화재현장 내부로 진입해 활동하는 것은 의무소방대설치법 시행령이 규정한 소방공무원 보조임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며 소방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것과 같은 동일한 방화복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소방공무원들에게 사고를 발생하게 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며 "김씨의 유족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를 상대로 한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있던 소방공무원들의 소속 지자체인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도 국가를 상대로 소를 잘못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사건 화재 현장에 있던 일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지방소방공무원으로서 경기도지사가 임용하며 경기도로부터 보수를 받는다"며 "그 소방공무원들에게 직무상 과실이 있다면 소속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