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을 받고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수억원을 전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동율(61)씨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는 24일 이씨에 대한 항소심(2012노3172)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4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을 감안,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받은 5억5000만원 가운데 4억원은 최 전 위원장과 무관하게 이씨에게 처분 권한이 있어 이씨가 알아서 알선한 것으로 보인다"며 4억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또 "이씨는 고위 공직자와 친분을 과시해 자신을 통해 청탁하면 인허가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처럼 행동했다"며 "공무 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국민적 신뢰를 크게 훼손해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씨는 이번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친구를 통해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한다는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재판장인 황 부장판사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법원에 로비하느냐"며 경고한 바 있다. 황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기 전 "경고를 듣고 더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아 차분하게 기록을 검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 경비 명목으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6차례에 걸쳐 5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금품을 받은 최 전 위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월 특별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