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고객이 이자를 연체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더라도 고객 동의없이 이자연체 사실을 신용조회회사에 제공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연체사실 등 신용정보를 금융기관 등에게 제공하는 경우 해당 개인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2009년 10월 법령이 개정돼 신용조회회사에 제공하는 것은 예외로 하도록 변경됐다. 반면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신용정보관리규약'은 대출원금이나 이자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에 금융기관이 전국은행연합회에 연체정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정모(49)씨가 "여신거래약정상 대출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에 연체정보를 등록하도록 돼 있는데도 신한은행이 이자납부 만기일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연체정보를 등록하는 바람에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돼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니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31546)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한은행은 한국신용정보 등에게 정씨의 연체정보를 제공했고 다른 금융기관은 한국신용정보로부터 그 정보를 제공받은 것일 뿐"이라며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신용정보관리규약은 개별 금융기관이 전국은행연합회에 신용정보를 등록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을 정한 것일 뿐이고, 신용조회회사 등에게 연체정보를 제공할 때에도 그 기준을 따라야만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한은행이 영업과 관련해 얻은 신용정보를 2009년 10월 1일 이후에 타인에게 제공한 행위에 관해서는 개정된 신용정보법이 적용돼야 하고, 금융기관인 신한은행이 타인에게 개인의 신용정보를 제공하려면 미리 개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신용정보집중기관 또는 신용조회회사에 대한 개인의 연체에 관한 정보 제공은 개인의 동의없이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2009년 4월 신한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2010년 3월 21일 이자 24만9000원을 연체했다.
그러자 은행은 같은해 3월 연체사실을 신용조회회사인 한국신용정보에 통보했고, 정씨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패소판결했으나, 2심은 "정씨가 개인신용정보의 제공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대출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은 만큼 정씨의 연체정보를 신용정보업자 등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한은행에 3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