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의 동행명령장제도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2004과2779).
서울동부지법 민사13단독 박진환 판사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은 전 안기부 차장 안모(77)씨가 제기한 이의신청에서 과태료 취소결정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생긴 과거사조사위원회 등의 동행명령장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판사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인신을 체포 구금할 때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사전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동행명령장 제도는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이어 "의문사위에서 참고인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것은 헌법 12조3항의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것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문사위는 지난 89년에 발생한 조선대생 이철규씨 변사사건을 조사하면서 당시 안기부 차장이었던 안씨에게 3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안씨는 모두 거부했다. 이에 의문사위는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고 이마저 불응한 안씨에게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