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홍보물 제작과 공약 작성에 구청 공무원 등을 동원한 혐의로 기소된 박겸수 서울강북구청장이 벌금 90만원을 확정받아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돼야 당선이 무효가 된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134).
박 구청장은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강북구청장으로 재직하며 구청 공무원들에게 책자형 선거공보물과 로고송 시안, 공약 관련 문건 등을 제작해 보고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5대 공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주요업무계획 6개를 적어주면서, 양식에 맞게 '목표'와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 등을 작성·제출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박 구청장이 구청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 관련 홍보물 제작이나 공약 작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박 구청장은 총괄책임자로서 소속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선거운동을 쉽게 도와주는 풍토를 강북구청에 조성한 책임도 통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5대 공약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도 박 구청장이 준 자료와 지시에 따라 선관위 견본문서의 공란을 채우는 정도의 단순한 작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소속 공무원이 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공무원의 도움을 다소 받은 것을 두고,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9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박 구청장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