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를 제때 납부하지 않아 입주자가 연체수수료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관리회사에 재산상 이득이 없다면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M아파트 입주자 전 대표 김모(60)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3792)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서울 양천구 M아파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을 맡을 당시인 2006년3월 서울시 산하 기관이자 시행사인 SH사에 아파트주민의 열 사용요금 1억3,700여만원을 납부기한까지 납입하지 않고 연체해 주민들에게 270여만원 상당의 연체수수료를 부담하게 했다. 김씨는 또 4월에도 열 사용료 납부를 연체해 230여만원 상당의 연체수수료를 주민들이 납부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무처리를 맡긴 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상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해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열 사용요금 납부연체로 인해 발생한 연체료는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해당하므로 SH공사가 연체료를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나아가 SH공사가 열 사용요금 연체로 인해 실제로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연체료 액수보다 적은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한 재산상 어떠한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