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이송하면서 먼 거리를 일부러 돌아가거나 저속운전을 한 구급대원을 파면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구급차 운전을 해온 김모(50)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2013구합710)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2012년 6월 서울 양천구에 의식불명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상급자와 함께 출동했다. 보호자는 16세인 환자가 이전에 뇌출혈 수술을 받았고 친척이 의사로 있는 A대학병원에서 계속 진료받아왔다며 그곳으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송병원에 대한 결정권한이 있는 김씨의 상급자고 A대학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지시했지만, 김씨는 조금 더 가까운 B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결국 김씨는 보호자 요청과 상급자 지시를 무시하고 B대학병원으로 차를 몰면서 구급차 안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보호자가 계속 항의하자 김씨는 구급차를 세우고 보호자와 다투기까지 했다. 보호자가 A대학병원으로 가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는데도 김씨는 B 대학병원으로 갔고,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도 다툼이 이어지자 차를 돌려 A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김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A대학병원으로 가면서 먼 길로 돌아가거나 시속 20~30km로 저속 운행했다. 수차례 급정거를 해 환자의 몸을 잡고 있던 보호자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환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김씨는 이 밖에도 근무시간 중 직장 이탈 등을 이유로 2012년 9월 파면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 1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급대원은 보호자 진술과 이송희망병원, 기존에 받던 치료 등을 고려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김씨는 보호자 요청과 상급자 지시를 모두 무시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려 했다"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차량 소통이 원활한데도 저속운행과 급정거를 하는 등 응급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소방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해 비위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