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을 검찰이 위증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원피고인에 대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채무자가 부도를 내고 행방을 감추자 채무자 소유의 지게차를 무단으로 가지고 나온 혐의(절도)로 기소된 나모(53) 씨에 대한 상고심(☞ 2012도13665)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해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언을 번복한 피해자 김모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을 원심법원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했지만 나씨는 이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김씨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나씨는 거래처 사장인 김모씨가 부도를 내고 행적이 없자 2009년 6월 김씨 소유의 공장 마당에 주차돼 있던 지게차를 500m 떨어진 공터로 운전해 간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인 김씨는 1심 공판에서 "지게차를 가져가는 것을 승락했다"는 증언을 했고, 김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판단하고 김씨를 위증죄 피의자로 조사하면서 법정에서 한 증언 내용 중 일부가 진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해 항소심 재판부에 나씨에 대한 절도혐의 증거로 제출했다. 2심은 김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나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