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때 불거진 '차떼기'사건으로 폐지된 정당후원회 제도가 부활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10일 이성화 구 진보신당(현 노동당) 사무총장 등이 "외부 지지자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한 정치자금법 제6조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3헌바168)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찬반 양론을 들었다.
정치자금법 제6조는 정치인 개인은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있지만, 정당은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5조는 이를 위반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당후원회 제도는 1980년 생겼다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트럭째 넘겨받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벌어지면서 폐지론이 제기돼 2006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최종 폐지됐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이 사무총장 등 청구인 측은 "국민이 정당에 대한 재정적 후원으로 정책과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당후원제 폐지에 앞장 선 당시 한나라당은 거대 정당으로 후원회에 의존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제도 폐지에 동참한 것"이라며 "정당후원회 제도의 폐지는 신생·소수 정당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해 진정한 의미의 복수정당제를 이룰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치자금 기부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정경유착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관위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만일 정당후원회 제도를 다시 시행하려면 익명기부 제도를 폐지하고 당비를 제외한 모든 기부자의 직업, 자금 등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 등은 진보신당에서 일하며 노동조합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2013도10823).
헌재 관계자는 "정당후원회 제도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폐지된 조항이지만 최근 다시 정치권에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기본권 침해 여부 등 법률적 문제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