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품을 다른 장소로 옮겨 전시하기 위해 해체했다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원래 모습과 다르게 바뀌었다면 조각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9부(재판장 문주형 부장판사)는 A씨가 경기도 용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나2075222)에서 "용인시는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용인시의 의뢰를 받아 문화행정복지타운 신축 공사를 한 I사는 2004년 11월 A씨에게 복지타운 광장에 설치할 조각품 제작을 의뢰했다. I사는 공사를 완료한 뒤 조각품의 소유권을 용인시에 이전했는데, 용인시는 2014년 광장의 용도를 변경하면서 조각품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용인시는 이를 A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조각품을 이전해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훼손됐는데도 그대로 전시했다. 이에 A씨는 "작품을 원상회복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이전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는 일정한 건축물의 건축주에게 건축비용 중 일부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되, 같은법 시행령 제15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설치된 미술작품이 철거·훼손된 경우 해당 건축주에게 원상회복 조치를 요구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용인시에 배상 판결
이어 "용인시가 이 규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더라도 사인인 건축주에 비해 더 완화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용인시의 책무에 비춰볼 때 부당하므로 용인시는 조각품을 훼손하지 않고 원상 그대로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각품 설치 장소를 이전한 것만으로는 조각품 자체의 내용이 변경됐다고 보기 어려워 작품의 동일성이 침해됐다고 할 수 없으나, 용인시가 조각품을 해체 후 이전해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조각품의 형태를 변경·훼손했고 이로 인해 A씨가 최초 제작·설치했던 조각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지게 됐으므로 저작물의 동일성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인시는 조각품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A씨의 인격권 및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해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용인시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책무가 있으므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