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의 적용을 받는 부동산 사기사건의 경우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면 부동산 시가에서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사기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지난 19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김모(43)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7288) 선고공판에서 부동산 시가 전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편취 부동산의 가액으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경가법 제3조1항은 이득액(편취금액)이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형법 제347조의 일반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 받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사기의 경우 이득액은 형량을 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상 일반 사기죄는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않는데 비해 사기로 인한 특경가법 제3조 위반죄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돼 있고,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매우 가중돼 있다"며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히 산정함으로써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람을 기망해 부동산을 편취한 경우에 특경가법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해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돼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뤄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에 압류등기가 경료돼 있었더라도 피고인이 편취한 이득액을 부동산의 시가보다 감액해 평가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2003도1859 판결 등은 변경됐다. 이 판결은 형법상 사기죄에서 '이득액'을 양형요소로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경가법상의 '이득액'도 양형요소로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김용담·김황식·안대희 대법관은 "사기로 인한 특경가법 위반죄에 있어서도, 부동산의 실제 교환가치는 여전히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부동산의 가액은 아무른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객관적인 시가 상당액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인 만큼 종전 대법원 판결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이는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이지만 '상고 기각'이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의견이 같기 때문에 별개의견으로 표현됐다.
김씨는 2003년 5월 은행에 10억2,000만원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설정돼 있는 대지 4필지를 16억4,600만원에 매수하면서 일단 대지소유권을 넘겨주면 은행대출을 받아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대지의 시가 전액인 16억4,600만원을 이득액으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에 따라 대지시가에서 근저당채권최고액을 뺀 6억2,600만원을 이득액으로 인정하면서 형량은 1심과 같은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