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범칙금 납부 통고를 받은 사람을 범칙금 납부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사가 기소한 것은 위법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13409).
이씨는 2017년 1월 대전의 한 치킨집에서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아 현장에서 체포됐다. 대전동부경찰서장은 다음날 이씨에게 경범죄 처벌법상 무전취식 혐의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 경찰은 이 범칙금 1차 납부기한을 같은 해 1월 12일, 2차 납부기한을 같은 해 2월 1일로 정했다. 그런데 경찰은 1차 납부기한 만료 전인 그 해 1월 11일 이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무전취식 혐의 외에도 2016년 건조물 침입 후 재물을 절취한 혐의와 분실물 신용카드를 습득한 혐의, 2017년 병무청 소집명령에 응하지 않은 혐의 등도 받고 있었다. 검사는 이들 혐의를 적용해 무전취식 범칙금 2차 납부기한 만료 전인 1월 31일 이씨를 기소했다.
상고심 재판에서는 이씨의 혐의 중 무전취식 부분과 관련해 범칙금 납부기간이 끝나기 전 검사가 이같은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경범죄 처벌법상 범칙금 제도는 범칙행위에 대해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할 경우 이를 납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는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며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와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다른 혐의는 인정
징역8월 원심 확정
이어 "범칙금 제도는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불이행했더라도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를 통해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적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되, 즉결심판 선고 전까지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범칙자에 대해 형사소추와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범죄 처벌법 제9조는 '경찰서장은 납부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는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한 이상, 범칙자의 절차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통고처분에서 정한 범칙금 납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검사도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이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서장이 이씨의 무전취식 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했음에도 검사가 범칙금 납부기간이 지나기 전에 공소를 제기한 것은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의 다른 혐의들은 유죄로 판단해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