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국내 독점판매권자로 오인·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영국에서 직수입했다' 등의 광고문구를 전단지에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롯데마트와 같은 병행수입업자가 상표를 사용해 광고·선전하는 것의 허용범위는 '독점판매권자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라고 적시한 판결로 향후 상급심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병행수입이란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 오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수입 공산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1995년부터 일부 예외규정을 두고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박희승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영국의 '포트메리온(Portmeirion)' 그릇의 국내 독점판매권자인 (주)한미 유나이티드가 "롯데마트가 포트메리온 그릇을 판매할 때 '영국에서 직수입'했다고 광고·배포한 전단지를 수거해 폐기해 달라"며 백화점 형태의 상설할인매장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주)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행위금지등 청구소송(2010가합74695)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롯데마트가 포트메리온 그릇의 광고를 하면서 상품이 병행수입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영국에서 직수입'했다는 문구를 사용한 행위는 롯데마트가 백화점식으로 운영되는 대형할인마트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 표장을 단순히 사용한 것에 그쳤다고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우리나라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마치 롯데마트가 외국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으로서 아무런 중개나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영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으로 오인·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만큼 독점수입판매업체인 원고의 매장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광고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1호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는 만큼 '영국에서 직수입'했다는 표시를 하면 안된다"며 "이미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전단지는 모두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포트메리온 그릇광고를 하면서 등록된 상표임을 뜻하는 'ⓡ(resistered)'을 덧붙인 것은 상표권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함부로 한 것이다"며 "롯데마트의 이런 행위는 정당한 병행수입품 광고의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행위로 원고의 상표권에 관한 전용사용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원고는 1999년경 영국회사인 포트메리온그룹과 국내 독점 수입판매계약을 체결해 현재 국내에서 그릇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5월경부터 포트메리온 그릇 중 그릇 둘레에 나뭇잎 모양의 테두리가 사용된 '보타닉 가든'제품을 수입하면서 '보타닉 가든세트 영국에서 직수입해 부담없는 가격으로 장만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라는 광고문구로 전단지 광고를 해왔다. 이에 원고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