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부실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에 채권을 양도한 경우 금융기관은 공사가 채권 처분을 시작할 때까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여미숙 부장판사)는 지난 2일 M저축은행 등 3개 저축은행이 "대출금채권에 대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으므로 모두 13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2가합521751)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권양도 계약서상의 '정산종료일'은 저축은행 등의 우선매수권이 인정되기 위한 대출금채권 등의 처분시기를 의미한다"며 "은행 측이 아무 제한 없이 정산종료일까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이 공사로부터 채권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우선매수권를 행사하겠다는 의사표시가 공사 측에 도달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이 기간이 지나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며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한 이후에 '정산종료일' 이전이라면 언제든지 철회하고 다시 행사할 수 있다면 은행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신뢰하고 처분절차를 진행한 공사와 이해관계인에게 불의의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2011년 6월 M저축은행 등은 대출금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양도했다. M은행 등은 자산관리공사가 대출금채권과 담보물건에 대한 공매를 앞두고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지하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공매가 6번이나 유찰된 이후 한 저축은행이 6회차 유찰가격 이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M은행 등은 자산관리공사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공매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는 "우선매수권 포기의사를 뒤집어 다시 행사할 수 없다"며 약 118억여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하자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