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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부부 속여 5억7000억원 갈취한 사기범…대법원 "가중처벌법 적용"
부부를 속여 부동산 사기를 벌인 뒤 돈은 각각 따로 송금 받은 사기범에 대해 하나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특정 금액 이상의 사기를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경가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개발업자 A 씨에게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2023도13514). A 씨는 2010~2011년 부부인 피해자들에게 양평군 옥쳔면의 임야를 분양해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부부 중 한 사람으로부터 4억7500만 원을, 다른 한 사람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4000만 원, 2억2000만 원, 1억3500만 원을 받은 혐의, 2022년 2월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의 쟁점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 사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법은 사기로 취한 돈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재판에서 A 씨 측은 "부부별산제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각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사기죄를 구성해 양자가 실체적 경합관계(여러 개의 죄)에 있다"며 원심 법원이 이를 포괄일죄(하나의 죄)로 판단해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잘못 적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5억7500만 원짜리 범행 1건이 아닌 4억7500만 원과 1억 원짜리 범행 총 2건을 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심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을 했으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했다. A 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며 "각 피해자의 송금 내역 및 송금 합계액,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피해자들이 부부로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들의 투자금 전체에 관해 편의상 피해자에게 사후적으로 담보를 설정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에 나타난 기망행위의 공통성, 기망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공통성, 재산의 형성·유지 과정, 재산 교부의 목적 및 방법, 기망행위 이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사기죄는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A 씨 측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며 "피고인에 대해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동산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가중처벌
사기
홍윤지 기자
2024-01-19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변호사 측, 판결 불복해 항소
[판결] 의뢰인 소유 공탁금 수천만원 횡령한 변호사,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의뢰인 소유의 공탁금 수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변호사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2단독 윤지숙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2023고단1863). A 변호사는 2013년 5월 14일 자신의 의뢰인 B 씨가 C 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C 씨가 승소하자, 소송 상대방이었던 C 씨에게 접근해 "원금과 소송비용, 근저당권 설정 등을 포함해 B 씨로부터 1억2500만 원을 받게 해주겠다"며 재차 사건을 수임했다. A 변호사는 C 씨 사건을 수행하던 2013년 5월 30일부터 6월 17일까지 B 씨가 C 씨와 합의를 위해 맡긴 공탁금과 법정이자 총 5300여만 원을 현금으로 회수한 뒤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에게 "1000만 원을 더 갚지 않으면 C 씨가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하니 빨리 입금하라"며 C 씨에 대한 채무 변제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아 임의로 쓴 혐의도 받는다. 또 B 씨가 소유한 아파트를 C 씨 명의로 압류해야 했음에도 2014년 8월 21일 근저당권자를 자신으로 하는 채권최고액 5000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C 씨에게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A 변호사는 2015년 8월 수원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된 데 이어 2017년 9월에는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윤 부장판사는 "변호사로서 신임을 저버린 행위로 책임이 무겁고, 범행이 상당 기간 반복됐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하다"며 "피해자가 오랜 시간 피고인을 믿고 기다렸으나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5000만 원을 변제 공탁했고 근저당권을 이전해 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변호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횡령
사기
홍윤지 기자
2023-11-01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주택·상가임대차
[판결] 공인중개사, 임차인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 다하지 않았다면…"손배 책임 있다"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이 확인,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A 씨 등 임차인 2명(대리인 법무법인 플러스 백이슬, 최웅구, 안광휘, 최유영, 송윤서, 김세란 변호사)이 임대인 B 씨와 공인중개사 C 씨, D 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반환 청구소송(2022가단5234078)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 등은 2021년 11월 B 씨가 소유한 충북 청주시 소재 한 주택에 대해 임대차보증금은 7500만 원, 임대차기간은 2021년 12월 9일부터 2023년 12월 8일까지 2년으로 하는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하면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부여받았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해당 건물과 부지에는 채권최고액 3억1200만 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보증금 합계 3억2700만 원의 선순위 임차인들이 있었다. 그런데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C 씨와 D 씨가 작성해 A 씨 등에게 교부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의 권리관계란에는 선순위근저당권에 관한 기재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란'에는 '임대인 서류제출을 거부하고 구두로 설명함. 선순위보증금 2억500만 원 외 별도 권리관계 및 국세, 지방세 체납사실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다 2021년 12월 해당 건물과 부지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A 씨 등은 지난해 3월 법원에 배당을 요구했다. 경매절차에서 건물과 부지는 5억2000여만 원에 매각됐으나 A 씨 등은 전혀 배당받지 못했다. 그러자 A 씨 등은 "임대차계약체결일로부터 한 달도 안 돼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배당요구로 계약은 해지됐다"며 B 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7500만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A 씨 등은 "C 씨와 D 씨는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다른 임대차보증금 현황에 대한 중개업자로서의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혔다"며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제계약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협회에 대해서도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 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임대인 B 씨에게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했고, 이 중 1125만 원은 B 씨와 다른 피고인들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했다. 이 판사는 "A 씨 등은 임대차계약과 관련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음에도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했고, 경매법원은 A 씨 등의 해지 의사표시에 준하는 배당요구 사실을 경매채무자인 B 씨에게 통지해 그 통지가 도달됐을 것으로 추인된다"며 "이들간 임대차계약은 이 통지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B 씨는 A 씨 등에게 임대차계약상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C 씨와 D 씨는 건물의 소유권, 저당권 등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등기되지 않은 권리관계, 즉 건물에 이미 입주한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 종기 등과 같은 부분의 자료를 임대인에게 요구해 확인한 다음 이를 A 씨 등에게 설명하고 제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C 씨와 D 씨는 A 씨 등에게 등기되지 않은 권리관계에 관한 자료 확인의무 및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해 A 씨 등이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중개행위를 의뢰하는 사람은 부동산중개업자의 지식과 경험을 신뢰해 부동산 중개를 의뢰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다가구주택과 같이 권리관계가 다소 복잡하거나 이해관계인이 다수 생길 여지가 커 임대차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부동산중개업자로서는 임차의뢰인에게 그러한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그 임대차보증금의 보호를 위한 여러 법적 조치 또는 위험대비책 등을 적극적으로 조언하거나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C, D 씨가 A 씨 등에게 건물에서 거주 중인 임차인들의 권리관계 및 임대차보증금의 범위에 관해 정확하게 확인해 설명했다면 A 씨 등으로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낮춰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손해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판사는 A 씨 등이 손해를 입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임대인이 건물 및 대지의 담보가치와 본인의 변제자력 등에 비교해 과도한 내용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임대차보증금을 받은 데 있다고 판단해 중개사들과 협회의 책임은 손해액의 15%로 제한했다.
공인중개사
확인설명의무
임대차계약
한수현 기자
2023-10-05
금융·보험
민사일반
"타인으로 수익자 지정하면, 신탁계약상 수익권은 위탁자의 책임재산 아냐"
[판결] “신탁계약상 타인으로 수익자 지정하면 수익권은 …”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와 수탁자는 신탁행위로서 위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때 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익자에게 귀속되므로 위탁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용보증기금이 A 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진 강다혜, 김일진, 송시헌, 송영미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2023다234096)에서 원소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용보증기금은 A 씨의 형인 B 씨에 대해 2억 원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다. 2004년 6월 A 씨는 B 씨의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한 뒤, 두달여 뒤 B 씨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B 씨는 2008년 1월 8일 신탁회사와 해당 아파트에 대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우선수익자는 농협중앙회였고, 수익자는 A 씨였다. 특약사항에 따르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수익자(A 씨)에게 귀속하기로 되어있었다. 이튿날 해당 신탁을 원인으로 한 신탁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B 씨는 2008년 1월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농협중앙회로부터 1억 3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2016년 8월 A 씨는 B 씨에게 해당 아파트를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탁회사는 A 씨에게 해당 아파트에 대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줬다. A 씨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근저당권자 모 은행, 채권최고액 2억 4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고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 B 씨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오히려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였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B 씨가 A 씨에게 아파트를 판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니, 매매계약의 취소와 가액배상 방법으로 원상회복하라"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는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채무자가 신탁관계의 존속 중 제3자에게 신탁부동산을 매도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구별되어 관리될 뿐만 아니라 위탁자의 재산권으로부터도 분리되어 독립성을 갖게 되고, 그 독립성에 의하여 위탁자 고유의 이해관계로부터 분리된다"며 "따라서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이라고 할 수 없어 이 사건의 아파트는 B 씨의 신탁에 따라 신탁재산으로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귀속되고 위탁자인 B 씨의 재산권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성을 갖게 되므로, B 씨의 책임재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탁자가 부동산에 관해 신탁을 하면서 수익자로 위탁자를 지정한 경우에는 위탁자가 가지는 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이 위탁자의 책임재산이 되지만,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와 수탁자가 신탁행위로서 위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수익자로 지정한 경우에는 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은 그 수익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위탁자의 책임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탁계약상 수익자가 B 씨가 아닌 금융기관(우선수익자) 및 A 씨(수익자)로 지정됐으므로, 신탁계약상 수익권 역시 B 씨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B 씨는 아파트 매매계약 체결 당시 별다른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아파트나 신탁계약상 수익권이 B 씨의 책임재산에 해당하지도 않았으므로 B 씨와 A 씨 사이의 매매계약 체결행위로 인해 B 씨의 책임재산에 부족이 생기게 되었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사해행위라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1,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신탁계약
신용보증기금
부동산담보
사해행위
박수연 기자
2023-08-16
민사소송·집행
민사일반
[대법원이 주목한 판결](단독) "대위변제자가 취득하는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은 원채권"
[대법원 판결] 변제자대위를 통해 근저당권부채권에 관한 질권을 취득한 경우 그 질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권은 대위변제자의 변제에 따라 소멸하는 원채권이라는 대법원 판결. 즉, 기존 채권자의 지위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갖고 있던 구체적 권리만 이전된다는 의미. 대법원 민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 2020다296840(2022년 1월 12일 판결) [판결 결과] A 씨 등이 B 사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 인천재판부로 환송. [쟁점] △변제자대위를 통해 근저당권부채권에 관한 질권을 취득한 경우 그 질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권이 대위변제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 또는 구상채권인지, 대위변제받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갖고 있던 원채권인지 △대위변제자가 원채무자와 별도로 대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대출계약에 따른 채권도 위 질권의 피담보채권에 포함되는지 [사실관계와 1,2심]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C 사는 2015년 4월 경 D 사로부터 4억7000만 원을 약정이자율 연 7%, 지연배상금률 연 16.5%로 정해 대출받는 약정(제1 대출 약정)을 체결하고, D 사에 근저당권부 질권(채권최고액 합계 7억 1500만 원)을 설정해 줬다. B 사는 2016년 5월 경 C 사에 3억 원을 이자율 연 25.2%, 연체이율 연 27.9%로 정해 대출(제2 대출 약정)하면서, 그 대출금으로 C 사(제1대출 채무자)를 대신해 D 사(제1대출 채권자)에게 제1대출 약정 채무 잔액 3억 원을 대위변제하고, D 사로부터 근저당권부 질권을 이전받았다. 한편 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이 임의경매되어 2018년 10월 제3자에게 매각되자, B 사는 자신이 취득한 근저당권부 질권의 피담보채권이 제2대출 약정에 기한 채권이라는 전제 하에 제2대출 약정 채권액에 관한 채권계산서(연체이율 연 27.9% 적용해 원금 3억 원 + 이자 2억3300여만 원)를 제출했고 배당절차에서 그에 따른 배당을 받았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후순위 근저당권부질권자인 A 씨 등은 배당기일에 출석해 B 사에 대한 배당액에 관하여 B 사가 피담보채권을 초과해 과다 배당받았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를 한 후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채무자를 위해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고(민법 제480조 제1항),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그 구상권의 범위 내에서 종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과 그 담보에 관한 권리는 동일성을 유지한 채 법률상 당연히 변제자에게 이전한다(95다11009 등). B 사는 C 사를 위해 제1 대출 약정 채무 잔액 3억 원을 D 사에 대위변제함으로써 채무자 C 사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했고, 그 범위에서 종래 D 사가 가지고 있던 제1약정 채권과 그 담보에 관한 권리는 동일성을 유지한 채 법률상 당연히 B 사에 이전한다. B 사가 이전받은 근저당권부 질권은 구상금 채권액을 담보하는 범위 내(구상채권액의 범위 내)에서 유효하고 그 피담보채권은 원채권 즉, 대위변제자의 변제에 의해 소멸하는 원채권자의 채권(제1약정 채권)이다. B 사의 구상금 채권을 초과해 근저당권부 질권이 D 사의 B 사에 대한 채무인 제2대출 약정 채권을 담보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다만, B 사와 D 사 사이에 근저당권부 질권으로 제2대출 약정 채권을 담보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이를 등기 유용의 합의로 볼 여지는 있지만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합의의 존부나 효력 등에 대해 아무런 주장·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 "변제자대위를 통해 근저당권부채권에 관한 질권을 취득한 경우 그 질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권은 (대위변제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채권의 범위 내에서) 대위변제자의 변제에 따라 소멸하는 원채권이고, 대위변제자가 원채무자와 별도로 대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유효한 등기 유용의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대위변제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된 대출계약에 따른 채권은 위 질권의 피담보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데 의미가 있다."
대위변제
구상금
근저당권부채권
박수연 기자
2023-02-02
민사일반
민법 제1108조 제1항 준용
[판결] 사인증여도 특별한 사정 없으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사인증여에도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준용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언제든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근저당권 말소 소송(2017다24533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 발생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로 철회인정 안 된다고 못 봐 대법원 원고승소 원심확정 A 씨와 내연관계에 있던 B 씨는 A 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C 씨를 출산했다. A 씨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동산과 부동산 등 자신의 자산 가운데 40%를 B 씨와 C 씨에게 넘기는 내용의 각서를 2012년 1월 작성했다. A 씨는 2013년 4월 두 번째 각서를 작성했는데, 현재 소유한 토지의 일부분 중 20억 원 정도 금액을 근저당 설정을 통해 C 씨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5월 B 씨에게 채권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줬다. 그러다 A 씨는 이를 철회하기 위한 소송을 냈다. A 씨는 "두 번째 각서의 내용은 사후 재산을 C 씨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는 유언으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에 해당하고, 유증은 효력 발생 전에 유증의사를 철회할 수 있어 2016년 4월 4일자 준비서면 송달로써 C 씨에 대한 유증을 철회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유증이 아니라 사인증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사인증여에 해당하더라도 수증자는 C 씨이므로 B 씨가 (자신에 대한) 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예비적으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 유증의 철회에 관한 조항이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판단해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아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해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이 사건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사인증여의 철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사인증여의 철회가 인정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인증여
유증
철회
박수연 기자
2022-08-17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주택·상가임대차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의 손해 40% 배상해야
[판결](단독) 공인중개사가 공동담보 내용 등 제대로 설명 않아 보증금 날린 경우
공인중개사가 임차목적물에 설정된 공동담보 내용 등을 임차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경우 공인중개사가 손해의 4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태우 부장판사는 A씨가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13221)에서 최근 "B씨는 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부동산 권리관계 설명의무 위반 손배 책임 있다 A씨는 2016년 4월 B씨의 중개로 C씨 소유의 단독주택 일부를 월세 없이 보증금 1억2000만원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집을 포함해 C씨 재산 전부에 관해 이듬해 12월 강제경매가 개시됐다. A씨는 소액임차인이 아니어서 우선변제권이 없었고, 경매절차에 참여하더라도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있어 배당을 기대할 수 없었다. A씨는 "B씨가 부동산 권리관계 등을 설명하지 않고, C씨의 공동담보 부동산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직원을 통해서만 계약을 맺게 해 보증금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냈다. 이 부장판사는 "중개업자는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등기부상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임대의뢰인에게 근저당권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에 관한 시가 및 권리관계,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관계 등 자료를 요구해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판결 이어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A씨가 임차한 건물을 포함해 C씨의 공동담보 부동산에 D은행의 근저당권(채권최고액 약 39억원)이 설정돼 있고,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합계액이 약 5억원이라는 내용이 있다"며 "하지만 B씨가 A씨에게 임대차 종료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에게 근저당권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에 관한 시가 및 권리관계 등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A씨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위험성의 정도나 범위에 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 체결에 이르러 보증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B씨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라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도 B씨나 중개보조인의 설명만 듣고 계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B씨나 임대인에게 근저당권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에 관한 시가 및 권리관계 등에 관해 설명을 요구하고 스스로 건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해 계약 체결여부를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다"며 "B씨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A씨의 과실이 손해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고 할 것이고, B씨의 배상책임을 A씨가 입은 손해의 4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공인중개사
부동산
설명의무
이용경 기자
2022-04-07
민사일반
변경한 채무가 근저당권에 의한 담보가 된다
[판결] 근저당 설정권자와 근저당권자 합의로 피담보채무 변경한 때에는
근저당설정자와 근저당권자가 합의로 채무의 범위나 채무자를 추가·교체하는 등 피담보채무를 변경한 때에는 변경된 채무가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따르면 근저당설정자와 저당권자는 피담보채무 변경 때 후순위 저당권자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소송(2021다255648)에서 "경매사건에 관해 법원이 작성한 배당표 중 B사에 대한 배당액을 59억4072만7494원을 54억9844만9893원으로, A사에 대한 배당액 13억5772만2399원을 18억원으로 각 경정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후순위저당권자는 이미 담보가치 파악하고 있어 승낙 받을 필요는 없어 모 경매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1순위 근저당권자로부터 근저당권과 피담보채권을 경매절차에서 양수한 B사에 채권최고액 전액을 배당하고 2순위 근저당권자인 A사에 채권최고액 중 일부를 배당하는 배당표를 작성했다. A사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는 근저당권 설정일 당시의 대출채무만 포함되는데도 그 이후 추가된 피담보채무도 포함시켜 채권최고액 전액을 배당한 잘못이 있다"며 배당이의소송을 냈다. 1,2심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채무만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로 보고 배당표를 경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근저당권은 피담보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해 설정하는 저당권"이라며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근저당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 또는 채무자를 추가하거나 교체하는 등으로 피담보채무를 변경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변경된 채무가 근저당권에 의해 담보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2순위 저당권자 승소 원심파기 이어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해 이미 파악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담보채무의 범위 또는 채무자를 변경할 때 이해관계인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고, 등기사항의 변경이 있다면 변경등기를 해야 하지만 등기사항에 속하지 않는 사항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저당권설정자와 근저당권자가 근저당권 설정 이후 근저당권설정 변경계약을 통해 피담보채무를 추가하기로 합의했는데, 변경 당시 후순위저당권자인 A사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피담보채무의 범위는 부동산등기법 제48조, 제75조 2항에서 정한 근저당권의 등기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당사자 합의만으로 피담보채무를 추가하는 변경의 효력이 있으므로 추가한 대출채무도 피담보채무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근저당권
피담보채무
근저당설정
담보
박수연 기자
2022-01-10
형사일반
대법원 "형소법 위반"… 원심 파기
[판결] 1심 판결문 법관 서명날인 누락에도 2심 항소기각
1심 판결문에 법관의 서명날인이 누락됐는데도 항소심이 이를 간과한 채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2358). A씨는 부인 C씨가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2018년 1월 살고 있는 아파트에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재산분할 때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이었다. A씨는 여동생의 남편인 매제 B씨에게 "아내(C씨)가 자네(B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이혼하려하니, 이를 담보하기 위해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이를 승낙했고, A씨는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B씨에게 설정해줬다. 그런데 당시 C씨는 B씨에게 변제해야할 채무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A씨와 B씨가 공모해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와 B씨가 공모해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허위 채무를 부담해 C씨를 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B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와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그런데 문제는 1심 판결문에 법관의 서명날인이 누락돼 있었고, 2심이 이를 간과한 채 항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8조 등은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재판장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관의 서명날인이 없는 재판서에 의한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에 해당해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록에 의하면 1심은 5회 공판기일에 판결서에 의한 판결을 선고했으나, 1심 판결서에 재판한 법관의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채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인천지법 합의부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서명날인
강제집행면탈
손현수 기자
2020-12-16
형사일반
채무자의 근저당 설정 의무는 계약 따른 자신의 사무<br>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어<br> "민사적 거래에 형사적 제재 완화 최근 경향 반영"
[판결] "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아니다"… 대법원, 판례 변경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어기고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이른바 '이중저당'을 했더라도 이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여기서의 채무자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이같은 법리는 부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계약을 설정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변호인 법무법인 클라스 윤성원 대표변호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4340). A씨는 2016년 6월 14일 B씨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B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았고, 2016년 12월 15일 이 아파트를 채권최고액 12억원에 C사에 4순위 근저당권을 경료해줬다. 이 일로 A씨는 12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B씨에게는 12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서는 A씨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관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의무이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의무를 위반해 담보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재형·민유숙·김선수·이동원 대법관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데 있다"며 "채무자의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이 부동산 이중저당에서도 배임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 판결에 대해 "민사적인 거래에 형사적인 제재를 완화시키려고 하는 최근의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판례라고 평가된다"며 "법리적으로는 배임죄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타인의 사무로는 '대행사무'와 '협력사무'가 있는데, 이 중 '협력사무'의 범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보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5월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이중매매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2017도4027)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부동산
배임죄
근저당권
채권자
채무자
손현수 기자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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