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로서 총유물 관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총유물 관리·처분에 관해 정관에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무보증을 했더라도 그 대표자의 행위는 절대적 무효로 되지 않으므로 선의의 상대방에 대해서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비법인사단은 정관 규정을 위반한 대표자의 채무부담행위로 인한 책임 부담이 확대된 반면 보증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선의의 거래상대방은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19일 원모(61)씨가 서울 동대문구 S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소송 상고심(2004다60072)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법 제275조와 276조1항에서 말하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타인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해 이를 총유물의 관리·처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보증계약에 관해 조합규약에서 정한 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거나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해도 그것만으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며 “보증의 상대방이 조합장의 대표권제한 위반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해 그 보증이 무효로 되고, 그 악의 및 과실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은 무효를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번 판결 견해와 달리 단순히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도 총유물의 관리·처분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1다56256판결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은 “보증계약의 체결이 총유물 관리·처분에 해당하므로 조합규약에서 정한 임원회의 결의를 거지지 않은 보증계약은 무효라고 한 원심 판단은 정당한 만큼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