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백씨의 유족들이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직사살수 행위 근거규정인 경찰관직무집행법 법률 제10조 4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2015헌마1149)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사살수 행위 당시 백씨는 살수를 피해 뒤로 물러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며 "따라서 직사살수 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시 백씨의 가족들은 백씨를 청구인으로 포함하지 않았었고, 이후 청구인 추가 신청서에 첨부된 백씨 명의의 동의서는 기존 청구인들의 추가 허가 신청에 동의한다는 소극적인 의사표시에 불과하다"며 "심판 청구에 흠결이 있어 사건을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뒤로 쓰러져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숨졌다. 당시 경찰은 백씨의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했고 넘어진 백씨를 구조하기위해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도 20초 가량 계속 물대포를 쐈다.
백씨 측은 "당시 직사살수 행위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해성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 경찰장비관리규칙 등의 규정이 백씨와 가족의 생명권, 인격권, 행복추구권,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2018년 5월 '최루액을 물에 혼합한 용액을 살수차를 이용해 청구인들에게 살수한 행위(혼합살수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2015헌마476)'고 판단한 바 있다"며 "이번 사건은 살수차를 이용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씨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직사살수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청구인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면서 직사살수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