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자가 상표를 여러 제품군에 등록해 놓고 사용하지 않은 경우 다른 회사가 상표권자의 일부 제품군에 대해서만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LG생활건강이 등록한 '리엔'상표는 립스틱 등 21개 상품군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특허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주)LG생활건강이 "리엔 상표를 쓰지 못하게 한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해달라"며 (주)웅진코웨이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취소소송 상고심(2012후322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표법은 등록상표를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으면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2개 이상 있는 경우 일부 지정상품에 관해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할 수 있을 뿐 동일·유사 지정상품군 단위로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 취소심판 제도는 등록상표의 사용을 촉진하는 한편 불사용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는 데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등록상표 지정상품이 2개 이상인 경우 이해관계인은 취소를 필요로 하는 지정상품의 범위를 임의로 정해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는 웅진코웨이는 2011년 3월 LG생활건강이 향수 등 33개 제품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리엔'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상표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립스틱 등 21개 상품에 대해서도 등록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이 웅진코웨이의 청구를 받아들이자 LG생활건강은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LG생활건강은 "웅진코웨이가 이미 3월에 낸 상표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해 계속중이어서 나중에 낸 일부 제품군에 대한 상표등록 심판청구는 심판청구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2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