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퇴직금의 절반과 회사가 입은 손해는 상계(相計)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대표이사로 재직한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9다204463).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상무와 대표이사로 재직한 A씨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 1억9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회사는 "A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이사회 결의 없이 위법하게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 퇴직금지급 채무와 상계한다고 맞섰다.
1·2심은 "회사는 A씨에 대해 퇴직금 1억98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회사 업무진행에 관한 중요사항으로 이사회 결의가 법령상·정관상 요구되고, 이를 해태하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A씨는 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A씨는 회사에 손해액 총 1억37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민사집행법은 '퇴직금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A씨의 퇴직금 중 절반인 9900여만원은 상계할 수 있고, 압류가 금지된 나머지 절반 9900여만원은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도 "주식회사에서 이사회의 역할 및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의 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이사의 업무권한인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