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공무원 연수 과정에서 여성 연수생의 뒷모습 등을 몰래 촬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남성 연수생을 퇴학 조치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2020누38579)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5월 10일 강의실에서 촬영한 2장의 사진때문에 퇴학 조치를 당했다. 한 사진은 하얀색 레깅스를 입은 여성 연수생이 허리를 굽힌 사진이었는데, 사진에는 레깅스를 입은 허벅지 뒷부분 일부가 노출됐다. 연이어 찍힌 또다른 사진에는 이 여성 연수생이 서있는 장면이 찍혔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A씨가 고의로 다른 교육생의 허벅지 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촬영했다"며 같은 달 23일 퇴학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사진 촬영 당시 가까이에 있던 조원들을 사진에 담은 뒤 나중에 공유하려는 의도로 촬영했다"며 "뒤쪽에 있던 다른 조 소속인 여성 연수생이 우연히 그 배경의 일부로 찍힌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A씨에게 여성 연수생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자 하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A씨의 퇴학처분 절차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의 노출된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자하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조사 당시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자발적 협조의사'를 밝히는 등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결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공법상 징계처분에 관해 가장 무거운 퇴학 처분을 검토하고 있었고 공정성을 지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총 5일(주말 제외 3일) 동안 사진 확인, 피해자, A씨,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서 확인만 하고, 그 외에 A씨가 요청한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서둘러 14일(화) 조사완료, 15일(수) 학사처벌요구, 20일(월) 윤리위원회 퇴학의결, 23일(목) 퇴학처분까지 일사천리로 절차를 마무리해 A씨의 방어권 행사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했다"면서 "이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15일 학사처벌요구 이후 A씨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진술서 열람·복사 요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개발원이 사진 원본파일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반환해 달라는 A씨의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도 'A씨의 자발적인 협조'의 내용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에 관한 A씨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 위험성을 야기하고 적법절차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행정법관계(종전의 특별권력관계)의 적용영역인 공법상 징계처분에도 헌법상 적법절차원칙, 법치행정의 원칙 등이 적용되는데, A씨에 대한 퇴학 처분은 실체법적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헌법 원칙에 위배되는 등 절차법적으로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