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발논리에 밀려 문화재가 파헤쳐지고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등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문화재와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李勇雨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경주 선도산 일대에 병원을 신축하려던 학교법인 대구계명기독학원이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유적발굴불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99두264)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 "매장된 유적물의 파괴나 멸실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신축을 위한 유적발굴을 불허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청은 고분 등 매장문화재의 현상이 파괴돼 회복할 수 없게 되거나 관련된 역사문화자료가 멸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면, 그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 침해등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아닌 한 발굴을 허가하지 아니할 수 있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의료시설 공사를 위해 경주 선도산 일대를 발굴할 경우 이 지역에 널린 신라시대 고분 등 문화유적이 파괴되거나 멸실될 수 있다"며 "공사에 필요한 고분발굴을 하지 못해 원고가 입는 경제적 손해에 비해 유적보존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코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97년 4월 경주시 충효동 일대 5만5천6백여 평방미터 부지에 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토목공사를 벌이던 중 건설현장에서 7세기경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5기가 발견되자 공사를 중단한 다음 문화재청에 유적발굴허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또한 제주지법도 지난 6월 "세계적 이중 분화구 구조의 화산으로 '지질학 자연사 박물관'이자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의 송악산에 대규모 레저타운을 건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역주민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개발 계획을 철회시켰으며, 서울행정법원 역시 올 1월 국립공원인 가야산 안에 골프장을 조성하려던 사업자가 낸 소송에서 "가야산의 수려한 풍경이 훼손되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에도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등 사법부가 최근 각급 판결을 통해 '문화재'와 '환경' 보호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