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과실상계 사유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일반인의 부주의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등 고의성이 짙은 불법행위자로부터 과실이 없는 피해자를 보호한 판결로 평과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은 15일 정모씨(54)가 주모씨(48)를 상대로 낸 사취금 청구소송 상고심(2006다86047)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해야 하지만,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임이 분명한 주씨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정하며 피해자의 부주의를 과실상계 사유로 참작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폐전설비 찾아내는 일을 하는 A전기회사의 대표이사인 정씨는2004년10월 탐사용역 업무와 관련해 알게된 주씨가 한국전력공사에서 탐사용역을 수주해 하도급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2003년 9~10월 2회에 걸쳐 2,000만원을 전달했으나 주씨가 한전의 탐사용역을 수주한 사실이 없는 것을 알고 검찰에 고소하며 사취금 청구소송을 냈다 부주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배상액을 1,200만원만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