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한다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청 경위 김모(44)씨에 대한 상고심(☞2009도526)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지만,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구속영장 집행당시 구속영장이 사전에 제시된 바 없다면, 피의자신문조서와 피고인 법정진술은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지만 피고인은 구속적부심사 심문 당시 영장을 제시받은 바 있고 이후에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해 숙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찰청 수사국 경위로 근무해온 김씨는 M사와 관련된 각종 민·형사사건에 대한 사건조회를 해주는 등 M사를 도와주는 대가로 매월 400만원의 금품을 받아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구속영장 집행당시 구속영장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아 구속적부심사청구 이전에 꾸며진 3회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