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제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재판이 열려 양측이 첨예하게 다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건강보험공단 측은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한 해 5조6369억원에 달하고, 10년간 공단이 보험료로 10조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며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과 관련된 결함을 은폐·왜곡하고 있는만큼 공단이 지급한 급여액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2014가합525054).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등 담배회사 측은 "암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담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을 밝히려면 검증이 필요한데 공단이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담배회사 측은 "건보공단이 직접 손해를 이유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보험급여를 주는 것은 건보공단의 의무이지 손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흡연 피해자 개인이 거대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나서기 어려워 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며 "이미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추가적으로 지출한 급여비를 공단의 손해로 봐서 그 청구가 인용된 대법원 판결과 미국에서 이미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고 맞섰다.
공단 측은 2006년 미 연방정부가 담배회사 7곳 등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법원은 '중독성을 유발하는 니코틴이 공급되도록 담배를 설계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건보공단은 "담배는 69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담배회사들이 그 유해성을 추상적이고 불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담배의 실체와 담배회사들의 책임이 낱낱이 드러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담배회사들은 "공단이 금연운동 홍보효과를 노리고 소송을 냈다"며 "법정이 정책 홍보의 장이 되지 않도록 법률적 쟁점을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공단의 직접 손해 여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 손해액의 범위 등을 재판에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