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항공기 소음 측정 업체와 체결한 용역계약을 주민들의 반대로 해지했더라도 용역비를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계약을 해지할만한 명백한 불가피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 부장판사)는 소음평가 전문업체인 A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합593200)에서 "시는 3억8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시는 2014년 2월 A사와 서남권 항공기 소음지도 제작 및 정책과제 개발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항공기소음직접피해대책위원회 등 3개 주민 단체는 같은해 3월 A사가 과거 소음발생자인 한국항공공사가 주관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측정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A사에 용역을 맡기는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서울시는 같은달 용역 추진 관련 주민·자치구·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소음지도 제작과 역학조사를 다시 통합발주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A사에 "객관적으로 명백한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며 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사는 "시의 용역계약 이행 거절로 손해를 입었다"며 "4억2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소음지도 제작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용역이라는 이유로 제한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낙찰자를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A사가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항공공사 주관으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을 측정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소음지도 제작과 역학조사를 개별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주민 반대나 소음지도 제작·역학조사 통합 발주라는 계획 변경이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7절 4조 가항에서 정한 '객관적으로 명백한 발주기관의 불가피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673조에 따라 시는 A사가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