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위치에서 직접 조망이 되는 주변환경도 보호해야 되는 문화재의 일부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근래 각종 개발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문화재 및 그 주변환경이 날로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문화재 뿐만 아니라 그 주변환경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향후 상급심의 최종판단이 주목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18조의2 제2항 제2호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지역에서 당해 국가지정문화재의 일조량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행위’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김대휘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영동농업협동조합이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문화재현상 변경불허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2007누6481)에서 “원고가 지으려는 창고는 헌인릉 주변에 인접해 있어 문화재 주변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창고를 지으려는 토지는 헌인릉의 남쪽경계로부터 150m, 그 부속 ‘재실’로부터는 2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인릉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화재는 소나무들 사이로 직접 조망이 된다”면서 “원고가 지은 건물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대형 차량이 통행할 것이므로 차폐조경만으로 경관훼손을 막기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왕이 헌인릉에 제사를 지내러 왔을 때 잠시 기거하는 ‘재실’이 원고의 신청당시 사적으로 지정되기 전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적지정 예정공고가 난 상태였다”면서 “‘재실’은 사적인 헌인릉의 능역안에 있는 필수 시설물이자 문화재의 경관을 이루는 시설물인 만큼 주변 경관 침해여부를 판단할 때 재실을 판단 고려요소로 삼은 것이 신뢰의 원칙에 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동농업협동조합은 서울 서초구 소재 헌인릉 주변 토지에 농자재 보관용 창고를 짓기 위해 지난해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으나 문화재청이 인접 문화재 주변환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신청을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