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신용장 개설을 늦게 해주는 바람에 수입 물품이 제때 들어오지 못해 납품에 차질을 빚게 됐다면 수입 업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는 9일 의자 수입업자 임모(53)씨가 "신용장 개설이 늦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6나18012)에서 "피고는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장 개설업무를 취급하는 피고는 원고가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 지연으로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베트남 현지 은행으로부터 '확인부호'(테스트 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장시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원고가 신용장 개설 의뢰 당시 예상했던 시기에 의자를 수입·판매할 수 없게 돼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2000년 11월 베트남산 사무용 의자를 수입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에 신용장 개설을 신청했으나 은행의 업무 처리 지연으로 신용장 개설과 납품 일자가 수개월 이상 미뤄져 의자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