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회장의 지시에 따른 계열사 임원들의 형식적 연대보증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崔恩洙 부장판사)는 13일 대한생명보험(주)가 신동아그룹 8개 계열사 전 임원 이모씨(59) 등 10명을 상대로 "IMF 외환위기 당시 신동아그룹에 대출해 준 26억1천2백만원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을 지라"며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 항소심(2001나73543)에서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대출은 신동아건설 등이 채무압박을 받자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이 계열사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계열사에 대출하는 형식을 빌려 신동아건설 등에 우회적으로 자금지원을 한 것으로 이들 회사가 대출할 의사도 없었고 원고로부터 대출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와 신동아그룹 계열사간의 대출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의 연대보증은 회사들이 대출받음에 있어 그 임원을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형식을 취하는 관행에 따라 형식상 이뤄진 것으로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대출을 주도한 원고도 피고들에게 연대보증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연대보증계약 역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해 무효"라고 덧붙였다.
신동아 그룹 최순영 회장은 97년말 IMF외환위기때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동아건설 등 계열사에 대한 채무상환을 강력히 요구해 연쇄부도가 예상되자 대한생명으로부터 신동아그룹 계열사들이 자금을 대출받고 그 돈으로 계열사들이 신동아건설 등의 증자주식을 인수하고 증자회사인 신동아건설은 그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1조2천9백90억여원을 지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