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집무실 겸 주거로 사용하던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23층을 호텔측에 돌려줘야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주)대우개발로부터 호텔을 인수한 (주)CDL호텔코리아가 “대우개발의 당시 대표이사가 합리적 이유없이 호텔 중 가장 가치가 높은 23층을 25년이라는 장기간 염가로 임대한 것은 배임이며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김 전 회장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청구소송(2007가합939)에서 “호텔 A동 23층을 인도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5년간 호텔 23층을 김 전 회장에게 임대하는 계약은 당시 회장이었던 피고에게 집무실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김우중 개인에게 집무실 공간에 대한 사실상의 종신무료임차권을 부여한 것”이라며 “호텔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23층을 처분하는 중요재산 처분행위인데도 당시 대우개발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대우그룹은 해체수순을 밟고 있던 상황이어서 피고가 대우그룹 회장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투명했고 또 특별협약의 체결을 통해 해외도피생활 중에도 임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23층을 25년간 임대하는 계약은 대우그룹의 회장이라는 공식적인 직책과는 무관하게 김 전 회장 개인에게 일종의 재산상 특혜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당시 피고가 대우그룹의 회장이었고, 대우개발의 회장은 피고의 처였으며 또 피고가 특별협약을 통해 23층에 대한 임차권을 유지하려 했던 점에 비춰볼 때 임대차계약은 대표이사의 배임행위라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의 소유자였던 대우개발은 지난 99년께 김 전 회장과 호텔A동 23층 부분에 대해 25년을 기간으로 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호텔을 인수한 CDL코리아는 “사정변경원칙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해 호텔 23층부분을 명도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