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거래법은 제16조 제1호에서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거래나 행위에 따른 채권?채무를 결제할 때 ‘상계 등의 방법으로 채권ㆍ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결제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그 방법을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9조 제1항 제6호에서 제16조 제1호에 따른 신고의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른 처벌의 대상은 ‘채권?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결제방법’ 중에서 ‘상계 등의 방법’에 의한 것이므로, 채권?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에 해당하더라도 ‘상계 등의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여기에서 정한 결제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1호는 채권?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결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례로서 상계를 규정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외국환거래법 규율영역의 복잡다양성 등을 고려하여 그러한 규정형식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규정이 형벌법규에 해당되는 이상 그 의미를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내지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1호 소정의 ‘상계 등’이란 채권?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결제방법 중에서 법률적으로 상계와 일치하지는 아니하지만 상계와 유사한 개념으로서 상계와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거나 적어도 상계라는 표현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할 만큼 유사한 행위유형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환거래법이 이와 같이 상계 등의 결제방법에 대하여 신고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허위의 채권?채무를 내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외환을 불법적으로 유출하거나 유입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어떠한 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1호 소정의 ‘상계 등의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그 거래로 인하여 외환의 불법적인 유출 또는 유입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 피고인들이 석유화학제품의 국제거래를 하면서 이른바 북아웃(Book Out, ‘A-X-A'와 같이 2당사자 사이의 거래가 순환되어 실물이동을 생략하는 방식), 써클 아웃[Circle Out, 'A-B-C-X-A'와 같이 3당사자 이상의 거래가 순환되어 중간거래당사자(B-C-X)간의 실물이동을 생략하는 방식], 쑈튼 체인[Shorten Chain, ’A-B-C-D-E'와 같이 거래가 순환되지는 않으나 거래체인이 길어져 중간 단계(B-C-D)의 실물이동을 생략하는 방식)] 등으로 말미암아 거래가 순환되는 경우 또는 거래체인이 길어지는 경우 실물인도를 포함한 거래관계를 간편하게 종결하기 위하여 각 거래당사자의 의무를 면하게 하고 당사자가 설정한 기준가격(basic price)과 실제 거래대금(original price)의 차액만을 정산하는 것으로 기존계약을 해소한 것은, 그 거래에서 목적물인도의무를 금전지급채무로 변경하여 이러한 금전지급채무와 매매대금 지급채무를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그 거래로 인한 이익 내지 손실의 정산 외에는 모든 계약상의 의무를 해소하여 더 이상 이행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 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1호 소정의 ‘상계 등의 방법으로 채권ㆍ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결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