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2. 예금계약 체결 후의 예금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와 예금의 인출 및 인출된 자금의 관리에 관한 사정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인 법률관계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을 예금계약 당사자 해석에 관한 근거자료로 삼는 것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섣불리 그와 별개인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 관계에 반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법의 입법취지 및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에 반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정하려는 것이므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실명법에 의하여 예금명의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을 작성함으로써 그의 명의로 예금계약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하고, 그에 이르지 아니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에 의하여서도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
(이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고,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가 있는데도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합의는 강행규정 위반으로서 무효이며, 이 경우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1인의 별개의견이 있음).
☞ 원고의 남편 갑이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 은행과 사이에 원고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취지를 원고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서에 기재하는 등으로 원고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원심이 원고와 갑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자금 출연경위,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의 등록?관리와 예금의 인출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갑과 소외 은행 사이에 갑을 예금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고 보아 갑이 예금주라고 판단한 것은,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