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ㆍ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ㆍ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ㆍ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고,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ㆍ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1.항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채권자를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ㆍ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원고들의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형법 제124조)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여 재심이 개시되었고, 동일한 사건의 관련 피고인이 재심에서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등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자료가 제출되었으며, 이러한 증거자료와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유죄 증명을 위한 증거들 및 관련자 진술서 등에 의하면, 당시 원고들 및 사건 관련자들이 범죄 혐의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거나 위압적인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 등을 하였고, 나머지 유죄 증명을 위한 증거들은 증명력이 부족하거나 단순한 정황 증거에 불과한 사정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