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가 제3자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한 사안에서, 원고가 그 명의대여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를 기각한 사안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미용용품 등의 물품을 공급하고 피고로부터 물품대금 중 1344만882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1344만88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피고가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김◎◎에게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자기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의 상호를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상 상법 제24조에 따라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되므로, 물품대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피고가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
피고가 '○○ 글로벌'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실, 원고가 공급받는 자를 피고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① 원고는 김◎◎의 요청으로 이사건 물품을 공급하였고, 김◎◎과의 교섭을 통해 구두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인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물품 거래 과정에서 김◎◎과만 연락을 하였고 피고와는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점, ③ 피고는 명의를 빌려달라는 김◎◎의 요청으로 자신 앞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기는 하였으나 영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는 피고가 아니라 김◎◎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가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고,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바,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위와 같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참조). 피고는 김◎◎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 글로벌'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와 같은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데 중과실이 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① 원고는 이 사건 거래 시작 당시나 이 사건 거래기간 동안 피고를 만난 적이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 점, ② 원고는 김◎◎을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이 사건 물품거래와 관련하여 김◎◎과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을 주고 받았던 점, ③ 원고는 계좌 명의나 사업자명의가 김◎◎이 아닌 피고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김◎◎과 피고가 부부관계라고 생각하여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김◎◎이 피고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차용하여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명의가 피고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 김◎◎에게 확인을 하는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위 명의대여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명의대여사실을 모른 데 중과실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어 결국 원고의 명의대여자책임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