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한 행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년경 같은 버스에 승차하고 있던 피해자가 하차를 위해 버스 단말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피고인의 휴대전화기의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나. 이 사건 동영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 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1)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 16851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관한 법리 내지 사실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 부분과 손, 그 리고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였다.
② 이 사건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버스에서 하차하기 위하여 뒤쪽 출입문 옆에 서 있었고, 피고인은 위 출입문의 맞은편 좌석에서 피해자의 뒷모습을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피해자의 우측 후방 모습을 촬영하였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아니하였다.
③ 이 사건 동영상은 피고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하였다.
④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한때 유행하였던 몸에 딱 붙는 청바지(이른 바 ‘스키니진’)는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와 소재의 색깔이나 질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 신체에 밀착하여 몸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하여 이동하였다. 따라서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⑤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하여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⑥ 한편,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압수되어 디지털분석 대상이 되었는데, 그 결과 추가로 입건된 영상은 없었다.
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