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말한다(대법원 2004년 7월 15일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은 병역기피로 인해 2008년 12월 18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2011년 3월 29일에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피고인은 입영일자를 잊어버렸거나 착각하였다고 진술했는데, 이 사건 입영일자 전인 2011년 6월 29일과 같은해 8월 9일 두 차례 입영연기신청을 하여 연기허가를 받았고, 특히 8월 9일 입영연기신청을 하면서는 이 사건 입영일자인 2011년 9월 5일에는 꼭 입대하겠다는 취지의 병역의무이행각서를 작성하면서 입영일자가 기재된 상근예비역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했다.
병무청 담당직원은 이 사건 입영일인 2011년 9월 5일 15시30분 경 피고인에게 전화해 오후 5시까지 입영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그러자 피고인은 ‘입영일로부터 3일까지는 입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내일까지 입영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으며, 담당직원은 피고인에게 천재지변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입영 당일에 입영해야 한다고 하면서 몸이 아프다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피고인은 그런 내용은 없다고 대답한 사실 등 대화의 경위나 대화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춰 볼 때, 병무청 담당직원의 태도는 입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조속히 입영하라는 권유나 독촉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피고인도 지연입영이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았을 수 있는 점, 피고인은 입영일로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병무청 담당직원 등에게 부득이한 사정이 있음을 밝히고 구제와 선처를 호소하는 등 입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나 노력을 했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처음부터 입영할 의사가 없어 병무청 담당직원으로부터 지연입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연입영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 경우 병무청 담당직원이 입영기일 연기 등의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