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의료업무는 그 공익적 성격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공법적 제한이 따르고 있으나, 그 제한 외의 영역에서 개업, 휴업, 폐업, 의료기관의 운영방법 등은 의료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는 것이고, 그와 같은 자유를 바탕으로 한 경쟁을 통하여 창의적인 의료활동이 조장되고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이익도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비록 구성사업자인 의사들 모두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에서라고 하더라도 구성사업자들에게 본인의 의사 여하를 불문하고 일제히 휴업하도록 요구하였고 그 요구에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율의 영역에 속하는 휴업 여부 판단에 사업자단체가 간섭한 것이고, 그 결과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사유로 집단휴업 사태를 발생시키고, 소비자 입장에 있는 일반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큰 지장을 초래하였으니, 그와 같은 집단휴업 조치는 의사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원고의 행위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별개의견 : 대법관 조무제, 유지담, 배기원)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같은 조항에 규정된 다른 규정과 비교 고찰할 때 그 조항에서 사용된 문언이 일상생활 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통상의 용어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경우에는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가 입법목적에 반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의 규정도 기본적으로는 그 법률조항에서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법률조항 상호의 관계, 법이 그 규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조항인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를, 그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 의미로 해석할 때, 동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자 단체가 가격, 거래조건, 고객, 설비, 개업, 영업방법 등에 관하여 동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행위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에 대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인 데 반하여, 동법 제26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자단체가 경쟁과 직접적인 관계없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해함이 자연스럽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관련조항의 합목적적 해석상 동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의 해당요건으로서 ‘부당한 제한행위’ 외에 ‘자유공정경쟁제한’이란 사정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본다. 사업자단체가 하는 행위 중 사업자단체의 구성사업자에 대한 행위는 그 단체가 사업자와 같은 지위에서 대(對) 소비자 관계에서 하는 행위와는 달라서 그 행위 자체가 바로 경쟁제한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영향을 받은 구성사업자가 소비자에 대한 관계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때 비로소 경쟁제한의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므로, 구성사업자나 사업자단체의 대 소비자 관계의 규율에서 항상 직접 경쟁저해행위를 방지할 근거와 필요가 있는 것과는 달리, 동법 제26조 제1항 제3호와 같이 소비자와 직접 관련됨이 없는 사업자단체의 구성사업자들만에 대한 행위의 규율에서는 반드시 경쟁저해방지를 요건으로 삼아야 할 근거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동법 제26조 제1항 제3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함에 있어 사업자단체의 제3호 해당행위가 경쟁제한을 초래한다는 사정을 주장·입증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그 규정은 주장·입증책임 분배의 측면에서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아울러 생각해 볼 때, 법문에 명정되지 아니한 경쟁제한금지를 위한 요건을 해석상 부가한다고 하면 심리의 실제에 있어서 혼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규제할 것인지, ‘경쟁제한의 결과가 되는 행위’가 규제되어야 할 것인지,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도 규제해야 할 것인지 등 부가될 수 있는 요건이 다양하게 상정될 수 있어서 그에 따른 적용범위에서 차이가 나게 될 터인바, 그 결과는 사업자단체의 행위를 규제하는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법문에도 없는 막연하고 부당한 주장·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으로서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요컨대, 제3호의 요건으로서 경쟁저해방지에 관련된 요건은 부가할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또, 반대의견처럼 이 사건 원고의 행위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항의에 그 목적이 있을 뿐 의사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여 이윤을 더 얻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의 집단휴업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사업자단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이 사건 시정명령의 당부 판단에서는 법문 그대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임을 입증하면 충분하다고 하겠으므로, 원심판결의 이유설시에 부적절한 바가 없지는 않으나 그 결론은 옳고 거기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준 증거법칙 위반, 법리오해 등의 위법사유가 없으며, 또한,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13794 판결은 변경될 것이 아니라 하겠다.
(반대의견 : 대법관 송진훈, 변재승, 윤재식, 이용우, 이규홍)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려는 등에 있고(제1조), 한편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로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원래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단체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의 내용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구성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데에 있는 것인바(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두175 판결 참조), 사업자단체의 행위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의 목적과 사업자단체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당해 사업자단체의 설립목적과 성격, 구성사업자의 지위, 당해 행위의 목적과 의도 및 태양, 효과와 영향, 구성사업자에게 미치는 구속력의 정도 등을 종합하는 한편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직접적인 이윤동기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그것이 구성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일반적으로 여기에 해당되는 행위 유형으로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업자단체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가격, 고객, 설비, 개업, 영업방법 등에 대한 제한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그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에게 휴업을 하도록 통보한 것은 2000. 7. 1.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실시된 ‘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를 둘러싸고 의약분업제도의 보완과 의료수가의 현실화 등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열리는 이 사건 의사대회에 다수의 의사들이 참가하도록 독려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원고의 행위의 목적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항의에 있는 것이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여 이윤을 더 얻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위 ‘부당성’의 판단기준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항의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구성사업자 상당수로 하여금 영업의 기회를 포기하게 하였다는 점을 들어 바로 원고의 행위를 구성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나아가 이는 사업자단체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가격, 고객, 설비, 개업, 영업방법 등에 대한 제한 등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사업자단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다수의견의 별개의견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제3호가 ‘부당하게 제한하는’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착안하여, 제3호는 사업자단체가 경쟁과 직접적인 관계없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해함이 자연스러우므로 제3호의 해당요건으로서 ‘부당한 제한행위’ 외에 ‘자유공정경쟁제한’이라는 요건은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집단휴업을 하게 한 원고의 행위는 그 자체로 위 제3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의 이유설시에 부적절한 바가 없지 않으나 그 결론은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 제1호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이라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제3호가 ‘부당하게 제한’이라고만 규정하여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를 위법요건으로 명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제3호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경쟁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어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데 불과한 것이지 별개의견의 해석처럼 이러한 요건을 완전히 배제한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고, 또한 앞서 본 공정거래법의 직접적인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제3호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경쟁저해성’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어서 이를 기준으로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부당하게’라는 법문의 의미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법문에 없는 새로운 요건을 부가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별개의견 : 대법관 손지열)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에 있음에 비추어(제1조), 동법 제26조 제1항이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그와 같은 행위가 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제3호의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저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한 것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에 관한 제한, 예컨대 경쟁제한적 요소가 전혀 없는 회비징수, 회의참석, 영업내부의 경영방식(회계방법, 노무관리 등) 등에 관한 제한은, 다른 법에 의한 규제는 별론으로 하고, 그 본질상 공정거래법의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사업자단체의 결의가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 위 법규정의 부당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설시한 것은, 사업자단체의 구성사업자에 대한 제한이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사업자 사이의 경쟁제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이 발동될 필요도 없고 발동될 수도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표현하는 것일 뿐, 별개의견이 이해하는 것처럼 법이 정하는 요건에 경쟁저해방지라는 별도의 요건을 부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와 같은 집단휴업 조치는 구성사업자의 의사에 불구하고 의료기관을 폐문하고 의료활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반대의견 스스로 설시하는 ‘개업’ 내지 ‘영업방법’에 관한 제한이거나 이에 준하는 제한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 그 제한의 내용이 의료기관의 내부운영방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객인 일반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중단을 포함하고 있는 이상 그 제한이 경쟁제한적 요소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집단휴업 조치의 목적이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집단휴업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이익 증진과 무관한 순수한 공익적 활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판단의 전제로, ‘사업자단체의 결의의 내용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구성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비록 제한행위의 내용이 경쟁제한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제한행위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효과, 구속력의 정도 등에 비추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 법규정에서의 제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나(다만 반대의견도 별개의견에 대한 반론 부분에서는, ‘위 제3호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경쟁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설시한다), 다수의견은 제한행위의 내용이 경쟁제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즉 반대의견의 표현을 빌린다면 ‘경쟁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라면, 그 제한의 정도 여하를 불문하고 일단 위 법규정의 규제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고, 다만 그 제한행위의 ‘부당’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제한행위의 구체적인 목적이나 효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를 발생시킨 정도 등을 고려하되, 이 경우에도 경쟁의 저해 여부를 유일의 판단요소로 하는 것이 아니고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물론 사회통념상 요청되는 여러 판단요소들과 더불어 하나의 판단요소로서 경쟁저해의 정도를 고려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의 견해와는 약간 취지를 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