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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서울고등법원 2018누73364 해임처분 취소 청구의 소
2018누73364 해임처분 취소 청구의 소 [제3행정부 2023. 2. 9. 선고] <일반> □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5. 11. 24. A방송공사의 사장으로 임명(임기 3년)되었는데, A방송공사 임시이사회는 2018. 1. 22. 이사 11명 중 6명의 찬성으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였고, 이에 피고가 2018. 1. 23. 원고를 해임함 □ 쟁점 - 해임제청안 의결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 - 해임처분 사유의 인정 여부 □ 판단 - 피고는 2017. 12. 29.경 당시 야권 성향 이사를 업무추진비 사적용도 사용 등의 사유로 해임하고 그 대신 당시 여권 성향의 이사를 임명하였으며, A방송공사 이사회는 2018. 1. 22. 이사 11명 중 당시 야권 성향의 이사 4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6명의 찬성(1명은 기권)으로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함. 그런데 그 무렵 정치권에서 작성된 문건 내용 및 실제로 해당 문건과 유사하게 당시 야권 성향의 이사가 해임되어 이사회 구성이 변경된 다음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이 이루어진 점, 당시 야권 성향 이사 해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사후에 확정판결을 통하여 취소되었는바, 위 이사에 대한 해임이 없었다면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이 가결되었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 대한 해임제청 과정에는 절차적 위법이 있음 -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로 ① 지상파 재허가 심사결과 최초로 합격 점수 미달과 조건부 재허가, ② A방송공사의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 ③ 파업사태를 초래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여 직무 수행능력 상실, ④ 졸속으로 추진한 조직개편으로 조직 내 반발과 갈등 초래, ⑤ 방송법 등을 위반한 인사처분 남발, ⑥ 상위직급 과다 운영 등 인력운영 부적정, ⑦ 허위 또는 부실보고로 이사회의 심의·의결권 침해, ⑧ 기타 개인 비리 의혹을 들고 있음. 비록 위 ①, ②, ③, ⑤ 사유는 원고에게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이 가볍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해임을 면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움 - 따라서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함 (원고승)
KBS
사장
해임
2023-04-19
민사일반
[민사] 대구지법 2022년 1월 27일 선고 2019가합205071
손해배상(기)
트램펄린 놀이시설을 이용하다가 점프 후 머리부터 착지해 사고를 당한 원고가 영업장 운영자를 상대로 공작물의 하자에 의한 손해배상, 일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방호조치의무 위반, 사고발생 방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 A는 피고가 관리·운영하는 트램펄린장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이고, 원고 B는 원고 A의 모친이다. 2) 피고는 스포츠센터 운영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대구에 있는 E백화점의 □□□ 대구 E점(이하 '이 사건 영업장')을 관리·운영하는 회사이다. 나. 사고의 발생 1) 원고 A는 2019년 3월 10일 이 사건 영업장에서 놀이를 하다 같은 날 오후 8시경 위 영업장 내 트램펄린에서 점프를 했고, 이후 그 트램펄린 옆에 있는 폼핏존(Foam Pits Zone)에 머리로부터 낙하해 착지하게 됐다. 2) 이로 인해 원고는 2019년 3월 26일 대학병원에서 '(주)척수 손상, (의증)신경성 배변, (의증)신경인성 방광, 신경병성 통증'의 병명으로 진단을 받고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이하 '이 사건 사고'). 2.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트램펄린장인 이 사건 영업장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폼핏존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내용의 안전수칙을 게시하지 않았고, 당시 현장에 있던 안전요원이 원고 A의 점프 행위를 제지하지 않는 등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방지해야할 조치 또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이 사건 영업장을 설치·보존함에 있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민법 제758조 1항 공작물의 하자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민법 제750조 일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36억3030만3246원, 원고 B에게 위자료 1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공작물의 하자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가) 관련법리 (중략) 나)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트램펄린장의 공작물인 트램펄린 또는 폼핏존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위 공작물 설치·보존자인 피고가 그 위험성이 비례해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폼핏존은 가로 면 상단부에 실내 클라이밍 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봐 위 클라이밍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추락 등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됐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위 폼핏존은 이 사건 영업장을 이용하는 고객 중 유아들이 그 폼핏존 내의 스펀지를 가지고 놀기 위해 종종 이용했던 장소인 것으로 보인다. ② 그런데 폼핏존은 가로 약 530㎝~600㎝, 세로 약 350~400㎝ 정도의 직사각형 형태였고, 깊이는 바닥에서부터 상단부까지 약 65㎝ 정도였으며, 그 내부에 사면이 약 20㎝ 정도인 정사각형 형태의 스펀지가 위 65㎝ 이상 가득 차 있었으므로, 위 클라이밍 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거나, 유아들이 스펀지를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췄던 것으로 보인다. ③ 위 폼핏존 바닥에는 두께 약 13㎝ 정도의 스티로폼이 깔려 있었고 그 바로 밑에 두께 약 10㎝ 정도의 나무 합판이 설치돼 있었으나, 위 클라이밍 시설에서의 추락으로 인한 충격은 스펀지를 통해 충분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한편으로 성인이 폼핏존 상단부에서 바닥 면까지 도약해 낙하하는 과정에서 바닥 면에 닿게 되는 다리 부분에 큰 충격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폼핏존 옆의 그물망에 '다이빙 금지'와 같은 안전표지가 설치돼 있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영업장 내 입구 쪽 통로에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부상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트램펄린 매트 위에 착지 시에는 발, 등, 엉덩이로 안전하게 몸을 던져달라'라는 등의 안전수칙이 게시돼 있었다. ⑤ 그렇다면 위 폼핏존은 클라이밍 시설을 이용하는 평균적인 성인 또는 폼핏존 내에서 놀이를 하는 유아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정도의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췄다고 볼 것이다. ⑥ 한편 이 사건 사고는 아래 '2) 나)'부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고 A가 위 폼핏존 바로 옆의 트램펄린에서 10회 정도 도약을 위한 점프를 하다가 의도적으로 폼핏존으로 힘껏 점프해 약 45도의 각도로 머리가 비스듬하게 아래를 향한 상태로 낙하해 바닥에 부딪혀 발생하게 된 것으로, 트램펄린 또는 위 폼핏존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않은 이례적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위 인정 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들로부터 추론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춰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영업장 내 트램펄린 또는 폼핏존이 그 공작물의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피고가 위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2)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가) 관련 법리 (중략) 나) 구체적 판단 (중략)앞서 든 각 증거들로부터 추론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춰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이 사건사고 발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 결과 회피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가사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더라도, 원고 A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취한 점프 및 착지 모습에, 원고 A가 팔을 몸통에 일자 형태로 붙인 형태로 그와 같이 점프 및 착지함으로써 자신의 머리 및 척추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형태로 2회에 걸쳐 점프 및 착지했던 점, 척추 중경추 및 흉추 부위는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이 밀집된 곳으로 우리 몸에 있어 극히 중요한 부위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나. 소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공작물하자
방호조치의무
설치보존상하자
2022-03-24
헌법사건
헌법재판소 2021년 10월 28일 2021헌나1 각하
법관(임성근) 탄핵
◇ 판시사항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탄핵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 결정요지 ◇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요지] 1. 이 사건에서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해 살펴본다. 가.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할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지만, 이 권한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그 요건과 절차를 벗어날 수 없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결정을 통해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탄핵심판의 목적원리이지만, 이를 추구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이 정해놓은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탄핵심판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절차적·도구적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도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탄핵심판의 이익이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정하여 탄핵심판의 본안심리에 들어가 그 심리를 계속할 이익이다. 이것은 본안판단에 나아가는 것이 탄핵심판절차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이를 통해 무익한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이 통제되고, 탄핵심판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가 설정된다. 탄핵심판절차는 파면결정을 선고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파면을 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면 심판의 이익은 소멸한다. 나.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의 명문의 규정에 부합하여야 하고, 파면결정을 통하여 공직을 박탈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피청구인에게 그 임기 동안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의 관점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탄핵심판은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심판이익의 존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하여 그 결정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이나 권력분립의 측면에서도 헌법질서에 부합할 것을 요구받는다. 다.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과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선고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해당 공직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전직이 아닌 ‘현직’을 의미한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탄핵소추의결서 송달 이후 사직이나 해임을 통한 탄핵심판 면탈을 방지’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해당 공직 보유가 탄핵심판에 따른 파면결정의 선결조건임을 방증한다.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4항 전문은 1948년 제정헌법 제47조로부터 현재까지 같은 내용으로 유지되어 왔다. 1948년 제헌 당시의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대통령 등 일정한 고위공직자는 그 직을 유지한 채 민·형사재판을 받기 어렵고, 그 직을 유지한 채 징계하는 것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해당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느냐 또는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탄핵제도의 본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라.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을 위반하는 경우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공직박탈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현된다. 탄핵소추절차는 국가기관 사이의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견제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사법절차’에 의하여 ‘법치주의’에 따라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는 ‘규범적 심판절차’이다. 마.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구성되어야 하고,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은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의 원천이 된다. 국가기관에 임기를 두는 것은 민주주의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 일정한 주기를 둠과 동시에 그 임기 동안 대의제에 따른 독자적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헌법에서 법관에 대하여 임기를 둔 취지도 같다. 법관 임기제에 관한 현행 헌법은 1948년 제정헌법에서 유래하였다. 1948년 제헌 당시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헌법제정권자는 ‘법관은 임기 10년 동안 신분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그 10년이 지나면 임기만료와 연임제도를 통해 사법의 책임을 달성함’으로써, 법관 임기제를 통해 “일종의 청신한 민주주의의 공기를 불어넣어보려고 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법관 임기제는 사법의 독립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위해 법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소멸시키는 ‘일상적 수단’이다. 반면, 법치주의의 특별한 보장자로서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역할을 분담하는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는 ‘비상적 수단’이다. 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국회는 2021. 2. 4.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한 후 같은 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청구를 하였고, 피청구인은 2021. 2. 28. 임기만료로 2021. 3. 1. 법관의 직에서 퇴직하여 더 이상 해당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에 따라 본안심리를 마친다 해도 파면결정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공직 박탈의 관점에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임기만료라는 일상적 수단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상실되었으므로,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도, 탄핵이라는 비상적인 수단의 역할 관점에서도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 2. 다음으로, 탄핵심판이익에 관한 ‘청구인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이 파면결정의 효력으로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임기만료 퇴직의 경우에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미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인 공직 취임 제한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왔고, 그 내용에도 몇 차례 변화가 있었던 점을 종합하면, 이 효력은 헌법상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파면결정에 따른 공직 취임 제한은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 제한을 금지하는 헌법 제13조 제2항의 적용영역에 있고, 그 제재의 내용은 형법상 자격정지의 형벌에 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엄격히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거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을 ‘임기만료로 퇴직한 사람에게 파면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도록 유추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해석의 한계를 넘어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을 고려할 때,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것은 탄핵심판청구를 부적법하게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임기만료 퇴직은 법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지므로,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은 공무원 신분의 박탈과 다르다. 헌법 제106조 제1항, 법원조직법 제46조 제1항, 법관징계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이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 전 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위 조항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도 탄핵사유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1) 기속력은 헌법재판이 지니는 헌법수호라는 객관적 목적의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 소송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확정력을 넘어 법원을 포함하여 모든 국가기관에까지 그 구속력을 확장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 또는 권한침해 상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간다. 이것은 위 절차들의 일정한 결정에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의한 ‘기속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75조 제1항, 제6항). 기속력 있는 인용결정의 가능성을 상정하여 본안판단에 앞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본안심리 결과 기각결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질서나 법질서의 객관적·합일적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에 관한 국회의 파면 요구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로서 그 구속력을 확장할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에서 볼 때, 파면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탄핵사유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하기 어렵다. (2) 청구인의 주장처럼 파면결정의 일부에 해당되는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부과하여 책임을 묻는 절차에서는 그 행위의 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행위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될 경우 행위의 법 위반 여부만을 별도로 확인하는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면소판결 및 공소기각의 판결과 결정이 그러하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2건의 탄핵심판 선례에서, 두 사건 모두 피청구인에게 직무집행상 위헌·위법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이란 단일주문을 선고하였을 뿐, 위헌·위법확인 여부만을 독립적으로 선고하지 않았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만을 목적으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즉, 국회의 의결로써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 것이 적법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되어버려 권한쟁의심판과 같은 내용이 되는데, 이것은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3)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재판관 이미선의 각하의견 요지] 1. 우리 헌법에 규정된 탄핵심판제도는 국민으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하여 그 권한을 박탈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앞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훼손된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그 목적과 기능으로 하는바, 이는 통상의 사법절차를 통한 책임의 추궁과 구별된다. 특히 헌법과 법률은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있는 경우 당연퇴직 등 그 공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음에도 이와 더불어 탄핵심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이 탄핵심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치주의원리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공직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징계제도는 공무원의 신분상 이익을 박탈하여 공무원 관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속성상 해당 공무원이 재직 중인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지만, 탄핵은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그 본질상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중 계속해서 해당 공직을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 각하 다수의견은, 헌법의 해석에 의하면 탄핵심판의 본안판단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규정의 해석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헌법이 피청구인의 해당 공직 보유를 탄핵심판절차 유지의 전제조건으로 확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다만, 헌법은 탄핵심판의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에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인데,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는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먼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심판청구 기각’은 구 탄핵재판소법부터 이어진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공소기각’의 의미를 갖는 ‘소추기각’이 그 내용의 본질적 변화 없이 ‘소추’ 대신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을 기화로 그 용어만 ‘청구기각’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심판청구’ 기각의 의미는 실체재판이 아닌 형식재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위 조항의 ‘파면’ 역시 관련 법조항의 유기적 해석을 종합해 볼 때 징계처분에 의한 파면과 같이 별도의 조치에 따른 강제적인 공직 박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밖에,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 계속 중에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에 있어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탄핵결정의 주문으로 파면만을 규정할 뿐 위헌 내지 위법확인에 관한 주문을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헌법재판소법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탄핵소추를 받은 공직자가 탄핵심판 절차 진행 중 어떠한 사유로든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것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 때 주문은 형식재판을 요구하는 그 취지대로 ‘각하’ 주문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3. 더불어 이 사건 탄핵심판의 결론을 떠나 헌법상 탄핵심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맞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임기만료 즈음에 행해지거나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만료로 퇴직하는 경우 또는 탄핵소추대상자 중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되는 경우 등에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계속 중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판단을 거쳐 위헌확인을 할 수 있도록 정비함으로써 탄핵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효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탄핵소추대상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행해진 뒤 오랜 기간이 지나 탄핵소추가 이루어질 경우 관련 증거가 소멸되어 탄핵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대상자의 지위도 불안정하여 오히려 그 직무수행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재임이 예정된 법관 등은 탄핵소추의 시효제도 등을 통해 그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규정과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탄핵의 소추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탄핵제도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 내에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요지] 헌법 제65조의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가 그 지위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법적 책임을 추궁받는 제도이므로,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더 이상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때 피청구인은 탄핵심판에서의 피청구인자격을 상실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하여 임기제와 연임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관의 임기제·연임제와, 법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탄핵제도와의 관계에 관하여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서도 이를 규율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미 법관의 임기제·연임제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므로,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한다고 하여 탄핵제도를 둔 취지가 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독립된 절차이므로, 탄핵소추 당시 피청구인이 공직에 있어 적법하게 소추되었더라도 탄핵심판계속 중 그 직에서 퇴직하였다면 이는 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법관의 신분을 상실한 2021. 3. 1. 그 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 요지] 1. 심판의 이익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계속 중인 2021. 2. 28. 임기가 만료되어 법관직에서 퇴직하였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임기만료 근접 시기에 이루어진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며,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한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게 된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여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 사건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2. 피청구인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먼저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인지 본다. 피청구인은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의 재판업무 외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의 배당 주관자이자 중요사건 보고의 사실상의 중간결재자로서 중요사건의 접수나 종국 등 진행상황 보고를 위한 현황 관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사건에 관한 공보관의 홍보업무 지휘와 같은 사법행정상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지위에서 중요사건 보고나 법원 홍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기회에 탄핵소추사유에 기재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지휘,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하였다. 이는 모두 피청구인이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던 기회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본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헌법 제103조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보장과 더불어 법관이 외부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는 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다만 우리 헌법은 법관에 대해서 위 헌법 제103조 외에 직무수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무나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는 재판의 공정성이 법관에 대한 특정한 의무 부과나 행위의 금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법판단을 보장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법관이 행하는 사법작용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재판작용을 통해 법질서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사법의 힘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는데서 나온다. 따라서 법관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전제조건이 무너지게 된다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부 독립의 제도적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헌법 제103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관의 책임 속에는 법관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침해하지 않을 책임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을 책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에 대한 신뢰와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과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판단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한 재판과정, 즉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하였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이 사건 당시 피청구인은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분담이나 법관 평정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법관들의 사무분담이나 평정과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피청구인은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지위에 있으면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위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하거나, 담당 재판장이 보내 준 구술본 말미 파일의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개입하였다. 또한,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의 주심판사에게 공판절차회부에 관하여 재고를 요청하여 결국 공판절차회부 대신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하였으며,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에게도 이미 선고하여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판결서의 주요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하여 판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모두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다. 마지막으로 피청구인의 헌법위반이 중대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에는 중대한 법위반이 된다. 그런데 피청구인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피청구인은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과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그리고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재판에 적극 개입하였다. 피청구인의 재판개입이 이처럼 여러 사건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피청구인의 재판독립 침해행위가 일상적으로 행하여졌다는 강한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또한,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은 실제 재판결과와 모두 일치한다. 이는 피청구인이 요구한 사항이 실제 재판에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피청구인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였다는 의심을 강화시킨다.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되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위상 강화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기사가 문제된 이 사건은 한·일 외교 문제나 대통령의 명예가 걸려 있어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이 사건의 진행상황이나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에 대해 상당 부분 공유하였고, 사건 진행 초기부터 피청구인을 통해 해당 재판부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피청구인에게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였다. 피청구인을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재판에 임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도록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적·물적 시설을 확충하여 이를 지원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그러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의사가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재판의 개입행위에 나아갔고,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는 사법부 내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재판 업무에 사법행정 담당자가 개입하여 그 영향력 아래 재판하도록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관료화된 수직적 구조의 사법행정조직이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하는 순간 재판의 독립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사법부 내의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재판의 진행이나 판결의 내용에 개입한 것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여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이므로, 그 위반이 중대하다. 3. 재판의 독립을 위협함으로써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 사법부 내 고위직이나 정치세력의 재판개입이 재판의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로 잡아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이 2021. 2. 28.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그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가 단순한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함에도 파면할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 파면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는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중대한 법위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과는 다른 판단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요지] 1. 심판의 이익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리 헌정사에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헌법적 결단은 제헌헌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정부수립 전후의 전쟁과 분단이라는 재난, 이후 약 30년간 이어진 군사정부와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사법권 독립에 대한 위협은 심각하였고, 특히 권위주의 체제하에서의 정치권력과 사법행정권력의 친화성, 사법부의 권위적 위계구조와 내부 민주주의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정치권력과 법원 내부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대한 차이를 서로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행히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과 노력의 결실로 현행 헌법체제가 탄생하였으나, 여전히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관인사제도의 위계 서열화에 따라 사법작용에 대한 사법행정의 우위 현상은 한층 심화되었다.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관여 사건과 그 이후의 진행경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판사회의를 통한 명백한 재판권 침해라는 의견표명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하였다. 만약 당시 사법부 내의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의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임기만료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임기만료’라는 외견상의 현상과 결과만 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그 기초가 되는 제도의 취지, 연혁 및 전개과정에 관한 위와 같은 헌정사적 배경을 검토하여야 한다.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는 법관의 책임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헌·위법행위에 대하여 임기만료 이후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오히려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것을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본질적 영역의 보호와 이를 침해하는 행위 사이의 규범적 경계가 설정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반드시 본안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고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2. 본안에 관하여 살펴본다. 독립된 법원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법권 독립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인권에 관한 모든 국제적, 지역적 협약뿐만 아니라 각국의 헌법에서도 명문의 규정이나 일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사법부 내부에서의 법관 독립의 중요성은 보편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법관의 직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판단 영역에 있어서 그 어떤 명목의 개입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피청구인은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소속 법원 법관들이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 없이 사실에 입각하여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고, 오히려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재판의 구조와 외관을 공정하게 형성하여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요청도 무시하였다. 이는 국제법규범의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각각의 행위태양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이 반복된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볼 때 그 위반의 정도는 헌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다. 사법의 독립과 공정성은 재판의 구조와 외관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는 사법권의 주체인 법관들과 사법행정권자의 지속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에 대한 확인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추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우리 사법의 제도적 근간과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로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하여 이 사건 탄핵심판이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 대하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임성근
탄핵
법관
2021-11-04
민사일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 업무상의 사유 그 자체 또는 업무상의 재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기준 ◇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 그 자체 또는 업무상의 재해로 말미암아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 행위선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져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근로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참조).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재해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참조). ☞ 망인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사고로 하반신마비 등으로 산재요양승인을, 이후 하반신 마비로 인한 욕창으로 여러 차례 입원 치료와 수술을 받으면서 욕창으로 1차 재요양 승인을, 우울증으로 2차 재요양승인을 받았음. ☞ 망인은 하반신 마비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체위 변경이 어려워 욕창이 생겼기 때문에 망인의 아내인 원고가 망인을 간병하였음. 그런데 원고는 약 40일간 입원 치료를 받느라 망인을 간병하지 못하였고, 망인은 원고의 퇴원 8일 후 목을 매어 사망하였음. ☞ 대법원은 판시 법리에 비추어 망인이 업무 중 발생한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오랜 기간 하반신 마비와 그로 인한 욕창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우울증이 발생하였다가 자살 직전 욕창 증세가 재발하여 우울증이 다시 급격히 유발·악화되었고, 그 결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결에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음.
근로자
업무상재해
사망
유족급여
장의비
2021-10-28
형사일반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패러글라이딩 체험 레포츠 사업을 영위하는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안전벨트 체결 확인)으로 인하여 글라이딩 중 조종사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금고형(6개월)의 집행유예(2년)를 선고한 사례 1. 범죄사실 피고인은 ◎◎군에서 '○○○○○○패러글라이딩' 이라는 상호의 사업장을 운영하며 피고인이 고용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의 동승 및 조종 하에 손님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레포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고인은 2020년 5월 26일 12시경 위 사업장에서 피고인이 고용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인 피해자 A가 손님인 피해자 B를 패러글라이딩 앞좌석에 탑승시킨 후 이륙하게 되었으면 사업장에 배치한 안전통제요원 혹은 자신이 직접 이륙 전 피해자 A가 패러글라이딩 하네스에 장착된 다리, 허리 벨트를 안전하게 결속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안전통제요원을 배치하지 않고 피고인이 직접 위와 같이 피해자 A의 벨트 결속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륙 시킨 과실로 피해자 A로 하여금 위 벨트를 결속하지 않은 상태로 이륙하여 상공 약 70m 지점 무렵에서 위 하네스로부터 몸이 빠져 나가 추락하여 좌측 팔 절단, 양다리 골절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해자 B로 하여금 혼자서 패러글라이딩을 조종하여 인근 산지의 나무 위로 추락하게 하여 약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패러글라이딩 이륙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피해자 A가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여 피해자 A가 이륙 후 약 3분만에 추락하여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피해자 A와 함께 체험비행을 하던 피해자 B도 패러글라이딩 조종 기술 없이 상공에서 약 4분간 홀로 표류하다가 나무에 걸렸고, 다행이도 신체에 별다른 상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었다. 다만, 피해자 A는 30년의 비행경력을 가진 경험이 많은 조종사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 전적으로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 A의 유족 및 피해자 B와 합의하여 그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아니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으로 2차례 처벌받은 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과실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환경,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의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패러글라이딩
업무상주의의무
주의의무
추락
안전벨트
사망
2021-06-24
민사일반
손해배상(기)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그 주위를 뛰어다니던 다른 어린이와의 충돌을 피하려다가 그네에서 떨어져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은 사안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8년 4월 2일 오후 5시경 울산 북구 ○○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던 중 원고의 주위로 뛰어다니던 김충돌(가명)과의 충돌을 피하려다 그네에서 추락하여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 1번 부위의 폐쇄성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나. 피고는 전부모(가명)와 사이에 전부모의 자녀인 김충돌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가 약관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혀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100,000,000원을 한도로 보상하는 자녀배상책임담보가 포함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10년생인 미성년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병원에 24일 동안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등 기왕치료비로 4,081,900원을 지급하였고, 위 기간 동안 모 김모친이 개호하였으며, 향후치료비는 967,200원으로 예상되고, 김충돌 측으로부터 가지급보험금으로 4,000,000원을 수령하였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김충돌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상해를 입었으므로 김충돌은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피보험자인 김충돌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손해액인 13,684,756원(기왕치료비 4,081,900원 + 향후치료비 967,200원 + 개호비 2,635,656원 + 위자료 10,000,000원 기지급받은 금액 4,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김충돌은 원고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피보험자인 김충돌이 원고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책임의 제한 위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그네를 타던 중 김충돌이 주위에 접근을 해왔음에도 그대로 그네를 탄 과실이 있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사정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김충돌 및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원고의 과실: 20%).
어린이
놀이터
골절
상해
손해배상
2021-01-28
민사일반
채무일부부존재확인, 손해배상(기)
유람선에 탑승하면서 아이스박스를 메고 오르다 승강교레일에 아이스박스 끈이 걸리는 바람에 넘어져서 큰 부상을 당한 원고가 선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본소)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 하자는 없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부주의로 인하여 일어났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 피고(반소) 1)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여객운송업을 하는 원고에게는 승객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게을리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 제14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3)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으로 6035만1013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원고가 피고에게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1) 법리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이와 같은 안전성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다1921 판결 참조). 2) 판단 위 기초사실과 위 각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를 설치하거나 보존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① 원고는 승객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통상 선착장에서 사용하는 이 사건 승강교를 정상적인 위치에 정상적으로 설치해놓았다. ②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은 승객들이 이 사건 선박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지 탑승에 장애가 되는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에는 승객의 신체나 짐이 걸려 탑승에 장애가 될 만한 돌출된 부위도 없다. ③ 피고는 어깨에 메고 있던 아이스박스의 끈이 이 사건 승강교의 핸드레일에 걸려 바다가 아닌 선착장 바닥으로 추락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과 선착장의 간극이 넓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이 사건 승강교 설치에 하자가 있다는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④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과 이 사건 승강교 사이의 거리와 높낮이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거나 이 사건 선박과 이 사건 승강교가 심하게 흔들려 승객의 안전한 탑승을 위하여 원고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⑤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승강교를 이용하여 이 사건 선박에 오르던 피고가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어깨에 메고 있던 아이스박스의 끈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가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상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를 설치하거나 보존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선박과 승강교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상법상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론 1) 결국,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는 그에 대한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있다. 2)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선 피고의 반소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여객운송업
유람선
민법
손해배상
2020-08-27
민사일반
손해배상(기)
지하철역 환승통로 계단에 있는 휠체어리프트 추락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지하철을 관리·운영하는 교통사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관련 법리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2449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고 약간 후진하다가 전동휠체어와 함께 추락하여 발생한 것인데,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이 계단에서 91.5㎝ 떨어진 매우 위험한 곳에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앞에는 폭 24㎝의 배전상자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점, ② 망인과 같은 왼쪽 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배전상자가 앞을 가리고 있고 호출버튼과 계단의 짧은 이격 거리 때문에 계단 바로 앞에서 계단을 등지거나 휠체어가 계단과 나란히 선 상태에서 호출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어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은 총 계단수가 74개이고 총 높이가 12.03m로 추락할 경우 매우 위험해 보임에도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 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망인이 전동휠체어 조작을 잘못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장애인의 이용 상의 불편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을 매우 위험해 보이는 계단으로부터 91.5㎝ 떨어진 장소에 설치하고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아니하여 망인이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바, 따라서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호출조작반 포함)의 설치·보존자인 피고가 호출버튼을 휠체어 이용자의 추락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 설치하면서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호출배전반 포함)는 그 위험성에 비추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지하철
추락
2019-11-07
가사·상속
혼인의 무효
혼인신고 당시의 피고 병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피고 병의 친형이다. 피고 병은 2015년 12월 29일 조립식철골 작업 중 추락하여 두개골 함몰, 분쇄, 복합성 개방형 골절, 양측 외상성 경막하 출혈, 양측 외상성 경막외 출혈,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대뇌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고 수술 후 해운대백병원으로 옮겨 인지저하, 보행장애 및 일상생활동작수행 장애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다. 피고 병은 2016년 9월 13일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다. 나. 피고 을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피고 병과 동거한 적이 있었는데, 2016년 11월 21일 피고 병이 입원한 해운대백병원에 찾아와 피고 병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했고, 당시 피고 병의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 병만 데리고 나가 병원 인근의 주민센터에서 피고 병의 주민등록증재발급신청을 하여 임시신분증을 발급받고, 부산 기장군 00면 사무소에 방문하여 혼인신고를 마쳤다. 다. 이 법원의 피고 병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 병의 현재 지능은 매우 낮은 수준(전체 지능 69, 언어이해 70, 지각추론 82, 작업기억 75, 처리속도 78)으로, 피고 병의 지능은 정신연령 8~12세에 해당하고, 피고 병은 ‘혼인’ 또는 ‘결혼’의 개념에 대해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단어로서의 매우 제한적이고 사전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고, 2016년 11월 18일 전반적퇴화척도 4점에서 2018년 11월 5일 중등도로 심한 인지 장애를 의미하는 5점으로 변화하였는바 피고 병은 2016년 11월 18일경부터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기능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판단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또한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혼인은 부부관계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행위이고, 가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행위로서, 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결정사항인 점, 만 18세에 다다르면 혼인을 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인 경우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부모 또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민법 제807조, 제808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의 합의를 유효하게 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재산상 법률행위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능력 또는 지능이 있어야 의사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병은 이 사건 사고로 정신적 능력과 지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피고 을의 제안으로 위 피고를 따라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들이 함께 면사무소에 가서 직접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고, 피고 병이 결혼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었으며, 가령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므108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의 피고 병의 정신적 능력과 지능상태를 보면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을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이 피고 을의 ‘자기야, 내가 누구야? 응?’이란 질문에 ‘와이프’라고 답하고, ‘그래 그럼 나하고 혼인신고 하러갈까?’라는 질문에 ‘응’이라 답한 사실, 피고 을은 ‘그래 가서 혼인신고 하고 오자.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자, 피고 병이 ‘알았어’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 병이 피고 을을 와이프라고 호칭하고 피고 을의 혼인신고 제안을 받아들이는 답변을 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정도, 사고 이후의 피고 병의 지능과 의사능력의 정도에 비추어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은 피고 을과 대등한 입장에서 혼인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데(실제 피고 을은 2016년 11월 29일 이 법원에 피고 병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 병은 향후 피고 을과 대등한 관계에서 혼인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하지못한 채 피고 을의 주도하에 혼인신고에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혼인신고 당시 피고 병에게는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능력은 결여되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 사이에 2016년 11월 21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00면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무효다.
지적장애
혼인신고
민법
2019-02-28
민사일반
손해배상(기)
음식점의 부대시설로 수심이 얕은 야외수영장을 설치하여 이용객들에게 제공하는 경우, 업주는 이용객들이 다이빙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말로 경고하거나, 이에 관한 경고 표지를 크게 만들어 이용객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 사안 1.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수영장의 운영자이자 점유자로서 이 사건 수영장 주변에 수심표시나 다이빙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표지를 설치하는 등 사고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사후 보호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우선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이 사건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송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응급의료센터 진료기록에는 “의도성: 비의도적 사고, 손상기전: 추락(fall), 내원동기 및 현상태: (119 구급대 진술상) 수영장에서 다이빙한 후 사지마비가 있어 신고되었다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초진기록에도 원고가 2016년 6월 19일 수영장 다이빙을 한 이후 경추 척추 및 척수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사지마비 증상을 호소하였는데,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나 이후 이송된 병원 의료진에게 이와 같이 사지마비의 위급한 상황에서 사고 발생원인에 따른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목적으로 사고 원인을 허위로 진술하였을 가능성은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 (중략) 2) 나아가 이 사건 수영장이 공작물로서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① 이 사건 수영장의 수심은 약 0.7m에 불과하여 다이빙을 하는 경우 사고 위험성이 매우 컸던 점, ② 그렇다면 음식점 내 이 사건 수영장을 설치한 피고로서는 이용객들이 다이빙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말로 경고하거나, 이에 관한 경고 표지를 크게 만들어 이용객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점, ③ 그럼에도 피고는 이용객들에게 이 사건 수영장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면서도 이 사건 수영장의 수심을 알려 다이빙 등 위험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고지하지 않았고, 수심 표시는 물론 다이빙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고 표지나 안내표지판조차 전혀 부착하지 않은 점[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시설물 이용 시 안전에 유념하고 보호자 없이 입장한 어린이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표지판 1개만 설치되어 있었을 뿐이다], ④ 이에 따라 원고로 하여금 사고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한 채 다이빙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수영장 이용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이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책임의 제한 다만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36세의 성인으로 위험에 대한 판단능력과 사리분별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또한 상당한 수영실력과 경험도 가지고 있어 머리부터 입수하는 형태의 다이빙을 하기 전에 입수할 지점의 수심을 확인하고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여야 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전 일행들이 이 사건 수영장 안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수심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수영장의 수심이 깊지 않아 다이빙을 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다이빙을 한 점이 인정되고,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이를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한다.
민법
주의의무
야외수영장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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