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ㆍ신체ㆍ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또한 진단은 문진ㆍ시진ㆍ촉진ㆍ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 있어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3, 4, 5, 11, 14, 15, 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배상의학회에 대한 2015년 6월 10일자 감정촉탁결과,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2012년 12월 10일자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병원 의료진은 망인 등에 대하여 망인의 부상경위 등을 충분히 문진하여 망인에게 두부 외상에 의한 뇌손상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후 망인 또는 망인의 보호자에게 뇌CT촬영 등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망인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는 방법으로 망인의 뇌출혈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망인이 계단 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119구급대에 의하여 응급후송되었고, 망인의 입 주위에 열상이 있어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또한 망인의 의식상태에 변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망인의 상태가 낙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피고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이 두부 외상에 의한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판단된다. ② 그러한 경우 피고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뇌손상으로 인한 망인의 의식상태 등의 변화를 음주로 인한 것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망인 또는 망인을 피고병원으로 후송한 구급대원 등에게 망인이 부상을 입은 상황, 부상을 입을 당시의 의식상태 및 그 후의 의식상태의 변화, 기타 증상의 변화유무 등에 관하여 문진을 하고, 망인의 보호자에게 망인의 음주량, 음주시각, 섭취한 술의 종류 등 충분한 정보를 문진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병원 의료진은 위와 같은 문진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 ③ 망인과 같은 음주환자의 경우 의사의 문진에 의하여도 환자의 의식상태의 변화 등이 음주로 인한 것인지 신경학적 이상에 기인한 것인지를 정확히 구별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고, 나아가 뇌손상에 따른 신경학적 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도 있으며, 또 그에 의하여 단기간 내에 환자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망인과 같이 두부 외상에 의한 뇌손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적어도 망인 또는 망인의 보호자에게 위와 같은 두부손상에 의한 뇌손상의 가능성 및 이에 따른 검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주지시키고, 망인에 대한 뇌CT촬영 등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주의의무가 있다(한편, 이러한 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망인에 대한 의료행위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의사의 주의의무 범위에 포함되므로, 위 의무위반을 설명의무 위반으로 전제하여 그 위자료 등의 손해를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피고병원 의료진은 망인 및 망인의 보호자에게 위와 같은 망인의 뇌손상의 가능성이나 뇌CT촬영 등의 필요성을 충분히 주지시키지 아니하였고, 2011년 10월 2일 05시20분경 망인의 좌측 동공이 산대되어 빛에 반응하지 아니한 상태가 되어서야 망인의 보호자에게 뇌CT촬영을 권유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