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보도되었던 뉴스중 필자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사망자 중 25%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보도였다. 암과 관련된 시민단체에 의하면 실질적으로는 사망자 3명중 1명 꼴로 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암중 근래 급증한 것이 폐암인데 폐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석면과 담배이다.
석면은 「Asbestos」라고 불리우는데 지하철 공기에 석면이 많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스페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그 위험성을 알리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석면은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인체에 매우 위험한 각섬석계 석면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주장되는 사문석계 석면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 초까지는 각섬석계 석면이 사용되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주로 사문석계인 백석면이 세계 6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1989년에 환경청(EPA)에 의해서 석면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가 1991년 미항소법원의 판결로 그와 같이 전면 금지한 법이 폐기되었지만 그후에도 제조물책임소송을 우려하여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석면시멘트파이프, 지붕·판넬 등 건축자재, 보일러 단열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가스캐트(Gasket) 등에 사용되고 있다.
수입된 백석면의 90% 이상이 건축자재로 사용되고 석면시멘트파이프는 상수도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우리 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면업계는 공기에 비산되지 않는 백석면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건축자재는 시공과정에서 절단하고 천공하기 때문에 석면이 공기중으로 비산되는 문제가 있고, 또한 시간이 경과되면서 석면제품이 부스러져서 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석면은 쉽게 구해서 제조원가를 많이 들이지 않고 석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단열, 보온, 흡음에 뛰어난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과거 석면이 스프레이 공법으로 시공된 건물들에서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이 수행되고 있다.
왜냐하면, 석면은 폐암, 흉막·복막·심막 등의 중피조직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인 중피종(mesothelioma), 폐조직을 손상시키는 석면침착증(asbestosis), 백혈병 등 각종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석면이 세계적으로 처음 문제가 된것은 1973년에 미국에서 선고된 Borel v. Fibreboard Paper Products Corp.(493 F. 2d 1076, 1973)사건에서 제 1심 배심원들이 6개 석면제조회사에 대하여 33년간 단열보온재 시공작업자였던 원고 보렐(Borel)에게 $58,534.00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한 제 1심 판결에 대한 피고들 항소가 기각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원고 Borel은 여러회사가 제조한 석면을 갖고 작업했기 때문에 10개 석면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중 4개사는 배심원평결전 원고 Borel과 $20,902.20에 화해했었다. 이 판결은 석면제조업자들이 사용자에게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것이 경고결함에 해당하고, 석면제조업자들은 전문가를 활용하여 제품의 위험에 대한 시험과 연구분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원고 보렐은 1936년부터 단열보온재 시공작업을 해왔는데 1960년대 초반까지는 가슴이 갑갑한 증세외에는 비교적 건강했는데 1964년에 엑스레이 검사결과 폐에 구름이 낀것처럼 흐리게 나와 1969년 1월에 폐조직검사를 실시했는데 석면침착층(Asbestosis)임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원고 보렐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어 1970년 2월에 오른쪽 폐를 들어내는 수술을 했고 이때 중피종(mesothelioma)임이 밝혀졌다.
원고 보렐은 1969년 10월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미 판결이 선고되기 전 재판중에 사망하였다. 이처럼 석면에 의한 질병은 20년 내지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많은 주들은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한 것을 알거나 또는 알수 있었던 날로부터 몇년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소멸시효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특히, 석면의 위해성이 널리 보도되면서 원고가 석면에 의한 발병임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제기하였고, 이것이 많이 받아 들여졌다.
이때문에 석면피해자들은 중증으로 진행하기 전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고, 미국의 몇몇 주들이 특별 입법을 하여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하여 주는 특별조치도 취하였다.
우리나라 민법 제766조 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안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석면 피해자는 자신의 질병이 석면에 기하여 발생한 것임을 안날로부터 3년안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석면 피해자가 비록 자기의 질병이 석면에 의해서 발병된 것임은 지금으로부터 3년전에 알았다고 할지라도 석면제조업체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법적가능성을 발병후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직전에서야 알게된 경우에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지가 문제되는데, 이렇게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제소가능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경우는 “사실의 부지는 항변할 수 있어도, 법률의 부지는 항변할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가해자를 안 날”에 해당된다고 보아 3년 소멸시효가 이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종선-미국 캘리포니아州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