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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헌재 2022. 12. 22. 선고 2019헌마654 결정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5
표현의자유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정보통신
헌법사건
- 헌재 2022. 7. 21. 2016헌마388 등 결정 -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 규정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들은 검사 또는 군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가입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등의 통신자료를 제공하였음을 알게 되자 1) 위 수사기관 등의 각 통신자료 취득행위(이하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라 한다)와 2) 그 근거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1)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고, 2)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는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3. 평석 가. 결정의 배경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유사한 사건에서 통신자료 취득행위와 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관하여 모두 각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39).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수사기관 등(여기에는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 등이 포함된다)의 통신자료 취득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계속하여 제기되었다. 대상결정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2016년 및 2022년 청구된 합계 4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하여 판단에 이른 것이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통신자료 제공 이후에도 정보주체에게 이를 통지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은 타당하나 대상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에 있어서는 쟁점이 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적법요건 대상결정은 적법요건에 관한 중요 쟁점을 몇 가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 부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고 이 점은 2012년 결정과 같은 취지이다.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고권적 작용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법률관계 내지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통신자료를 제공요청하고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이를 자발적으로 제공받은 것은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만 권리보호이익 흠결을 이유로 각하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도 제시되었다). 2012년 결정과 달라진 부분은 통신자료 제공과 취득의 근거규정인 심판대상조항의 직접성에 관한 판단으로서 이로 인하여 대상결정의 본안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중 기본권침해의 직접성만큼 논란이 많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 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판례의 태도에서 일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보인다. 법률조항은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을 일으키는 경우 그 직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사안에서는 공권력주체인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사적 행위자인 전기통신사업자의 제공행위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 집행행위의 실행이 있어야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게 된다. 2012년 선행결정은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행위가 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행위’는 공권력작용이 아니므로 집행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들(가령 헌재 1996. 4. 25. 95헌마331)에 비추어 보더라도 직접성 판단에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대상결정은 적어도 영장주의나 사후통지 등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법률에서 그 제도를 두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직접 문제 된다고 할 수 있고, 집행행위로 인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통신자료 취득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수단이 존재하는지가 불분명”하고, “이용자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어서 다른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직접성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공권력작용과 사인의 행위가 결합된 형태의 집행행위에 이러한 법리가 향후 일관되게 적용될 것인지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청구인들은 통신자료 취득시점으로부터 1년이 도과한 이후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사후통지를 받지 못한 이상 기간도과에 청구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점도 눈에 띈다. 다. 기본권 침해 여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심판대상조항의 통신자료는 정보주체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기입일·해지일’을 뜻하므로 사안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청구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외에 통신의 비밀 제한도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가 “구체적인 통신관계의 발생으로 야기된 모든 사실관계, 특히 통신관여자의 인적 동일성·통신장소·통신횟수·통신시간 등 통신의 외형을 구성하는 통신이용의 전반적 상황(헌재 2018. 6. 28. 2012헌마538)”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 있으나 더 명시적인 논거와 판단기준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심판대상조항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는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을 기준으로 검토되었다. 명확성원칙과 관련하여서는 심판대상조항 중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부분만이 문제 되었으나 일반인도 그 취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 명확성원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하여서는 통신자료로서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 제공요청의 사유, 통신자료의 사전·사후 관리 등이 집중적으로 고려되었는데, 법정의견은 이 모든 사항과 관련하여 필요 이상의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별개의견(재판관 이종석)은 통신자료로서 ‘만능키’와 같은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할 수 있고, 개인정보에 관한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방법도 부재하는 이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선행정보가 후속정보의 대규모 수집,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늘날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별개의견이 제시한 논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결정은 절차적 통제원칙들인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주의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원칙의 ‘절차적’ 요청으로 적절한 고지와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 부여를 들고 있고 제도와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요구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전고지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통신자료 제공 이후 사후통지절차조차 두고 있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타당하다고 평가된다. 재판관들도 이 점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장주의에 관하여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상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과 달리 임의수사에 불과하여 영장주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간략히 판시하는 데 그쳤으나, 기실 이는 상당한 논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특히 대상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통신자료 취득에 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수 발표되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오동석, 황성기, 차진아, 임규철. 반대견해로는 이기수, 유주성). 영장주의 적용론은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할 지위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당해 개인정보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과 제3자인 전기통신사업자조차 정보제공 여부의 타당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참조)을 주된 논거로 한다. 위와 같은 논쟁의 배경에 행정상의 인신구속 등에 관하여도 영장주의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헌재 2020. 9. 24. 2017헌바157 등 보충의견 참조)을 더하여 보면, 대상결정 중 영장주의에 관한 판시와 논증은 충분치 못하였다고 보인다. 통신자료의 취득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등 보다 강력한 기본권제한조치들과 빈번하게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라. 향후의 과제 대상결정은 사후통지절차의 흠결에 초점을 두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바, 적용시한인 2023. 12. 31. 이전에 개정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관한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제안된 바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자체의 전면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법자는 개정과정에 있어 헌법재판소가 직접적인 헌법불합치사유로 거론한 ‘최소한의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의 범위, 적절한 사전적 통제수단의 필요성, 보관기간이나 절차의 마련 등 대상결정에서 검토되었던 다른 위헌사유들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헌법적으로 최적화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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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조동은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2-01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6헌마95 -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와 공용제한 문제
1. 서론 개성공단에서 사업하려는 사업자에게 정부가 중단조치를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사업자의 손실은 보상해야 할까 혹은 개성공단은 북한 지역에 위치한 특수성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 중단조치를 한 주체별로 그리고 피해 유형별로 구분하여 보상 문제를 검토해 보면서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석한다. 2. 사안의 개요와 결정 요지 청구인은 북한 내 개성공업지구에서 상업시설 신축 및 분양, 임대 등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하여 2007년 6월 25일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상업업무용지의 토지이용권을 분양받고, 통일부장관으로부터 협력사업자 승인 및 영업소 설치 승인을 각 얻었으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로부터 근린생활시설 신축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사업부지 지상 시설에 관한 설계비로 1억 원을 지급하였다. 2010년 3월 26일 해군 소속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부장관은 2010년 5월 24일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및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조치(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판결을 받은 후 보상입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2월 3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청구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 사건 대북조치는 개성공단 내에 존재하는 토지나 건물, 설비, 생산물품 등에 직접 공용부담을 가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용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 제한과는 구별된다. 또한 이 사건 대북조치로 인한 재산권 제한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는 아니하다…북한에 대한 투자는 그 본질상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여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볼 것이다." 3. 공용제한 해당 여부 공용제한이란 공공필요를 위하여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한다. 재산권자가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 점에서 공용수용과 구별되며, 행정주체가 타인의 재산권을 사용하는 공용사용과도 구별된다. 또한 공용제한은 공공필요를 적극 실현하기 위해 가해지는 제한이라는 점에서 소극적인 질서유지를 위하여 가해지는 경찰상의 제한(위험건축물의 사용금지 등)이나 재정목적을 위한 재정상의 제한(강제징수를 위한 재산압류로 인한 처분제한 등)과 구별된다. 서울고등법원(2013. 5. 3. 선고 2012나34247 손실보상등 사건)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정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공용침해'라 하는데, 이러한 공용침해는 공용수용, 공용사용, 공용제한으로 분류된다. '공용제한'이란 특정한 공익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개인의 재산권에 과하여지는 공법상의 제한을 말하는 것이다"고 했다. 위 판례는 해상시험사격이라는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어업이 제한되는 것을 공용제한으로 본 것인바, 이 사건에서 국가안보위기상황에서 신규투자자의 현장출입을 제한한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 사건에서 통일부가 취한 조치는 '이미 개성공업지구 내에 토지이용권을 취득하고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건축공사의 착공과 이를 위한 자재의 반입을 사실상 억제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청구인은 토지이용권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었다.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조치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를 위하여 청구인의 토지이용권이라는 재산권에 가하는 공법상의 제한이다. 이 사건 조치는 북한의 위협 조치에 대응하는 정책수단이란 점에서 '공공필요를 위하여' 행해진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미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토지이용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가해지는 공용제한이다. 4. 개성공단 사업 중단의 유형별 검토 주체별로 그리고 사업단계별로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바, 재산권 제한이 북한의 조치로 생길 수 있다.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경우 북한에 의한 출입제한 조치로 수개월간 조업이 중단된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헌법상 공용제한이 문제되는 경우에 제한의 주체는 국가 등인바, 남한 헌법의 적용영역에서 북한을 공용제한행위의 주체로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남한 정부에 손실보상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경우는,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한 사회적 제약이라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한 사업용 재산이 받는 사회적 제약이 구체화된 것일 뿐이므로'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적합하다. 다음으로, 남한에 의한 제한인 경우이다. 개성공단 사업을 계획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한 것은 남한 정부이며, 현지기업은 남한의 기업이나 개인이 출자하여 설립한 북한법인이다. 개성공단의 지리적 특성상 그리고 국가안보적 특성상 정치적 이유로 공단운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공단운영을 제한할 경우에 손실보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단계별로 검토한다. 첫째, 기왕에 현지기업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사업자 유형이다. 만일 정부가 현지기업의 사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공익목적을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 재산권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공용제한'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신규 투자를 위해 토지이용권을 매수하고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자 유형으로 이 사건 청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었고, 행정절차도 거친 상황이므로 구체적 재산권이 형성되었다 할 것이다. 만일 남한 내의 산업단지에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허가를 받았는데 감염병 등의 사유로 출입자체를 제한하여 재산권 행사가 장기간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손실보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준비하는 사업자 유형이다. 이 경우는 통일부장관의 사업승인 등 구체적인 권리가 형성되지 않은 단계인바, 이 단계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었다면 이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재산권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보상이 문제될 여지도 없다. 5. 평석 가.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에게 공용제한임 이 사건 조치는 이미 발생한 청구인의 구체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그 제한의 이유는 국가안보라는 공공필요다. 또한 행위의 주체는 남한 정부이므로 공용제한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는 공용제한이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조치는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님 이 사건 조치의 근본 문제는 법률의 근거도 없이 행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용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법률이 있어야 함에도 법률의 근거 없이 이 사건 조치가 행해졌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보상 법률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근거 없는 공권력행사로 피해를 입은 청구인의 권리보호에 소홀하였다.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는 남한 정부의 사업중단조치 및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업자에 대한 보상절차를 규정하는 입법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성공단 사업뿐만 아니라 북한지역에서 행해지는 남북경협 사업 전반에서 예상되는 공용침해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각 경우별로 공용침해의 요건과 절차, 손실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 보상에 대한 입법적인 조치가 없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임 헌법재판소의 선례(1998. 12. 24. 선고 89헌마214)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조치로 인해 청구인이 입은 피해는 보상이 필요하다. 선례의 기준인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은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5.24 조치 이후 대북경협을 하던 다수의 사업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하였다. 법원은 손해배상의 요건인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손실보상 청구에 대하여는 손실보상에 관한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결국 사업자들은 경협중단의 위험을 자신들이 전부 부담하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법적 판단이다. 사법부에 의한 권리구제가 어렵게 되자, 사업자들은 입법부에 손실보상을 포함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아직까지 입법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개성공단지원법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추가하는 정도의 소폭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필자는 헌법이 정한 공용제한의 법리를 남북경협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헌법이 정한 공용침해의 유형을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보상의 기준과 절차를 정한 입법을 해야 한다. 당초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때 논의했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제정해야 한다.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한 입법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북한
개성공단
손실보상
남북경제협력
권은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2022-08-02
민사일반
항공·해상
-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3다71098 판결 -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Ⅰ. 사실관계 개요 및 사건의 진행 (1) 피고 대한민국 소유 경찰청 헬기장을 사용하는 헬기가 이·착륙할 때 원고 소유 토지 상공을 통과하였다. 이 토지는 헬기장 설치전부터 차고지로 사용되었고 그 지상 건축물은 주유소 등으로 이용되었다. 원고는 대전광역시 서구청장에게 위 토지 지상에 장례식장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그 후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 후 원고는 증축허가 및 공작물축조 신청을 하였으나 불허가처분을 받았고 장례식장으로의 용도변경 허가신청도 불허가되었다. 원고는 해당 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2) 이에 원고는 헬기 비행에 따른 안전문제로 지상 건축물의 증축 등이 불허가되는 등 토지의 이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근거하여 헬기 이·착륙시 토지 상공 통과 금지를 구하며 ② 피고의 헬기장 관리에 있어 의무위반을 근거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원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3. 8. 27. 선고 2012나4891 판결)은 금지청구 부분을 인용하면서도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항공기 비행에 의한 피해와 민사적 쟁점', 중앙법학(2020. 3.)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및 환송심의 결과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대상판결에서는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대한 방해가 있음을 이유로 비행 금지 등 방해의 제거 및 예방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상공에서 방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행의 금지 등을 구하는 방지청구와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내용과 요건이 다르므로 참을 한도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와 중요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방해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는 청구가 허용될 경우 토지 소유자가 받을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후 헬기장이 이전하여 환송심은 이 쟁점을 다루지 않았다. 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대상판결은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방해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그 소유자는 항공기의 비행 등으로 토지를 더 이상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공중 부분의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도 파기하였다. 환송심은 이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Ⅲ. 검토 1. 소유권에 기한 비행금지청구 (1) 민법상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제212조). 따라서 정당한 이익있는 범위의 공중에 대하여 토지소유권이 미치므로 상공에 관한 행위가 토지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된다면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소유권자에게 구제수단을 부여할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는 이익형량의 문제인데 환경분야 및 인접지 분쟁에서 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이익형량의 기준은 '참을 한도' 이론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사례에서 참을 한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 대상판결도 상린관계에 관한 민법 제217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을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2) 불법행위책임에서도 위법성 판단에 있어 참을 한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두 기준이 동일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소위 '위법성의 단계설'). 즉 동일한 행위의 위법성이 구제방법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데 위법성은 행위의 성격이므로 위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위법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참을 한도는 각 행위 혹은 구제수단마다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선을 넘으면 위법하지만 그 선은 제도에 따라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자의 의무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 요건·효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지청구권은 장래 지향적 수단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사후적 구제수단이다. 금지청구권은 직접적으로 위반행위에 작용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은 침해행위에 작용하여 의무준수를 간접적으로만 실현하므로 사후적 배상책임을 감수하고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 한편 금지청구권 인정에는 손해배상과 달리 귀책사유가 요구되지 않는다. 결국 금지청구는 보다 간명한 기준으로 인정되는 적극적인 구제수단이다. 그런데 참을 한도의 기준 외에 금지청구권이 가지는 적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참을 한도를 정할 때에는 그 침해행위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배상을 하는 것으로서 용인할 것인지에 따라 차등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절하다. 대상판결 이전에도 고속도로 소음 관련 사안에서 대법원은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대상판결은 다시 한 번 그 점을 명확히 하였다. (3) 대상판결은 캘러브레시와 멜러메드가 권리보호방식에 관하여 제시한 동의규칙(property rule), 보상규칙(liability rule)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원심은 "상린관계 규정에 의한 수인의무의 범위를 넘는 토지이용관계의 조정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하여 금지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사적자치를 통한 해결에 맡기는 것은 동의규칙의 적용이다. 대상판결은 금지청구는 배척하면서 손해배상의 가능성을 명시하였는데 이는 법원이 당사자간 이르지 못한 의견의 합치, 구체적으로는 사용료 결정을 해주는 것과 같다. 이는 보상규칙을 통한 해결이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지리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거래비용이 커서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분쟁을 금지청구 인용으로 마무리하여 당사자들이 새로이 협상을 개시하도록 하는 것은 법경제학적으로 유익한 결론이라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참을 한도를 넘는 소유권침해는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할 수 있다. 불법행위 책임을 구성하기 위한 허들은 일반적으로 방해배제보다 낮다. 대상판결에 있어 불법행위 책임을 문제 삼는 원고의 태도는 특별할 것이 없으나 손해액의 증명이 문제되었다. 다툼있는 사실에 대하여 당사자가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증명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적 요건은 충족되지만 배상액에 관한 충분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8617 판결 등). 이는 손해의 발생사실은 입증되었지만 손해액 증명의 곤란함을 당사자의 노력 부족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소송유형에 있어 증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목적 등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하게 된 재산적 손해와 사용료 상당 손해의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그 산정과 관련해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을 선언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이는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 판시이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신설되어 손해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에 해당 조문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개정 민사소송법의 태도에서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같은 논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Ⅳ. 나가며 대상판결은 기존에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된 소음 사건과는 달리 인접지 소유자간 분쟁으로서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소음 관련 분쟁에서의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었지만 해당 사건들에서 발전된 논리가 종합 적용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대체로 그 논리는 수긍할 수 있다.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합리적이다. 드론 등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공중이 새로운 가용 공간이 되는 시대에 대상판결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있어 의미있는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비행금지청구
항공기
토지
소유권침해
한승수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1-01-07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
수사기관이 체포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폰의 저장정보까지 영장없이 탐색할 수 있는가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서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2018년 3월 20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18회에 걸쳐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소속 사법경찰관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역 승강장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여성 승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였다고 의심하고 피고인을 불러 세워 신분증 제시와 검문이유를 밝히며 범행을 추궁하였다. 경찰관은 부인하는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전화기를 제출받아 카메라 사진폴더를 확인하였으나 여성 신체사진이 저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최근 실행 프로그램을 확인하였고 피고인의 무음 촬영 애플리케이션 구동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사진폴더를 열어 보려고 하였으나 잠겨 있었다. 이에 경찰관은 피고인에게 비밀번호를 요구하여 계속된 추궁 끝에 결국 비밀번호를 풀었고 불법촬영된 영상이 있음을 확인한 후 현행범 체포와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기 압수를 집행하였다. 경찰관은 임의제출물로 압수한 휴대전화기에 관하여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2018년 4월 1일 위 지하철경찰대에서 휴대전화 저장정보를 다시 탐색하여 피고인이 촬영한 모든 영상을 캡처·출력하고 영상파일을 CD에 복제하였다. 2. 재판경과 및 대상판결의 요지 1심에서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①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에 의한 압수수색은 이미 체포되었거나 체포 직전의 피의자에게 임의적 제출의사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고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압수된 휴대전화기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자체는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②2차 증거에 해당하는 휴대전화기에 기억된 저장정보(영상) 역시 영장 없이 탐색하여 출력·복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하여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의정부지법 2019. 8. 22. 선고 2018노2757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항소심 판결과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3. 피체포자의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의 '영장 없는 수색' 허부에 대한 국내외 동향 (1) 미국 연방대법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Riley 판결에서 '체포에 수반하는 영장 없는 수색'으로 압수된 피체포자의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경찰은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개인 정보가 다량 저장된 휴대폰의 데이터를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없고 수색 전에 일반적으로 영장을 발부받기를 주문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휴대폰의 저장정보 검색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하였다(2014년 Riley v. California 판결). 이러한 Riley 판결은 개인의 정보보호와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없이 수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경찰에게 없다고 선언한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한 없이 가택 수색이 가능한 '일반적 가택 수색영장'에 저항한 것처럼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집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정보가 저장된 휴대폰 데이터에 대한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수색에 저항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2) 국내 하급심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의 방법으로 휴대폰을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의 원칙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설령 법 제216조에 의하여 긴급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적법하게 휴대전화 자체를 압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자정보까지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긴급체포라는 상황에서 엄격한 제한 하에 이루어져야 할 예외적인 압수·수색임에도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영장 없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다만 증거인멸 방지나 용의자 긴급추적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9. 10. 8. 선고 2019고합441 판결). 4. 평석 및 결론 (1) 대상판결은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기존 판례의 논거에 배치 기존 판례에서는 임의제출의 의미·효과 등에 관한 검찰수사관의 고지 또는 피고인의 인식, 피고인이 체포당시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임의제출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 13726). 그러나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미 수사기관이 부인하는 피의자로부터 위법하게 사실상 휴대폰을 압수하고 휴대폰 저장정보에 대한 탐색·수색을 먼저 마친 상태라면 그 이후에 이루어진 현행범 체포상태에서의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폰 압수에 임의성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에 의한 실질적인 강제 압수수색 이후 이루어진 임의제출물 압수를 허용하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지속된다면 압수·수색 영장 및 사후영장제도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 정보화시대의 필수품인 휴대폰의 저장정보에 관한 수사기관의 검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상이 된 인공지능(AI)이 수사도구로서 상당히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 데이터(문자·음성언어·사진·동영상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영역에서도 AI의 이미지 인지 및 분석 기술 등이 활용될 수 있으므로 방대한 개인정보에 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적법절차의 원리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항소심은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시 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휴대폰 자체를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긴급 압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까지 영장 없이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막대한 양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휴대폰 저장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는 현재의 수사관행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휴대폰을 압수하고 영장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수사관행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체포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휴대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국내외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의 취지를 수용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이 수사편의를 위하여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휴대폰 속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투망식 탐색을 하는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고 원격 데이터 삭제 등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한다. (3) 결론 : 법률개정 필요 대법원이 대상판결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여 휴대폰 압수수색에 대한 수사기관의 실무관행을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힘들다면 국민을 위한 검·경 개혁 차원에서 국회에서의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유체물(물건)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전제한 규정으로 법 제정자가 예상하지 못한 휴대폰(이른바 스마트폰)의 등장에 맞추어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정보가 다수 포함된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입법자가 수사기관에게는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 없이 탐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불법촬영
저장정보
영장없는수색
영장주의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2020-08-20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
직사살수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문제점
Ⅰ.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 살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의 일환이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2항). 그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이다. 경찰장비의 사용에 대해 직접강제와 즉시강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직접강제란 하명처분에 의해 가해진 일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직접 의무자의 신체나 재산 또는 이 양자에 물리력(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고, 즉시강제는 일반적으로 목전의 긴급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미리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청이 하명처분을 하지 않고서 직접 상대방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독일 주 경찰법과 연방 직접강제법(UZwG)은 포승, 무기나 살수차 등을 직접강제에 해당하는 물리력의 보조수단으로 명문으로 들고 있다((가령 UZwG 제2조 제3항). 독일에서는 직접강제 역시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계고 등의 절차를 거쳐서 행해진다(주제와 관련한 제도 등에 관한 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한다). 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1. 판결요지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2. 검토 (1) 해산명령의 위법성의 살수행위에로의 이전 문제 대상판결은 해산명령 자체가 위법한 이상 실행행위로서의 직사살수 역시 당연하게 위법하게 되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살수행위를 하명처분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후자를 위한 강제절차로 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서 기본행위(당초의 하명처분)의 적법성은 강제집행의 수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 기본행위(하명처분)에 따른 행정상의 강제집행에서 기본행위의 하자가 고려되지 않는다(W-R Schenke. Polizei- und Ordnungsrecht, 8.Aufl., 2013, §10 Rn.540). 즉 양자 사이에는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상 해산명령의 위법성이 살수행위에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독일 연방헌재 역시 살수형식의 직접강제의 적법성은 기본처분의 적법성에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BVerfG, NVwZ 1999, 290(292)}. (2)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의 문제 판례는 집시법상의 해산명령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거하여 높은 절차적 요청을 설정한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이 과연 정당한가? 해산명령에서의 사유의 고지는 일종의 처분의 이유제시에 해당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유제시의무가 면제된다.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인식 없이 해산명령에 대해 법규정상의 구체적 해산사유의 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해산명령을 하기 전에 먼저 주최자 등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한 후 주최자 등이 그 요청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에 직접 참가자들에 대하여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 자진 해산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한 후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산명령을 발하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해산명령을 발하고 실행되게 함으로써 해산사유가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해산명령에 대한 높은 절차적 요청은 절차하자를 쉽게 인정하게 하는 과도한 절차적 철조망이다. 물론 직사살수가 관련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해진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대한 과도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9, 553면 이하). Ⅲ. 헌재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1. 결정요지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 백○○는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를 통하여 청구인 백○○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청구인 백○○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검토 과거 헌재 2011헌마815의 법정의견은 물포발사행위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은 물론 심판의 이익까지도 부인하였지만 그 반대의견은 물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음을 들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는데 이번에는 후자와 같은 논거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 2011헌마815의 반대의견과는 달리 살수와 관련한 경찰관직무집행법령상의 규정은 제외하고 직사살수행위만을 심판대상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먼저 살수가 직접강제이든 즉시강제이든 해산명령의 실효성확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에서 헌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파생원칙을 개별적으로 대입하여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안의 직사살수가 살수와 관련한 법규정에 위배하여 행해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의 보충성으로 인해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20899 판결).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상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관 제지행위를 즉시강제이자 권력적 사실행위로 본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2016도19417 판결). 일부 문헌에서처럼 경찰관집무집행법상의 대인적 강제수단을 즉시강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찰장비의 일환의 살수차의 사용에 따른 살수행위 역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재판관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Ⅳ. 맺으면서-행정강제와 행정소송의 시급한 발본적 개혁 독일 대부분 주 경찰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된 무기사용과는 달리 경찰의 살수행위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경찰직무규정 122'에 상세히 규율되어 있다. 살수와 관련해서 무기사용처럼 법률의 차원에서 규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었지만 일찍이 독일 연방헌재는 살수가 무기사용과 비슷한 잠재적 위험상황이 야기된다는 점과 무기사용처럼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했어야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였다{BVerfG, NVwZ 1999, 290(291)}. 또한 경찰직무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직접강제의 일환인 살수행위와 관련한 권리구제는 기본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직접강제가 실행된 데 따른 계속적 확인소송의 차원이나 살수행위를 포함한 일련의 경찰조치의 위법성의 확인을 구하는 일반적인 확인소송의 차원에서 검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배상책임이 강구된다. 살수를 포함한 경찰장비의 사용을 독일처럼 직접강제의 차원에서 시급히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직접강제를 포함한 행정강제 전반을 시대에 맞게 확립하여야 한다. 현행 행정소송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상회복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살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없다. 행정강제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살수차
물포
집회
해산명령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0-08-18
행정사건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두36472 판결 -
행정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법리
Ⅰ. 사안의 개요 A법인은 주식회사로서 용인시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공중위생영업자(숙박업자)이다. 위 모텔 508호에서 2018. 11. 25.경 여자 청소년 2명과 남자 청소년 1명이 혼숙하였다.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를 적발하여 2018. 12. 20. 용인시장에게 통보하였다. 위 사건 당시 현장근무자이던 종업원 B와 현장에 있지 않았던 A법인의 대표자 C는 2018. 12. 26. 위 청소년 남녀혼숙을 이유로 한 청소년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용인시장은 2019. 2. 8. A법인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제30조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 1항 제8호, 제11조의 2 제1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여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를 이유로 A법인에 대하여 위 법조항을 적용하여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숙박업자나 그 종업원이 투숙객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혼숙하게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은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 제11조의2 제1항에 따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하여 ‘청소년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인 이 사건 투숙객들이 남녀 혼숙한 이상 공중위생영업자인 원고가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판시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법리오해 대상판결이 원용한,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 즉,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중략-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ㆍ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라고 한 판시에서 “위반자”는 행정처분의 대상자인 법령상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던 종업원 즉, 현실적인 행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상판결은 “위반자”를 현실적인 행위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숙박업소에서 -중략- ‘청소년을 남녀혼숙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A법인의 대표자나 그 종업원 B 등이 이 사건 투숙객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라고 설시한 점에서 이는 명백하다. 기존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는, 현실적인 행위자 즉,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시킨 경우에, 현장에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몰랐던 사업자 즉, 법령상 책임자에게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상 제재 즉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판결은, 사업자와 종업원이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경우에도 즉,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최소한 인식을 전제로 함), 청소년 남녀혼숙 사실 자체만 존재하면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크게 오해하였다. 대상판결은, 청소년보호법 제30조 제8호의 범죄행위의 주체는 “누구든지”이고, 청소년 남녀혼숙에 대하여 행정제재를 가할 때의 공중위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8호의 적용 대상은 “공중위생영업자”인 점에 유의하지 않았다. 위 청소년보호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성립하려면 법령상 책임자(공중위생영업자)이든 종업원이든 누구든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고(고의, 과실 등 주관적 불법요소가 없는 행위로 형사처벌받지 않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음), 위 범죄행위가 성립하면 “공중위생영업자”는 본인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규정의 형식,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누군가의 청소년보호법위반(형사책임)이 있음이 전제되어야 공중위생영업자에 대한 행정제재가 가능함은 명백하다. 이것이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 실질적으로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행정제재(영업정지처분, 과징금 부과처분)보다 훨씬 약한 행정질서벌(과태료) 부과에 대하여까지 고의, 과실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 Ⅴ. 기존 대법원판결들의 분석 (1)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누22173 판결 이 사안은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고의 내지는 인식이 있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취지대로라면, 이 판결 사안에서, 숙박업자가 공중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공중위생영업자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야 할 것이다. (2)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2223 판결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위반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설시하고 있다. 이 사안도 사업자와 현실적인 행위자가 동일인인 사안으로 보인다. (3)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4069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6032 판결은, 고의(인식)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식점 운영자가 식품위생법 제31조 제2항 제4호에 규정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형사판결이다. (4)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두5005 판결의 사안은, 현실적인 행위자는 근로자들(버스기사들)이나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2. 2. 1. 법률 제11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위반(임의결행)의 주체로 사업자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실적인 행위자들에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명백하나 행정법규위반은 되지 아니하고, 사업자는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위 법 제10조 위반이 된다는 취지이다. 어쨌든 현실적인 행위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존재한다. (5)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의 사안도, 현실적인 행위자는 갑 주식회사의 임직원이고 입찰참가시 임직원이 고의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위반의 주체를 사업자(부정당업자)로 한정하였고, 현실적인 행위자를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대법원 2013두5005 판결의 사안과 구조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6)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4두8773 판결은, 대부업등록을 한 법인인 당해 사건의 원고회사의 직원이 현실적인 행위자로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7)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6175 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소외인이, 할부거래법이 필수적인 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요건에 관하여 사전에 고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사안이다. (8)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두63515판결은, 현실적인 행위자인 농심원 영농조합법인의 임직원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파기환송판결을 하고 있는 사안이다. (9)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두12264 판결이 유일하게 대상판결과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 대법원판결은 대법원이 제공하는 대법원종합법률정보에도 게시하지 아니한 판결이고, 그 이전·이후의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판시취지와 상반된 판결로서 전원합의체판결도 아니므로 판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Ⅵ. 결어 대상판결이, 논란의 여지가 전무한 기본적인 법리를 오해하여, 제대로 적법하게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법률신문 2020. 4. 2.자 사설에서 지적한 사례 즉, 군형법 제60조의 6의 '군인등에 대한 폭행죄의 특례'를 간과하여 적법하게 판결한 군사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적극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불과 석달만에 대법원의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무인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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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경원)
2020-07-23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 판결,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 판결 -
강간에 따른 임신을 상해로 볼 수 있는가?
대상판례 A: 대법원 2019. 4. 17. 선고 2018도17410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인 처가 부재 중인 틈에 딸(11세)의 저항을 힘으로 제압하고 수차례에 걸쳐 강간 및 유사성교행위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다. 1심은 강간에 의한 임신을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요소로 반영하는데 이는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다. 또 이미 피고인을 충분히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도 여성의 생리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건강상태의 불량한 변경이나 생리기능 상의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은 점, 태아는 피해여성과 별개의 독립된 생명체이며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상해로 본다면 합의된 성관계에 따른 원하지 않은 임신도 상해 내지 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및 유사성행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사실만을 인정해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항소심 역시 건강상태가 불량한 변경이나 생활기능 상 장애가 초래되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더라도 이를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자칫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1심 판단을 지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의 상해의 개념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 관련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입법으로 강간의 범죄에 의하여 여성 피해자가 임신을 하게 된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례 B: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판결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여·27세)를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준강간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1심은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여성이 이를 원하였는지는 고려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원하지 않는 다태아의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가중요소로 규정한 것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한 것으로 성범죄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별론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여 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준강간죄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상고심판결 요지(상고기각)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 정한 상해의 의미와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Ⅰ. 문제제기 성범죄 피해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최악의 피해로 강간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RRP, Rape Related Pregnancy)을 들 수 있고 그 어떤 경우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대상판례에서 피해여성의 임신을 '상해'로 파악해 강간치상으로 기소한 검사의 시도에서 이러한 필요성이 판례실무를 통해 적절히 충족되지 못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Ⅱ.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상해 임신이 상해가 아니라는 기존 일관된 견해의 논거는 대상판례의 하급심이 상세하게 들고 있지만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상해개념에 대한 기존 판례의 정의에 대비시켜 보면 그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흔히 신체의 완전성설과 생리적 기능훼손설을 축으로 몇 가지 개념적 바리에이션이 있지만 폭행과의 구별을 고려할 때 대체로 생리적 기능훼손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간과하기 어려운 중대한 신체적 변형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생리적 기능훼손을 수반하고 일정한 의료적 개입이 요구된다). 판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률적이 아닌 각각의 사실관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별도의 치료(의료적 개입)를 요할 정도로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경우'로 상해개념을 정의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등). 또한 상해를 신체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고 정신적 것으로도 확장하고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등). 상해 개념을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투영시키면 어떨까? 임신은 분명히 여성의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생리적 변화를 유발한다. 의료수준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변화와 위험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상판례 A와 같이 피해여성이 15세 이하 미성년 임부의 예에서 위험성은 더욱 극단적이 된다. 결국 임신은 의료적 개입이 요구되는 생리적 기능저하를 수반하는 점에서 '상해'로 볼 수 있다. 합의 하의 성관계에 따른 의도하지 않는 임신이나 다태아 출산 사례에 수반한 해석상 난맥을 들면서 임신을 상해범주에서 제외하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경우 이미 예견가능성이 부정되어 과실치상죄로 포착하기 어렵다. 합의 하의 성관계라도 의도적 또는 무모하게 상대여성에게 원하지 않는 임신을 야기하였다면 얼마든지 상해로 포착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처벌의 필요성도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 또한 양형기준에 이미 임신을 가중요소로 하여 임신을 상해로 파악하여 강간치상죄를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양형기준이 실무사례에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은 여전하며 본질적으로 불법과 양형요소로서의 평가를 동일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교법적 사례로 미국판례 가운데 임신에 수반한 병리적 현상과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적 개입의 필요성에 착안하여 임신을 상해(serious bodily injury)로 판단하거나[State v. Smith, 910 S.W.2d 457, 461 (Tenn. 1995); State v. Jones, 889 S.W.2d 225, 231 (Tenn. Crim. App. 1994)], 미성년 피해여성과 같이 구체적 사례에 따라 임신이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예[United States v. Shannon, 110 F.3d 382, 396-87 (7th Cir. 1997); People v. Cross, 190 P.3d 706, 712 (Cal. 2008); People v. Sargent, 86 Cal. App. 3d 148, 152 (1978)]가 있다. 한편 미국 위스콘신 주 법률과 같이 강간죄의 가중사유로 임신을 명시한 예도 있다[Wisconsin Statutes chap. 940 §. 225, Michigan Penal Code Act 750. §520a(n), Nebraska Statutes §. 28-318(4), Florida Statutes § 827.04 (3)]. Ⅲ. 맺음말 결론적으로 입법론적 대안에 앞서 현재의 해석론에서도 강간에 의한 피해여성의 임신을 강간치상으로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 CDC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통산 1800만명 정도의 강간피해여성 중 약 300만명 정도가 강간으로 인한 임신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관련 통계의 부재로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우리사회에서 강간으로 인한 피해여성의 임신이 제한된 사례는 아닐 것이다. 피해여성이 감당하게 될 고통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은 형법의 해석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강간치상
임신
강간
권창국 교수(전주대 경찰학과)
2020-07-06
행정사건
- 대법원 2018. 5. 2.자 2015모3243 결정 -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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