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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
수사기관이 체포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폰의 저장정보까지 영장없이 탐색할 수 있는가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서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2018년 3월 20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18회에 걸쳐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소속 사법경찰관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역 승강장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여성 승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였다고 의심하고 피고인을 불러 세워 신분증 제시와 검문이유를 밝히며 범행을 추궁하였다. 경찰관은 부인하는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전화기를 제출받아 카메라 사진폴더를 확인하였으나 여성 신체사진이 저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최근 실행 프로그램을 확인하였고 피고인의 무음 촬영 애플리케이션 구동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사진폴더를 열어 보려고 하였으나 잠겨 있었다. 이에 경찰관은 피고인에게 비밀번호를 요구하여 계속된 추궁 끝에 결국 비밀번호를 풀었고 불법촬영된 영상이 있음을 확인한 후 현행범 체포와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기 압수를 집행하였다. 경찰관은 임의제출물로 압수한 휴대전화기에 관하여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2018년 4월 1일 위 지하철경찰대에서 휴대전화 저장정보를 다시 탐색하여 피고인이 촬영한 모든 영상을 캡처·출력하고 영상파일을 CD에 복제하였다. 2. 재판경과 및 대상판결의 요지 1심에서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①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에 의한 압수수색은 이미 체포되었거나 체포 직전의 피의자에게 임의적 제출의사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고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압수된 휴대전화기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자체는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②2차 증거에 해당하는 휴대전화기에 기억된 저장정보(영상) 역시 영장 없이 탐색하여 출력·복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하여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의정부지법 2019. 8. 22. 선고 2018노2757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항소심 판결과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3. 피체포자의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의 '영장 없는 수색' 허부에 대한 국내외 동향 (1) 미국 연방대법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Riley 판결에서 '체포에 수반하는 영장 없는 수색'으로 압수된 피체포자의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경찰은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개인 정보가 다량 저장된 휴대폰의 데이터를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없고 수색 전에 일반적으로 영장을 발부받기를 주문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휴대폰의 저장정보 검색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하였다(2014년 Riley v. California 판결). 이러한 Riley 판결은 개인의 정보보호와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없이 수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경찰에게 없다고 선언한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한 없이 가택 수색이 가능한 '일반적 가택 수색영장'에 저항한 것처럼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집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정보가 저장된 휴대폰 데이터에 대한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수색에 저항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2) 국내 하급심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의 방법으로 휴대폰을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의 원칙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설령 법 제216조에 의하여 긴급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적법하게 휴대전화 자체를 압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자정보까지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긴급체포라는 상황에서 엄격한 제한 하에 이루어져야 할 예외적인 압수·수색임에도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영장 없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다만 증거인멸 방지나 용의자 긴급추적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9. 10. 8. 선고 2019고합441 판결). 4. 평석 및 결론 (1) 대상판결은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기존 판례의 논거에 배치 기존 판례에서는 임의제출의 의미·효과 등에 관한 검찰수사관의 고지 또는 피고인의 인식, 피고인이 체포당시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임의제출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 13726). 그러나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미 수사기관이 부인하는 피의자로부터 위법하게 사실상 휴대폰을 압수하고 휴대폰 저장정보에 대한 탐색·수색을 먼저 마친 상태라면 그 이후에 이루어진 현행범 체포상태에서의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폰 압수에 임의성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에 의한 실질적인 강제 압수수색 이후 이루어진 임의제출물 압수를 허용하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지속된다면 압수·수색 영장 및 사후영장제도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 정보화시대의 필수품인 휴대폰의 저장정보에 관한 수사기관의 검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상이 된 인공지능(AI)이 수사도구로서 상당히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 데이터(문자·음성언어·사진·동영상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영역에서도 AI의 이미지 인지 및 분석 기술 등이 활용될 수 있으므로 방대한 개인정보에 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적법절차의 원리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항소심은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시 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휴대폰 자체를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긴급 압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까지 영장 없이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막대한 양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휴대폰 저장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는 현재의 수사관행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휴대폰을 압수하고 영장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수사관행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체포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휴대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국내외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의 취지를 수용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이 수사편의를 위하여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휴대폰 속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투망식 탐색을 하는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고 원격 데이터 삭제 등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한다. (3) 결론 : 법률개정 필요 대법원이 대상판결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여 휴대폰 압수수색에 대한 수사기관의 실무관행을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힘들다면 국민을 위한 검·경 개혁 차원에서 국회에서의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유체물(물건)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전제한 규정으로 법 제정자가 예상하지 못한 휴대폰(이른바 스마트폰)의 등장에 맞추어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정보가 다수 포함된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입법자가 수사기관에게는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 없이 탐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불법촬영
저장정보
영장없는수색
영장주의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2020-08-20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
직사살수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문제점
Ⅰ.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 살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의 일환이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2항). 그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이다. 경찰장비의 사용에 대해 직접강제와 즉시강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직접강제란 하명처분에 의해 가해진 일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직접 의무자의 신체나 재산 또는 이 양자에 물리력(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고, 즉시강제는 일반적으로 목전의 긴급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미리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청이 하명처분을 하지 않고서 직접 상대방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독일 주 경찰법과 연방 직접강제법(UZwG)은 포승, 무기나 살수차 등을 직접강제에 해당하는 물리력의 보조수단으로 명문으로 들고 있다((가령 UZwG 제2조 제3항). 독일에서는 직접강제 역시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계고 등의 절차를 거쳐서 행해진다(주제와 관련한 제도 등에 관한 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한다). 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1. 판결요지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2. 검토 (1) 해산명령의 위법성의 살수행위에로의 이전 문제 대상판결은 해산명령 자체가 위법한 이상 실행행위로서의 직사살수 역시 당연하게 위법하게 되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살수행위를 하명처분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후자를 위한 강제절차로 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서 기본행위(당초의 하명처분)의 적법성은 강제집행의 수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 기본행위(하명처분)에 따른 행정상의 강제집행에서 기본행위의 하자가 고려되지 않는다(W-R Schenke. Polizei- und Ordnungsrecht, 8.Aufl., 2013, §10 Rn.540). 즉 양자 사이에는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상 해산명령의 위법성이 살수행위에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독일 연방헌재 역시 살수형식의 직접강제의 적법성은 기본처분의 적법성에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BVerfG, NVwZ 1999, 290(292)}. (2)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의 문제 판례는 집시법상의 해산명령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거하여 높은 절차적 요청을 설정한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이 과연 정당한가? 해산명령에서의 사유의 고지는 일종의 처분의 이유제시에 해당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유제시의무가 면제된다.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인식 없이 해산명령에 대해 법규정상의 구체적 해산사유의 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해산명령을 하기 전에 먼저 주최자 등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한 후 주최자 등이 그 요청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에 직접 참가자들에 대하여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 자진 해산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한 후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산명령을 발하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해산명령을 발하고 실행되게 함으로써 해산사유가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해산명령에 대한 높은 절차적 요청은 절차하자를 쉽게 인정하게 하는 과도한 절차적 철조망이다. 물론 직사살수가 관련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해진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대한 과도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9, 553면 이하). Ⅲ. 헌재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1. 결정요지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 백○○는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를 통하여 청구인 백○○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청구인 백○○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검토 과거 헌재 2011헌마815의 법정의견은 물포발사행위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은 물론 심판의 이익까지도 부인하였지만 그 반대의견은 물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음을 들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는데 이번에는 후자와 같은 논거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 2011헌마815의 반대의견과는 달리 살수와 관련한 경찰관직무집행법령상의 규정은 제외하고 직사살수행위만을 심판대상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먼저 살수가 직접강제이든 즉시강제이든 해산명령의 실효성확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에서 헌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파생원칙을 개별적으로 대입하여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안의 직사살수가 살수와 관련한 법규정에 위배하여 행해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의 보충성으로 인해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20899 판결).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상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관 제지행위를 즉시강제이자 권력적 사실행위로 본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2016도19417 판결). 일부 문헌에서처럼 경찰관집무집행법상의 대인적 강제수단을 즉시강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찰장비의 일환의 살수차의 사용에 따른 살수행위 역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재판관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Ⅳ. 맺으면서-행정강제와 행정소송의 시급한 발본적 개혁 독일 대부분 주 경찰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된 무기사용과는 달리 경찰의 살수행위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경찰직무규정 122'에 상세히 규율되어 있다. 살수와 관련해서 무기사용처럼 법률의 차원에서 규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었지만 일찍이 독일 연방헌재는 살수가 무기사용과 비슷한 잠재적 위험상황이 야기된다는 점과 무기사용처럼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했어야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였다{BVerfG, NVwZ 1999, 290(291)}. 또한 경찰직무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직접강제의 일환인 살수행위와 관련한 권리구제는 기본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직접강제가 실행된 데 따른 계속적 확인소송의 차원이나 살수행위를 포함한 일련의 경찰조치의 위법성의 확인을 구하는 일반적인 확인소송의 차원에서 검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배상책임이 강구된다. 살수를 포함한 경찰장비의 사용을 독일처럼 직접강제의 차원에서 시급히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직접강제를 포함한 행정강제 전반을 시대에 맞게 확립하여야 한다. 현행 행정소송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상회복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살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없다. 행정강제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살수차
물포
집회
해산명령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0-08-18
행정사건
- 대법원 2018. 5. 2.자 2015모3243 결정 -
공무원의 직무범죄에 근거한 재심개시결정
1. 사안의 내용 피고인은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 따라 1979년 7월 4일부터 1979년 7월 13일까지 영장 없이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진행 도중인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었다. 이에 항소심은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면소를 선고하고 나머지 반공법위반, 사기,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취하로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사망하자 피고인의 아들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법 1981. 9. 10. 선고 79노1637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은 당시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허용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것이다. 즉 경찰관들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의 법령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등으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검사 재항고를 기각(원심의 결론 수긍, 재심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관련한 재심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그 영장 없는 체포·구금의 근거가 위헌적 법령이라면 당시 수사기관에게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2. 재심제도의 의의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해석론 재심심판절차는 원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종전 소송절차의 후속절차가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완전히 새로운 소송절차로서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이는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판결의 확정력으로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사건 자체를 다시 심판하는 재심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법적 안전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에서 동일한 정도로 파생되기 때문에 재심절차는 단지 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즉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재심을 허용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심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5도15782 판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원판결이 위 공무원의 범죄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별도의 확정판결이나 같은 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에 대신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6도12400 판결). 즉 제420조 제7호는 1) 직무범죄가 성립하고 2) 그 직무범죄로 공소가 제기되고 3) 그 직무범죄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다. 1)은 실체법적 요건이라면, 2)와 3)은 절차법적 요건에 해당한다. 3. 동 결정의 근거에 대한 비판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직무범죄를 범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 '직무범죄 준하는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범죄가 존재하지도 않고, 직무범죄에 저항하는 범죄이거나 직접적인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직무범죄에 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허용되는 유추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법률의 해석은 법문에 반하여 할 수는 없으므로 헌법 합치적 법률해석 역시 법문에 대한 가능한 어의에서 시작되고 또 거기에서 한계를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법문의 어의가 명백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비록 법문에 부합하는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미명 아래 법률의 규율내용을 왜곡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범변경을 통한 적극적 입법은 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에게도 금지되어 있기 떄문이다. 결국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문언이 범죄성립과 확정판결을 명백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합치적 해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법적 논증의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즉 사실인정의 오류를 바로잡아서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는 사안에서 볼 때 반공법위반, 사기죄,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재심대상자)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범죄를 범한 자에게도 인정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다. 즉 경찰관들이 직무범죄를 범하였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심개시결정은 재심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재심을 청구하는 자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에 내려지는 법적 논증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재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재심절차의 전체적인 단계에서 볼 때 선행절차(Aditionsverfahren)에 해당한다. 이 절차에서는 재심청구의 방식과 재심청구의 논리적 일관성(Schlussigkeit)의 심사가 주된 과제이다. 재심개시결정절차에서 재심법원은 새롭게 주장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가정하고서 이를 원판결에서 법원이 확정한 사실과 비교한다. 이 단계에서 재심법원은 먼저 사실심법관이 확인한 사실에 구속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의 재심요건과 관련해서 본다면 재심법원은 공무원의 직무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심법관의 확인사실을 기초로 재심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칸트는 '도덕과 형이상학을 위한 정초'에서 "목적을 원하는 자는 (이성이 그의 행위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한) 자신의 힘 안에 놓여 있는, 그 목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수단을 또한 원한다"라고 하였다. 당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목적은 직무범죄의 존재라는 수단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 결정은 '직무범죄가 성립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있다. '직무범죄'와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다르다. 직무범죄에 준한다는 사실도 재심개시결정에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즉 인과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심개시결정이라는 결과를 그 원인된 행위에 귀속하기 위해서는 직무범죄에 준하는 사실이 아니라 직무범죄의 성립과 확정판결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다(대법원 2013.3.28. 선고 2012재두 299 판결). 법령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확정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적 논증의 과정이다. 이때 법령의 해석은 미리 그 의미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실관계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 결정은 재심을 위한 재심개시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을 미리 염두에 두고 그 근거를 소급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의문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항고
체포
구금
재심
수사기관
권오걸 교수(경북대 로스쿨)
2020-01-09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교장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문제
- 대법원 2018.3.27. 선고 2015두47492판결 - Ⅰ. 사실관계와 하급심의 태도 갑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후 2011.9.1. 교감으로 승진임용되어 A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한다. B광역시교육감은 매년 1월 31일을 기준으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을 평정하여 그 평정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승진후보자의 순서대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는데, 2014.1.31.자 ‘교육공무원(초등학교교장) 승진후보자 명부’에 갑이 순위 10번으로 등재되어 있다. 2014년 3월 1일 B광역시교육청 관내 초등교장 18명을 대통령이 신규 승진임용하였는데, 갑은 포함되지 않았다. 갑이 제기한 교장임용거부처분무효확인의소에서, 피고 교육부장관이 “원고에게는 자신을 교장으로 임용 또는 임용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법규상, 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신청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하급심은 이를 수긍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1.22. 선고2014구합63909판결, 서울고법 2015.7.9. 선고 2015누33839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역시 동일하였다. Ⅱ. 판결요지 [1] 항고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2조, 제35조), 불이익처분의 상대방은 직접 개인적 이익의 침해를 받은 자로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2]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1항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3배수의 범위 안에 들어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승진임용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임용권자 등이 자의적인 이유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이러한 승진임용제외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교육공무원법상 승진후보자 명부에 의한 승진심사 방식으로 행해지는 승진임용에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던 후보자를 승진임용인사발령에서 제외하는 행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은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들에 대하여 일정한 심사를 진행하여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특정 후보자를 반드시 임용제청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교육부장관이 임용제청을 한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반드시 승진임용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임용권자에게 일반 국민에 대한 행정처분이나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를 승진임용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공무원의 자격을 정한 관련 법령 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증명이 있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Ⅲ. 쟁점과 문제점 자유권이 국가에 대한 방어권적 성격을 갖기에 불이익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는 별다른 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수범자(상대방)이론인데(김중권, 행정법, 2019, 731면). 대상판결은 일찍부터 필자가 주장한 수범자이론(상대방이론)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수범자이론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제3자효 행정행위를 다투는 경우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독일의 통설과 판례). 따라서 사안이 거부처분의 상황이라면 수범자이론에 의하더라도 당연히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급심과 상고심의 접근태도가 다르다. 하급심은 사건명칭처럼 사안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한 데 대해서, 상고심은 사건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면서도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논증하지 않았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의 공식에 입각하지 않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후보자는 임용권자로부터 정당한 심사를 받게 될 것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달리 이에 대하여는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논거로 교장승진임용제외를 행정처분으로 보았다. 교원소청심사는 물론 하급심의 태도가 기왕의 판례에 의거한 의당 자연스러운 점에서 권리구제의 보충성을 내세워 논증한 대상판결의 접근이 사안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한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Ⅳ. 사안이 승진임용거부의 상황인가? 교장임용절차는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교장임용절차는 2원화되어, 하나는 승진후보자명부에 의한 승진심사방식으로 행해지고, 다른 하나는 공모절차의 방식으로 행해진다. 공모절차는 지원(응모)에 의해 개시되기에, 일종의 신청에 의한 절차진행인 데 대해서 승진임용절차는 행정청의 직권적인 절차진행이다. 승진임용절차인 사안에서 대상판결이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하다. 승진임용제외로부터 직접적인 법적 불이익의 발생이 논증되는 한, 이상의 수범자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반면 공모절차를 밟는 총장임용절차에서의 임용제청제외 및 임용제외는 거부처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신청권의 존부를 검토하지 않고, 처분성을 논증한 대법원 2018.6.15. 선고 2016두57564판결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상론 김중권, 법조 제733호, 2019년 2월 28일). Ⅴ. 승진임용제외의 처분성 논증의 문제점 1.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것의 문제점 처분성을 논증하는 데 대상판결은 절차적 기대(권)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거부처분의 인정에서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연유한 신청권의 의미에 대해 판례는 그동안 순전히 절차적 의미로 접근한다. 신청권을 순전히 절차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남소의 우려와 함께 법률관계의 왜곡을 가져다준다(김중권, 행정법, 734면). 대법원 1991.2.12. 선고 90누5825판결의 응답신청권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으로 이해하여 그것을 실체적 법효과와 유리되게 이해한 것이 그 예이다. 승인임용에서 제외(탈락)된 상황은, 공직취임의 저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단순한 배제라는 사실적 효과가 아니라 불임용의 법효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당한 심사에 관한 절차적 기대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의 문제점 자신을 상대방으로 하지 않는 법적 행위로 인해 빚어진 결과적 상황에 즈음하여, 그 법적 행위(다른 사람에 대한 승진임용)를 직접 다투지 않고, 자신에게 빚어진 결과적 상황을 문제삼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을 자신의 법률상 이익(권리)의 침해에 설득력 있게 연관지울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단적(묵시적) 행정행위의 존재이다. 행정의 추단적 용태로부터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는 법적으로 의미있는 공법적 의사표시가 도출될 수 있을 때, 추단적 행정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김중권, 행정법, 214면). 가령 보조금반환요구(결정)는 보조금지급결정의 묵시적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여러 명이 한정된 허가를 신청하여 일부에 대해 허가가 발해진 경우 다른 이에 대한 거부처분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종종 (후속) 행정사실행위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추단적 행정행위가 사실행위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예: 경찰관이 행한 수신호). 물론 표시행위에 대해 법률상 일정한 형식(서면, 공증증서, 고시 등)이 규정된 때는 추단적 행정행위는 배제된다(판례는 공공용물의 성립과 폐지에서 묵시적 공용지정(개시)행위나 공용폐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5다25524판결 등). 추단적 행정행위의 존재는 후속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녀서, 경우에 따라서는 명시적 처분에 담겨질 수 있다. 대상판결처럼 굳이 권리구제의 보충성의 차원에서 처분성을 논증할 필요가 없다. Ⅵ. 맺으면서-배타적 경쟁자소송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사안의 소송은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자가 제기하는 배타적 경쟁자소송이다. 법정요건이나 자격을 구비한 이상, 원고적격은 문제되지 않는데, 소송대상, 소송형식, 취소판결의 효력 등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김중권, 행정법, 742면). 특히 공무원법상의 경쟁자소송에서는 임용처분이 내려지면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에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문제될 수 있다. 독일은 공직의 안정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변경(BVerwGE 138, 102) 을 통해 잠정적인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탈락된 지원자가 타인에 대한 임용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교육공무원법
승진
승진심사
임용권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3-04
헌법사건
집회현장에서 경찰의 촬영행위
- 헌법재판소 2018. 8. 30. 2014헌마843 결정 - Ⅰ. 사건의 개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2014년 8월 29일 연세대학교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목적으로 하는 행진(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에 참가하였다. 청구인들은 당초 신고한 마지막 지점을 지나 약 100m 정도 행진을 계속하였고, 이후 경찰은 해산명령과 함께 채증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채증을 하기 시작하였고, 청구인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하자, 촬영을 중단하였다(이하 ‘이 사건 촬영행위’라 한다). 이후 청구인들은 2014년 10월 2일 주위적으로 이 사건 채증활동규칙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헌법재판소 판단 내용 1. 심판대상 이 사건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은 이 사건 채증규칙에 의해 직접 기본권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촬영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기본권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각하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촬영행위의 경우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기본권 침해의 반복성이 인정되며, 청구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채증’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는 해명의 필요성이 있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2. 본안 판단(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4인의 법정의견 법정의견은,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범위는 ‘신고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이후의 집회’에만 한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다음,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아직 명백하게 초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촬영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의 촬영을 전제로, 미신고 옥외집회의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행위는 주최자에 대한 증거확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고, 단순 참가자들에 대한 촬영이 수반되더라도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나. 5인의 위헌의견 반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다수의견(5인)은, 경찰의 촬영행위는 증거자료 확보목적으로서도 기능하지만, 한편 국가기관이 집회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며, 사진이 촬영된 개인들은 자신의 정보가 국가에 의하여 관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향후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두려움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촬영행위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촬영행위를 인식하게 만드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는 점에서 ‘집회 종료 목적’이 상당부분 가미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1. 신고범위를 벗어난 평화집회에서 발생하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 우리 집회법은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나 미신고집회의 경우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동법 제22조). 이러한 집회들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할 집회(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어 법집행기관의 주의가 요구된다. 반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미신고집회인 경우에도 그것이 평화집회라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하여 헌법이 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고, 신고여부를 떠나 평화집회 참가자들에 대하여는 법이 보장하는 최대한의 권리가 인정됨을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0헌바67 결정 등). 2. 수사로서의 촬영행위와 공익적 필요 현장의 영상과 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촬영자료는 범인검거와 범죄입증에 상당히 효과적이고 중요한 증거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법경찰관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 진행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 한편, 촬영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효과를 수반하는 물대포 사용행위나 불법행위자 체포행위 등에 비하여 충돌가능성이 적고, 재판에서의 증거자료 제출 등을 위해 긴요하다. 그러한 필요성 때문에 이 사건 청구 전까지 경찰채증은 2010년 2329건에서 2011년 3422건, 2012년 4007건, 2013년에는 5366건으로 매해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촬영행위는 법적으로는 강제수사로 평가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영장 없는 촬영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여 촬영의 강제수사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역시 집회현장에서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에 촬영행위가 수사의 한 방법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결정문 9/34쪽). 3. 사익으로서의 집회의 자유와 그 제한기준 평화적 집회는 그 자체만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태도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자 2000헌바67 등). 헌법재판소가 집회에서의 촬영행위를 ‘범죄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대목이다. 단순 평화집회 참가자들이 법을 지켜가며 집회를 하는 경우에까지 단순미신고 또는 신고범위를 다소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아가 이들 중 누군가가 현행범으로 돌변할 ‘가능성’만을 근거로 하여 사전채증이 허용된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가 앞서 일관되게 제시하는 판시내용을 촬영행위 사안에서는 그대로 뒤집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즉, ‘법을 지키며 평화적으로 집회시위를 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은, 불법폭력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사익제한 기준 보다 더 높게 평가됨이 타당하며, 촬영행위에 대한 공익적 필요성 역시 더 엄격하게 평가됨이 마땅하다. 4. UN인권이사회(HRC)에서 규정하는 집회에서의 촬영행위 이와 관련하여, UN인권이사회는 2016년 2월 4일 특별보고관이 UN총회(UN General Assembly)에 제출한 자료(A/HRC/31/66)를 토대로 ‘집회의 적절한 관리방법’(the proper management of assemblies)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특히 경찰 채증행위와 관련하여 △ ‘채증(recording)은 권리실현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집회를 위협하거나 제한할 목적으로 활용되는 채증행위는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언급한다(76). 또한 △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그 기준이 ‘특별히 더 높아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지키더라도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74). 그 외에도 UN인권이사회는 △ 경찰을 포함한 조직이 집회에 대하여 채증한 정보는 그 시점과 무관하게 최대한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80), △ 채증장비 등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5. 조망촬영(Ubersichtsaufnahmen)에 대한 독일 고등법원의 기준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조망촬영에 대하여도 근접 현장촬영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기본권침해 효과가 동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조망촬영 역시 ‘공공 안전과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있다는 사실의 증거’(Es fehle an tatsachlichen Anhaltpunkten fur eine erhebliche Gefahr der offentlichen Sicherheit und Ordnung)가 확실할 때에 허용된다는 코플란쯔 고등법원 판단(5.2.2015의 OVG Koblenz (Az 7 A 10683/14, NVwZ-RR 2015, 570))에 비추어 볼 때에도 다수의견은 기본권제한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고 있다. 6.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 최근 경찰위원회는 이와 같은 논란을 감안하여 ‘집회시위 자유보장 권고안 및 부속의견’을 발표(2017. 9. 1.)하여, 채증의 경우 ①과격한 폭력행위가 ‘임박’했거나, ②폭력 등 불법행위가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진 직후, ③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보전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그 집행요건을 엄격하게 축소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미신고 집회의 경우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조망촬영, 현장촬영하는 것 외에 수사 목적으로 채증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6항)고 밝혀,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수사목적으로 채증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Ⅳ. 결 어 나는 이 사건 촬영행위가 일어날 당시 현장책임자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201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채증은 위법”이라고 항의하였고, 그는 “억울하면 소송을 걸라”고 답하였다. 4년 후, 그 짧은 대화는 4인의 합헌의견과 5인의 위헌의견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헌법적 쟁점으로 다시금 이어지게 됐다. 향후 집시법 개정을 통하여 촬영행위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명확히 긋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평화롭고 자유로운 집회시위와 경찰의 질서유지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집회
촬영행위
채증규칙
김민후 법무관(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018-10-11
헌법사건
형사일반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의 헌법불합치결정
- 헌법재판소 2018. 3. 20, 2015헌바370, 2016헌가7 결정 - [헌재결정요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에 위반되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평석요지] 위 법률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주거 등 수색에 관한 영장주의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영장주의의 예외는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주거 등 수색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6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의 해석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 2, 제200조의 3, 제201조 또는 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1.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등을 수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피의자를 신문·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의 신체수색, 피의자의 체포·구속·검증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한 주거 등 수색이라는 용어로 개정하여야 한다. 영장 없이라 함은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 없이 라는 의미이다.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으며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이미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하여야 한다.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였으나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도 주거수색에 관하여 사후영장을 요하지 아니한다. 체포영장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후 체포현장에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주거 등 수색은 수색의 필요성이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 즉 수색의 필요성이 수색의 허용요건이다. 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함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피의자의 처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주민의 진술이 있는 경우는 피의자의 처가에 대한 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2. 헌재결정의 요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의 이론구성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에 대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 제16조,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사전에 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는 수색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하여야 할 긴급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 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경우에도 별도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면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고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는 데에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 등에 비추어 체포영장의 집행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는 점,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을 허용한다면 수색장소의 특정 및 이에 대한 법관의 심사절차가 생략되므로 일반영장에 의한 포괄적 강제수사를 허용하는 셈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위에서 본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이라함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을 가리킨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이유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한다. 다만 향후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늦어도 2020년 3월 31일까지는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한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명시하는 것으로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대상조항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37조에도 존재한다)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만이라도 이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을 지적하여 둔다. 위 시한까지 개정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0년 4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3. 헌재결정에 대한 비판 헌법재판소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 수색에 앞서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을 허용한다는 것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주거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6조에 위반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즉 영장주의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영장주의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위헌조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것은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이므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주거 등 수색에 관하여 사전 수색영장이 필요 없음은 물론 사후 수색영장도 필요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규정을 위반하지 아니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수색영장이 발부된 후에 은신처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수색영장에 피의자의 현재지를 특정할 것을 요구하게 되면 수색영장의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인 경우에는 그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수색에는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피의자가 은신하고 있는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는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백형구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위원)
형사소송법제216조제1항제1호
피의자수사
체포영장
주거수색
백형구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위원)
2018-09-27
헌법사건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2012헌마 191등 - 위치정보 추적자료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수사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Ⅰ.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 (1) 과잉금지원칙위반 중 침해 최소의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위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만을 요건으로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만 있다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의 필요성만 있고 보충성이 없는 경우에도, 피의자·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도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정보주체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이에 헌법재판소는 ①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을 때, 즉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②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사기관이 위치정보 추적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대한 판단 (1) 적법절차 위반 여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 자료가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 법 제13조의2의 통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에 대해, 그 제공과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수사가 계속 진행되거나 기소중지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보주체의 절차적 권리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에 미흡하다고 판시하였다. (2)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방안 ①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 ② 일정한 예외를 전제로 정보주체가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③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개선입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의 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를 위한 적법절차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Ⅱ. 헌법재판소 판결 평석 1. 헌법불합치 판결 의의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2005. 5. 26. 법률 제7503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과 제13조의3 제1항 중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함과 동시에 위 법률조항들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판시하여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현행법률 규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만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하고, 적법절차원칙 준수를 위한 사후통지 절차를 보완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판결의 취지에 맞게 수사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2.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검토 1) 미국의 경우 미국 전기통신비밀법 (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of 1986, ECPA:18 U.S.C. §2510이하 규정) 제3장(Title III: 18 U.S.C. §§3121∼3127)에서는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pen register:18 U.S.C. §3127(3))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trap and track device:18 U.S.C. §3127(4))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통화의 개시를 위해 전화기에 입력하는 전화번호, 발신된 메시지가 수신지까지 가는 경로를 설정해주는 과정인 라우팅(routing), 단말통신에서 교신상대와 접속 또는 선택하는 어드레싱(addressing),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의 통신 이용 상황 기록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통신보호비밀법 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통신 이용 상황 기록 장치 또는 발신 신호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는데 “취득될 정보가 현행 수사에 관련이 있을 것(the information likely to be obtained by such installation and use is relevant to an ongoing criminal investigation)”이라는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면 60일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허가명령서를 발부한다(18 U.S.C. § 3123). 2) 독일의 경우 독일의 경우 전기통신법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신데이터(Verkehrsdate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휴대폰의 위치정보(Standortsdaten) 또한 통신데이터의 하나로 수집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00g조 제1항은 제한적인 요건 하에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통신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은 제100g조 제1항 제3문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비추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범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히 제100a조 제2항에 규정된 범죄를 행하였거나 미수의 가벌성이 있는 행위의 착수 또는 별도의 범죄를 예비한 때에만 위치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허용된다. 위치정보 수집의 명령과 이행에 관하여서는 통신검열에 관한 동법 제100a조 및 제100b조가 준용되는데 통신감청은 오로지 검사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만이 행할 수 있으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처분을 명할 수 있으나, 3일 이내에 법원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3)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개별 범죄에 있어서 영장에 의하여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개인의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있으나, 미국, 독일과 같이 단일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제1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인 통신의 비밀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개별 통화에 관계된 위치정보의 경우는 통신구성요소이므로 통신비밀로 보호해야 되지만 통화이외 휴대폰 소지자가 지역을 이동할 때 기지국에 전송되는 위치등록정보는 정보는 통신비밀이 아니라 사생활의 일환으로서 보호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건데, 어떤 사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 자유 중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통신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이므로, 통신비밀에 준하여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고시로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하고 동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전지통신사업자가 위치정보에 대하여 준수해야 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동 조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하여 위치정보의 취득을 요구받은 경우에, 당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로서,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검증영장)에 따르는 때에 한하여 당해 위치정보를 취득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사실 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 191등에서 설시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와 사목의 ‘인터넷 접속지 추적자료’(과거자료 및 실시간)’를 모두 포함) 판결 선고날짜에 2012헌마538사건에 대하여도 동일한 이유로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헌마538사건은 ‘기지국 수사’와 관련이 있는데 기지국 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으로서 주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논고에서는 포괄적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 수사의 개선방안을 모두 모색하여 보기로 하겠다. 1) 수사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독일의 입법례와 포괄적 기지국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정보는 필요하다는 점, 살인, 유괴, 납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수사의 신속성과 긴급성 및 중대성이라는 공익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개선 방안 중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 이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충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수사를 위하여’ 포괄적 기지국 수사(통비법 제2호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 관련 수사) 개선 방안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통신제한조치 대상 이외의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즉 탐문수사, CCTV 수사, 주위 차량 블랙박스 수사, 범죄현장 유류물에 대한 포렌식 수사 등을 통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포괄적 기지국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 요청 수사(통비법 제2조 제11호 바목, 사목 관련) 개선 방안 가. 과거 위치정보 추적 자료 과거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에 비하여 기본권 침해정도가 낮다는 점에서 보충성의 요건 없이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피의자 검거를 위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해당 사건의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검거하기 위하여 실시간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죄가 통신제한조치 대상 범죄인 경우에는 필요성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그 외 범죄의 경우에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 피의자의 증거 수집 및 사건 관련자에 대한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 이외 피의자 혹은 피내사자의 증거 수집을 위한 소재 혹은 동선 확인을 위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나, 피의자 이외의 가족 혹은 지인 등 제3자에 대한 위치정보는 보충성이 충족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본다. 3. ‘통지’ 관련 수사 개선 방안 수사의 개선 방안 (1) 비교법적 고찰 1) 독일의 경우 독일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의 수집을 명한 때에는 해당 통신의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지를 한 때에는 사후적인 권리보호의 가능성과 그 기한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7항에서는 통지를 받은 자는 2주 이내에 처분 및 그 집행방식의 적법성에 관하여 관할법원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서는 즉시항고가 허용된다. 2) 일본의 경우 일본 전기통신사업에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26조에 제4항에 의하면 위치정보가 취득되고 있음을 이용자가 알 수 있을 때, 재판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위치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1) 통지조항의 개선의 일반적 방향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사활동 보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성질상 기밀성을 요한다.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사실을 수사 진행 중에 정보주체에게 알려준다면, 피의자 및 그와 관계있는 자들이 이동전화·인터넷의 이용을 중단하거나 도주·증거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범죄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추가 범행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서도 명문으로 위법수사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청조항 및 허가조항을 위반하여 취득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형사절차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된다. 또한해당 수사관 및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권리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제공받은 사건에 관하여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제공 이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원칙적으로 수사·내사의 대상인 정보주체에 대해 이를 통지하도록 하되,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사법부 등 객관적·중립적 기관의 허가를 얻어 그 통지를 유예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입법 전까지 통지관련 수사기관의 수사 개선 방안 가. 통지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기구 설치 입법이 되기 전까지 현재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존중하여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에 통지가 누락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통지를 유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통지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하여 통지를 하는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통신유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 제2항 및 제9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의 안전보장·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미리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을 얻는 경우 가능하며, 통지유예의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검사장의 승인사항과 관련하여 내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그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살펴, 실질적으로 검사장의 검토와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개선함과 동시에 검사장 독단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합의체 기구를 설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지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 통지유예 해소시 30일 이내 통지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8-08-28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집회 및 시위 제한 통보의 적법 여부, 단순 참가자에 대한 처벌 기준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건설노동자로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최한 희망버스 시위에 참석하여 소속 조합원, 대학생 등 2500여명과 함께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에서부터 독립공원까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였다. 당시 금속노조는 차로를 포함한 인도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하였으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행진하도록 조건을 붙여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하였다. 그러나 통보서는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무실 우편함에 넣어두고 왔다. 피고인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가) 1심 판단 서울중앙지법은 왕복 8차로 가운데 편도 4차로를 점거해 행진한 것은 한쪽 방향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반 교통방해죄를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8. 14. 선고 2012고정1151). (나) 2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말라는 집회 제한 조건이 주최 측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집회 참가자에게도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신고된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11. 9. 2012노2902). (다) 대법원 판단 경찰이 주최 측인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서의 내용을 알리고 전달방법을 문의하였는데, 동인이"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말하여 그곳 노조 사무실 우편함에 통보서를 투입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사회 통념상 통보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통보서는 주최자인 금속노조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심이 통보서가 적법하게 전달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도14625). 2. 대법원 판결 취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집시법'이라 한다)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는 직접 집회나 시위 자체를 금지ㆍ제한하는 효과가 있으나, 집시법 제12조 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인 것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아니하므로,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의 경우에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의 송달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통보 방법이나 경위, 수령인과 주최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주최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비록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서의 송달 방법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교통조건 통보로 보아야 한다. 3. 평 석 (1) 집시법 제8조의 금지 등 통고의 송달 방법과 제12조의 교통조건 통보 방법상 차등을 두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제 8조에서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관한 규정을, 제 12조에서 교통소통을 위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8조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을 할 경우"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서면으로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제4항)"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7조, 제3조는 '주최자가 단체인 경우 대리인이나 단체의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개인이라면 세대주나 가족 중 성년자에게 전달'하도록 구체적인 전달 대상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거나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을 할 경우에는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서 "서면으로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최자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2조에 따라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 별도로 시행령에서 금지통고 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법 제8조에서 '제12조에 따라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는 제 12조 아닌 제8조에 따라 금지통보를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제8조 제1항 제3호). (이 부분에서 무슨 숨바꼭질 하듯이 복잡하게 법 규정을 찾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점은 유감이다. 법은 중학생 정도의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법원 논지대로라면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에는 제8조에 따라 엄격한 전달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제한을 할 경우'에는 그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통보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차등적 법해석 적용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집회, 시위의 제한도 결국은 일부 금지로 볼 수 있으므로, 제한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과 금지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에 차등을 두는 것은 너무도 작위적인 해석이다. 엄격한 통보절차와 완화된 통보절차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매우 모호하다. (2)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에 참석한 자에 대하여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금지된 집회 시위나 해산 명령에 위반한 경우 등 한정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제한 조건에 위배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실무상 집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형법 제185조 '일반 교통 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로 인정하여 처벌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집시법상 처벌 대상인 주최자, 과격 참가자 등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비하여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으로 훨씬 중하다. 결론적으로 집시법에서는 배려를 해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오히려 무거운 형법을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처벌을 위한 법운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형법이 예시한 행위 즉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할 것이다. 일본 형법상 우리 일반 교통방해죄에 해당하는 죄는 일본 형법 제124조 '왕래방해죄'인바 '육로, 수로, 교량을 파괴 또는 폐쇄하여 왕래의 방해를 초래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하여, 보호 대상(육로, 수로, 교량)과 행위(손괴 또는 폐쇄)를 한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형법과 같이 '기타 방법으로'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어 처벌 범위를 단순 참가자까지 넓히는 것은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문제가 남는다. (3) 경찰의 대처 방법에 대한 검토 집시법 제13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제1항) 질서 유지선을 설정한 때에는 주최자 또는 연락 책임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시행령 제13조 제2항에서 "질서유지선의 설정 고지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 장소의 상황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새로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는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있는 국가 경찰 공무원이 구두로 알릴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법 제 24조 3호는 질서 유지선을 침범한 행위 등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따라서 관할 경찰관서장이 도로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 법상 규정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설정하고 현장에서는 필요한 경우 구두로 통보하면 법이 정한 제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집시법이 간단하고 확실한 대처방법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본 건처럼 제한 통고가 적법했는지 여부를 가리기위해 파기 환송심까지 네 번의 재판을 이어가고, 집시법 아닌 형법을 적용하는 번거로움을 초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판례 분석을 하면서도 경찰의 대처방법에 대하여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5. 결 어 대법원이 집시법 제 8조상의 금지 통보와 제 12조 제한 통보의 해석에 차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한 조건을 통보하는 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집시법상 처벌 조항이 없음에도 법정형이 훨씬 무거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상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규정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집시법 아닌 형법의 논리를 동원해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바람직한 집회 및 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경찰의 대처 방법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2015-09-24
조국 교수 (서울대 로스쿨)
불법체포와 2차 증거(소변검사)
1. 사실관계 및 하급심 판결의 경과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인은 2012년 5월5일 01시경 피고인이 투숙하고 있던 '○○○모텔' 업주를 통하여, 전날 피고인이 정신분열증 비슷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등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은 행동을 목격하여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하였거나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이에 경찰관들이 피고인이 있던 위 모텔 방에 들어갔는데, 당시 피고인은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모텔 방안에서 운동화를 신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경찰관 앞에서 바지와 팬티를 모두 내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마약 투약이 의심되므로 경찰서에 가서 채뇨를 통하여 투약 여부를 확인하자고 하면서 동행을 요구하였고, 피고인이 "영장 없으면 가지 않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을 북부경찰서로 데려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03시25분경 위 경찰서에서 채뇨를 위한 '소변채취동의서'에 서명하고 그 소변을 제출하였는데(이하 '제1차 채뇨절차'), 소변에 대한 간이시약검사결과 메스암페타민에 대한 양성반응이 검출되어 이를 시인하는 취지의 '소변검사시인서'에도 서명하였다. 경찰관들은 같은 날 07시50분경 피고인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고, 23시경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과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 등에 대한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을 청구하여 2012년 5월6일경 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관들은 2012년 5월7일 피고인에게 압수 영장을 제시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였다(이하 '제2차 채뇨절차'). 이를 송부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에 대한 양성반응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사건 소변 감정서 및 모발 감정서(이하 '이 사건 각 감정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고, 피고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물건손상죄로 기소되었다. 제1, 2심 모두 유죄판결을 내리고 징역 1년6월,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 대법원 판결 먼저 대법원은 동행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강제연행 한 행위는 위법하고,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제1차 채뇨절차'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영장에 기하여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 및 그 결과를 분석한 '이 사건 각 감정서' 등 2차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설령 수사기관의 연행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에 이은 제1차 채뇨에 의한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후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되었고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여 2차 채뇨 및 채모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그와 같은 2차적 증거 수집이 위법한 체포·구금절차에 의하여 형성된 상태를 직접 이용하여 행하여진 것으로는 쉽사리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은 체포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를 희석하게 할 만한 정황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 … 의 수사를 위하여 피고인을 경찰서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법원의 영장 발부에 기하여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마저 부인한다면, 이는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참작될 필요가 있다." 그 근거로는 (i) 피고인의 비상식적 행동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긴급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 (ii)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피고인을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었고, 실제로 경찰관들은 그 임의동행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는 등 절차의 잘못을 시정하려고 하였던 바 "관련 법규정으로부터의 실질적 일탈 정도가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 원칙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iii) 경찰관들로서는 피고인의 임의 출석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일의 경과에 따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배설됨으로써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이 농후"하였으므로 달리 적법한 증거수집 방법도 마땅하지 아니하였다, (iv) 수사기관은 법원에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청구하여 이를 발부받았다, (v) 메스암페타민 투약 범행은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등을 제시했다. 3. 평석 '제1차 채뇨절차'의 위법성과 그에 따른 '소변검사시인서'의 증거능력 배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당연한 요청이다. 문제는 '제2차 채뇨절차'의 위법성과 그 결과를 분석한 '이 사건 각 감정서'의 증거능력이다.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근거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피고인에 대한 긴급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은 피고인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되어 경찰관에 의한 '보호조치'가 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분열증 유사 행동을 보이고 자살 우려가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모텔 안에서 비상식적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지적은 타당하다. 둘째, 모텔에서 피고인의 행동은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를 제공한다는 점, 동의한다. 그리고 경찰관들이 임의동행의 불법을 깨닫고 이 흠결을 시정하려 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이상의 점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주관적 선의를 강조하고 있다. 생각건대, 대법원은 미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선의의 신뢰의 예외"(good faith exception)의 취지를 원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예외는 원래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선의를 가지고 신뢰하면서 획득한 증거는 이후 그 영장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예외였는데, 이후 텍사스주 등에서 영장 없는 대물적 강제처분 상황에까지 확장·적용되었다[조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중판, 2006), 322-327면].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긴급체포의 '상당한 이유'가 존재했다면 임의동행의 불법성이 사후적으로 제거된다는 예외 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은 일단 위법한 임의동행을 감행하고 사후 긴급체포하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전략을 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영장 없으면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지만, 경찰관들은 이를 묵살하고 강제로 경찰서로 데려갔다. 이를 영장주의 원칙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안이하며, 이후 경찰관들이 이 불법을 시정하려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 사후적 조치로 '오염'이 제거된다고 볼 수 없다. 당시 경찰관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보호조치'를 하거나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을 수 있었고, 또 밟았어야 했다. 셋째, "시일의 경과에 따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배설됨으로써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이 농후하였다"는 판단도 동의하기 어렵다. 마약 성분은 1~2주일 내 체외로 배출되므로 그 이후에는 소변검사로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모발감식을 하면 투약 이후 6개월~1년이 지난 후에도 확인될 수 있다. 즉, 수사기관은 합법적 긴급체포 후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넷째 논거는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던 바, 불법체포의 '오염'이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법관의 영장에 따라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에서는 그 이전의 '오염'과의 단절이 이루어진다는 점, 동의한다. 다섯째, 메스암페타민 투약이 "국민과 사회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대법원이 거론한 "범죄의 중대성" 기준은 주의를 요한다. 이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인정한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이 주장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대법관 양승태, 김능환, 안대희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의 기준은 다수의견의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 침해" 기준에 비하여 증거능력 배제의 범위가 좁아져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조국,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재론', 사법발전재단, 『사법』제3호(2008.3), 214면]. 평석대상 판결이―필자가 동의하지 않는―상술 두 번째, 세 번째 논거를 제시하면서까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이러한 "범죄의 중대성" 기준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요컨대, 필자는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진 '제2차 채뇨절차'를 통해 획득된 이 사건 각 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결론에 동의하지만, 그 몇몇 논거에는 동의할 수 없다.
2015-03-23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야간 옥외집회 금지규정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소고
Ⅰ. 서설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27일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10조 본문 부분과 이에 위반하여 시위에 참가한 자를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3호 부분은 각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9년 야간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 경찰관서장이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10조(이하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바 있다. Ⅱ. 결정 이유의 요지 가. 다수의견 집시법 제10조 법률조항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는데, 시위 주최자나 참가자의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방법은 여러 방향에서 검토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전부 적용을 중지할 경우,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 전부가 시간대와 관계없이 주간 옥외집회나 시위와 마찬가지로 규율됨에 따라,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높아 일반 옥외집회나 시위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법체계 내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한 규율의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부분의 경우에는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에 한하여 위헌 결정을 한다. 나아가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전부위헌 의견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심판대상 조항에 위헌적 부분과 합헌적 부분이 공존하고, 헌법재판소가 야간시위 중 위헌적인 부분을 직접 특정하는 것이 적정하지 아니하므로 야간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 및 일반 국민의 사생활 평온을 조화시키는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을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재가 스스로 일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하여 법률조항의 위헌 부분과 합헌 부분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제약으로 권력분립원칙을 침해할 수 있으며, 위헌법률심판의 본질에 반할 우려가 있다. 결국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적인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특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 법률조항에 대하여 전부위헌 결정을 하여야 한다. Ⅲ. 판례 평석 1. 합헌적 법률해석의 문제점 대상사건에서 헌재가 선고한 한정위헌 결정은 이른바 합헌적 법률해석을 적용한 것인데, 합헌적 법률해석이란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는 법률해석기술을 뜻한다. 그 근거로는 첫째 헌법의 최고법규성에서 나오는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일성의 원칙'이 있고, 둘째 권력분립 정신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의회의 입법기능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권력분립 정신(입법권의 존중)'이 있다. 그리고 합헌적 법률해석에도 한계가 있다. 먼저, 어의적(문의적) 한계가 있는데, 이는 헌법의 정신에 맞는 합헌적 해석은 법조문의 말뜻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법목적적 한계가 있는데 입법의 목적과 완전히 다른 것의 추구는 법률해석이 아닌 입법기능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은 본래의 입법의 목적이나 내용을 다소 제한하거나 보충하는 것이어야지 본래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헌법수용적 한계가 있는데, 이는 합헌적 법률해석은 헌법의 규범내용이 왜곡·의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으로 법률의 합헌적 해석이 헌법의 합법률적 해석(법률합치적 헌법해석)으로 전도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이다. 2. 합헌적 법률해석의 본래적 취지에 반하는 헌재의 월권적 결정 합헌적 법률해석의 근거 중 하나로 '법률의 합헌성추정 원칙'이 있다. 그런데 정신적 자유 우월론에 기초하여 정신적 기본권을 규제하는 법령에 대해서는 경제적 기본권을 규제하는 법령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합헌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 기준의 하나가 '합헌성 추정배제 원칙'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합헌적 법률해석은 정신적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적극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금번 헌재의 야간옥외 집회금지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은 그와 정반대로 간 느낌이다. 즉 헌재가 지나친 사법적극주의에 치우쳐 권력분립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수의견처럼,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장차 개정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헌재는 단순 위헌결정을 한 뒤 구체적인 개정작업은 입법부에 맡기야 하였음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헌재는 (대)법원이 그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지금껏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한정위헌 결정을 사용하여 '밤 12시 이후에는 시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월권적 결정을 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껏 헌재가 권력분립 관점에서 해 온 한정위헌 결정은 법조문이 불명확해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고, 그런 해석이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에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대상 결정은 무늬만 한정위헌 결정이지 기존에 내려 온 다른 한정위헌 결정들과는 그 배경이 다르다. '해가 진 후에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의 집시법 제10조 규정은 누가 봐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헌재가 밤 12시를 집회 시위 금지 시간으로 선언한 것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문의적, 법목적적 한계를 유월한 것으로서 사실상 법 조항 자체를 변경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다. 3. 합헌적 법률해석권을 둘러싼 법원과 헌재의 충돌 현재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대상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와 무관하게 관행대로 야간옥외 집회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물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이 2009년도에 선고된 헌법불합치결정의 입법시한 경과로 집시법 10조가 실효되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예는 있다. - 2008도10960 판결) 최근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 개정의견에는 아울러 헌법불합치, 한정합헌, 한정위헌 등 변형결정의 법적 근거와 그 기속력을 명시하도록 하였다. 헌재가 해묵은 논쟁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연히 대법원은 재판소원금지와 헌재의 한정합헌과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처럼 법원의 재판 모두를 포함시키는 방안은 기본권보장에 충실하고 헌법소원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임이 분명하지만, 남소문제와 재판이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대법원의 상급심이 됨으로써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의 합리적 기능배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국회에서의 법 개정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 대안의 제시 그럼에도 길은 남아있다. 국회가 직권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현행 집시법 제10조에 대한 개정안을 소개(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10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제한시간) 일출시간전, 일몰시간 후에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주최자는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의 질서유지를 위해 질서유지인을 두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우리 헌법이 주, 야간을 불문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이상, 야간 옥외집회라 하여 금지를 원칙으로 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야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도 사전금지로 발전해서는 안 되며, 집회 및 시위 개최 후에 집회가 현실적으로 공공의 질서나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보충적으로 제한 또는 해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집회 주최자에게는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 평화적 질서유지 의무가 부여되고, 경찰 등은 평화적 집회를 위해 협력할 보조적 조력자로 역할을 다해야 하며 두 당사자 모두 그 위반 시 사후 행정벌이나 형사처벌로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야간 옥외집회나 시위가 사전허가제로 언제든 운용될 수 있는 현행 집시법 제10조 등 관련 조항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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