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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수탁자의 부당이득 내용과 소멸시효 진행여부
Ⅰ. 사안의 개요 甲은 乙과 함께 丙으로부터 丙 소유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면서,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당해 토지 중 甲 매수지분에 대해서도 그 계약명의를 乙로 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등기를 乙 앞으로 하였다. 당시에 丙은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을 알지 못하였다. 甲은 당해 토지 매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를 계속 점유·경작하여 왔다. 甲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乙이 위 지분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1996. 7.1.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6. 10.12. 乙을 상대로 당해 토지 중 위 지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 요지 [1]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경우 위 법률의 시행 후 같은 법 제11조의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실명화 등의 조치 없이 위 유예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같은 법 제12조 제1항, 제4조에 의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로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인데, 같은 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이와 같은 경위로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회복을 위해 명의수탁자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그 성질상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한다.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 따라 그 권리를 상실하게 된 위 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자가 그 대신에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법률상 취득하게 된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 무효로 된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처음부터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의 점유 및 사용 등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하여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자체의 실질적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면, 이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의 유예기간 및 시효기간 경과 후 여전히 실명전환을 하지 않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부동산 거래의 실정 및 부동산실명법 등 관련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Ⅲ. 검토 1.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법률관계 구성에 대한 이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는데,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화됨으로써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이미 대법원 2002. 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나타났고,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에서도 계속되었는데(다만, 이들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것이었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두 차례에 걸친 판결과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판례가 설시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였기 때문에 유예기간 경과시 그 소유권이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즉,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명의수탁자의 소유명의 취득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없는 경우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할 수 없었어야 한다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유예기간이 경과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의 존부 및 효력과 관계없이(가령 명의신탁 약정이 의사흠결상태에서 체결되어 무효이거나,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하여 체결된 후 취소된 경우를 생각해보자)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원 소유자와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돌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당해 부동산을 소유할 법률상 원인을 상실하였다고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급부는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인데, 그 급부가 바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반환할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은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 아니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매수자금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어떤 법률이 새로이 시행되면서 기존에는 유효로 보았던 법률관계를 무효로 보는 경우에 이 법률에서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은, 당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기존의 법률에 기하여 이루었던 사실상태를 새로운 법률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변경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계속되는 중에는 기존의 관점에 따라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지만,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기존의 사실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법률의 관점에서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에는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함으로써 명의수탁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이후에 계약명의신탁이 행해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즉, 매도인이 선의인 것을 전제로 한다)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되,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조달해 주었던 매수자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을 뿐 당해 부동산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1.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면서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와 동일하게 당해 계약명의신탁은 무효가 되고, 이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그 내용은 ⓑ 매수자금 상당액의 반환청구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되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에 관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교차'에 의한 법률관계 구성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실명법상 허용될 수 없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2.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대한 이의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시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례의 태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대상판결도 인용하고 있는 매매목적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경우 채권적 청구권인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판례(대법원 1976. 11.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3.18. 선고 98다32175 전원합의체 판결 등)는 매수인은 이미 소유권에 포함되는 사용·수익·처분권능 중 사용·수익권능을 행사하고 있고, 그에 반하여 당해 매매목적물을 매각하여 인도함으로써 매도인은 더 이상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게(최소한 매수인보다 그 이해관계가 작게) 되었음에도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자체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하고, 그 결과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오히려 매수인보다 매도인이 보호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대내적 소유권에 기하여 적법하게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해 왔고,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기하여 여전히 당해 부동산을 적법하게 사용·수익해 왔으며,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의 이익이 명의수탁자의 이익보다 크다는 평가가 내려졌음을 의미할 것이므로,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마찬가지로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명의신탁자의 당해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이 계속되는 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명의신탁을 억제하려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나, 그러한 문제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함으로써가 아니라, 애초에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기왕에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하였다면,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Ⅳ. 결론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甲의 乙에 대한 지분이전등기청구를 배척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그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바, 대상판결은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그대로 둔 채로 왜곡된 법률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운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대법원이 명의신탁 약정이 당사자 사이에 채권적 효력만 가지는 것으로 판단하거나, 부동산실명법이 판례의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론'을 명의신탁 약정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가 아니라 명의신탁 약정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함으로써 극복하는 편이 옳았다고 보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본 사안과 같은 계약명의신탁뿐 아니라 등기명의신탁에서도 일관되게,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의 내용에 따라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며,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림에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보는 극단적인 입법적 결단을 내린 이상, 그리고 그러한 결단을 내린 입법자의 '선의'를 인정할 수는 있는 이상, 부동산실명법의 태도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전제에서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아쉽지만' 최선일 것이다.
2010-02-25
박상기 연세대 법대교수
계약명의신탁과 수탁자의 형사책임
I. 평석 대상판례: 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2722 [사건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부동산취득을 위한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은 후, 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약정을 알지 못하는 주식회사 효성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피고인은 이 부동산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있음을 기화로 이○○등과 공모하여 임의로 주식회사 홱스텍에 매도하고, 그 매각대금 중 일부는 주식회사 효성에 매수잔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 805,000,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였다. II. 대법원의 판결요지 대법원은 수탁자에게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 및 배임죄의 성립을 부인하고 있다 :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 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및 제4조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자와 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이에 따라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 당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유효하고, 한편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므로, 결국 수탁자는 전소유자인 매도인 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경우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별론이나 수탁부동산의 반환이나 처분대금의 반환은 물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등도 할 수 없게 된다」 III. 評 釋 필자가 1997년 형사판례연구회에서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형사판례연구」 6, 266면 이하)에 관한 글을 처음 발표한 이후 적지 않은 학자와 실무가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관련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계약명의신탁과 관련해서는 본 평석 대상 판결을 포함하여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판 2000.3.24, 98도4347 참조). 특히 이번 판결은 수탁자의 배임죄 성립여부에 대하여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다수학설의 결론과 달리 필자의 견해와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사건개요에서 알 수 있듯이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방식으로 약정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하고 이후 수탁자가 이 부동산을 임의 처분하고 매각대금을 소비한 경우의 형사책임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수탁자의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①횡령죄설과 ②배임죄설(다수설) 및 ③수탁자에게 어떠한 형사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③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1. 수탁자에게 橫領罪를 인정하는 견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는 위탁매매의 법리가 적용되어서 수탁자가 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소유권이 신탁자에게 유보된다는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백재명, ‘부동산명의신탁과 횡령죄’, 「형사판례연구」 7, 382면). 즉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물권변동의 효력이 생기는 것은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를 제외한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원소유자와 수탁자 사이 또는 제3자에 대한 관계 등 외부적인 관계에서만 소유권의 귀속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 즉 내부적 관계에서는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결과 계약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취득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다(백재명, 위 논문).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제2조 및 제4조 제2항 단서규정에 따라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의 매도인(원소유자)이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경우 매매계약과 이에 따른 부동산물권변동은 유효하므로 수탁자가 유효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외부적 효력규정으로만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수탁자는 타인(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0.3.24, 98도4347). 그러므로 수탁부동산의 처분대금도 당연히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2. 수탁자에게 背任罪를 인정하는 견해 이 견해는 법률행위가 무효인 경우에도 사실상의 의무관계만 있으면 신임관계가 인정되는 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매입의 위임이라는 사실상의 신임관계는 부정되지 않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신임관계를 어기고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견해로서 다수설에 해당한다(배종대, 형법각론, 478면: 송경호,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비교형사법연구」 2(2000), 343면; 이재상, 형법각론, 337면; 임 웅, 형법각론, 387면; 장영민, ‘명의신탁된 부동산영득행위의 죄책’, 고시계, 1997/12, 40면: 최상욱, ‘명의신탁부동산의 처분과 형사책임’, 「형사법연구」, 13(2000), 201면; 한석리,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처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성부’, 「비교형사법연구」 2(2000), 366면). 이 견해 역시 신탁자의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견해의 논거를 추가적으로 보충해보자면 배임죄에서 신임관계의 근거가 반드시 법적 위임관계일 필요는 없으며 사실상의 신임관계에 기초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에서 이 경우 수탁자에게 합법적인 소유권취득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근거로 수탁자의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즉 법적으로 유효한 수탁자의 소유권취득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모순인 것이다. 또한 소유권자인 수탁자에게 동일 부동산에 대한 신탁자의 소유권취득을 위한 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 역시 실체 없는 사무처리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수탁자에게는 부동산의 임의처분이나 처분금액의 취득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이러한 결론에 대해 손동권, ‘명의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의 형사책임’, 「형사법연구」 15(2001), 179면도 같은 견해이다). 평석 대상판결도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수탁자는 전 소유자인 매도인 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부동산의 처분대금도 당연히 수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하는 이상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별론이나 수탁부동산의 반환이나 처분대금의 반환은 물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등도 할 수 없게 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동 판결은 나아가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 단지 부당이득반환의무만을 부담하는 수탁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위 피해자의 허락 없이 매도하여서는 아니되고, 매도하더라도 그 대금을 위 피해자에게 전달해 주거나 위 피해자를 위하여 사용할 임무가 있는 등 위 수탁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에 대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전.관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매도하여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소비하였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은 타당하다. 3. 결 론 계약명의신탁에서 신탁자의 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수탁자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견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고 있다. 즉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의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신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이 목표로 하는 것은 오히려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신탁자의 부동산소유권 취득을 법적으로 막고자하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하기보다는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부동산거래와 취득을 금지하는 데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계약명의신탁에서 취한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IV. 餘 論: 賣渡人의 惡意와 형사책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매도인의 선의를 전제로 하여 부동산물권변동을 유효하다고 규정한 것은 매도인 보호를 위한 것이다. 즉 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는 부동산실명법 규정에 의하여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매도인까지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수탁자의 부동산 혹은 그 매각대금 임의 처분행위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 것인가? 이 경우 매매계약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무효라고 보아야 하므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복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매도인에게 그가 바라는 부동산매각이라는 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매도인이 악의였다는 점에 대한 對價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수탁자에게 賣渡人에 대해서만 橫領罪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해서는 매도인으로의 소유권 복귀가 매도인이 원하지 않은 결과이므로 이러한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매도인 소유의 부동산을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 것도 사실이므로 횡령죄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도 충실한 적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수탁자에게 신탁자에 대한 배임죄를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손동권, 181면; 장영민, 280면 등).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신탁자와 수탁자 그리고 매도인간의 상호협조를 통한 법률관계의 형성, 즉 신탁자의 부동산취득과 수탁자의 명의대여라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한 결론이다. 즉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률관계의 실현을 무산시킨 것을 이유로 수탁자에게 배신성을 인정하고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결론이 타당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200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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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회의장 '방통위원장·검사' 탄핵안 철회 수리 적법"… 권한쟁의 전원일치 각하
판결기사
2024-03-29 05:09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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