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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문제
이정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임인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 관한 첫 판결로 다단계적 인과관계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과관계의 존재를 규범적으로 넓게 해석하는 것은 자칫 수범자에게 결과책임을 지울 위험이 있다. 의무위반행위가 결과발생에 기여한 내용이나 과정을 구체적으로 논증하지 않은 채, 위반행위의 중대성만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한 결과 책임주의원칙에서 벗어난 듯한 아쉬움이 있다. 1. 사안 A사는 ○○병원 증축공사를 시공하는 회사인데, 위 공사 중 일부를 B사에 도급하였다.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는 B사에 소속된 근로자인 망인이 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중 16.5m 바닥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이다.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 당시 A사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등이 적절한 작업계획을 작성하지 않았고, 추락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난간이 작업편의를 위하여 해체되고, 추락 방호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망인에게 안전대가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실행되었다. A사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었다. 즉, 피고인은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 절차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 하였고(시행령 제4조 제3호와 같은 조 제5호 나목 의무위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 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아니한 상태였다(시행령 제8호 가목 의무위반). 2. 쟁점 및 대상판결의 요지 책임주의원칙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형사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사안에서 위와 같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하여금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한 의무를 위반하게 하였고, 그 결과 망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3. 검토 및 전망 현행 중대재해처벌법령에 정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관리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례에서 그와 같은 관리의무 불이행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1호에 정한 대로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였다고 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해당 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인정한 것처럼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관리감독자를 평가하는 업무를 게을리하면 해당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는 그 법적 성격이 결과범이므로 해당 의무위반과 결과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더구나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형법적으로 부작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보호법익의 주체에게 해당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경영책임자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중대산업재해의 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들을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경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상판결도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해당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중대사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만 하여 곧바로 그 의무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인과관계 인정의 어려움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및 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매개로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기여한다고 봄으로써 해결하였다. 대상판결의 논리구조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게을리하여 ㉮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 절차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 하였고, ㉯ 사업장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작업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요인 제거 등 대응 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 ②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의무해태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하여금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여 ㉮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함에 따라 안전대의 지급 및 부착설비가 설치되지 못하도록 하였고, ㉯ 안전난간을 해체하여 작업이 이루어짐에도 안전대가 지급되지 않았고, 안전대를 연결할 수 있는 부착설비도 설치되지 않아 언제든지 추락에 의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음에도 작업을 중지하거나 즉시 추락위험을 제거하도록 하지 못하였다. ③ 그 결과 피고인은 망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논리에는 다음과 같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경영책임자의 안전확보의무 위반을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의 의무위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점이다. 사안에서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등이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무관하게 적절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영책임자가 대상판결에서 판시하는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등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경영책임자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였기 때문에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가 쉽게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할 수 있었다는 막연한 사유로 규범적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중대산업재해라는 결과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지우는 것은 종래의 상당인과관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위험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경영책임자의 의무해태와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의 의무해태가 경합하여 발생한 재해로 보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법체계에도 맞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은 그 자체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결과적 가중범으로 처벌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은 자체로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고 중대산업재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된다. 나아가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공범이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정범으로 처벌되므로 정범의 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셋째, 만약 대상판결처럼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과발생에 기여하였는지를 확인하지 아니한다면, 사실상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아니하고 결과책임을 지우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이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형벌을 가하는 것이 되어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대상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 사건에 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상판결은 형사처벌에 필요한 인과관계와 관련하여 다단계적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판시하였다고 볼 수 있어,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일반적 판례로 정립될 것인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이정훈·임인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안전보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이정훈·임인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23-05-31
형사일반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②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 판단과 위법성 판단
Ⅰ. 판례평석의 배경과 쟁점의 소재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많은 자유에 대한 제한 현상이 행정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를 둘러싼 자유의 제한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동법상의 역학조사거부에 대한 대법원과 원심의 판결을 소개하고, 역학조사의 성격과 위법성 판단기준 등과 관련하여 비판적인 판례평석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대상판결은 형사법원의 처분 등에 대한 선결문제 심사문제를 담고 있으며, 형사법과 행정법의 학문접경지대의 간학문적인 영역에 위치하여 행정법적 쟁점을 많이 담고 있다. 소송물이론과 비례의 원칙, 행정절차 등 쟁점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규명하고 있지 못한 대법원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Ⅱ. 사실관계 '○○○○○ 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는 △△△△△회(명칭 생략)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이다. 2020년 11월 27일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이 사건 센터에서 '□□□□□□ 역량 개발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고 한다)가 개최되었는데,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공소외 1이 2020년 12월 3일 대구광역시 ◇◇구보건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고 한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센터 시설을 관리하던 피고인 1은, 2020년 12월 3일 상주시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담당자인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행사 기간에 이 사건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위 각 명단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고 한다)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 1은 2020년 12월 4일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상주시장의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역학조사 거부로 인한「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고 한다) 위반죄로 기소되어 유무죄 판결에 대한 심리를 받게 되었다.[1] [각주1] 저자가 공소사실의 취지를 요약하였음을 밝힌다. 대법원은 코로나 시대에서는 법치주의에충실하되, 보다 행정법과 보건·위생법 등 개별분야에 대하여 법리검토의 전문성을 심화하여 판결할 수 있도록 심리방식과 내용을 개선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판결요지[2] 1. 침익적 행정행위와 행정형벌의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해석의 원칙[3]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그중에서도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명확하여야 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4],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5] [각주2]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7290 판결 [각주3]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저자가 역시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부기하였음을 밝힌다. [각주4] 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각주5]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도2642 판결 참조 2. 감염병예방법의 역학조사에 관한 구성요건과 행정형벌 규정의 해석의 범위 감염병예방법상의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의한 활동을 말하고, 여기에는 관계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의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의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항, 제2항과 제29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6] [각주6] 필요한 범위 내의 판결요지만 적시하기로 한다.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하는 ‘거부’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3. 원심판결의 하자에 대한 법리상의 검토 (1) 원심판결인 대구지법 2022. 5. 26. 선고 2021노3395 판결은 상주시장 측의 위와 같은 요청을 거부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7] [각주7] 저자가 원심판결을 축약하였다. (2) 그러나,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항, 제2항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Ⅳ.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행정형벌에서 요건이 되는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가부 (1) 형사법원에서 처분의 위법성 판단가능성과 선결문제 형사법원이 처분의 위법성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는지 선결 문제가 걸려있다. 다수설에 의하면 처분의 구성요건적 효력으로 논의된다. 행정소송법 제11조에서 형사법원의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지만, 다수설과 판례는 처분의 위법성을 심사하여 형벌부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8] [각주8]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4도12230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도16109 판결, 대법원 1992. 8. 18. 선고 90도1709 판결 등 (2) 범죄의 개방적 구성요건 행정형벌의 요건은 개방적 구성요건이다. 행정형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형벌의 요건이 되는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행정법적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역학조사 명령이 위법하다면 거부하더라도 무죄를 판결하여야 하고, 반대로 역학조사 명령이 적법하다면 이에 대한 거부는 유죄로 판결하여야 할 것이다. (3) 처분의 소송물과 법원의 처분의 위법성 심사 범위에 대한 비판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소송물은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처분의 위법성일반이라고 보는 것이 다수설과 판례[9]의 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를 심리함에 있어서 처분의 위법성일반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은 소송물에 관한 오해를 하고 있다. 행정소송의 소송물은병합 사건이라 하더라도 처분의 위법성일반이므로 대법원은 역학조사의 위법성 전반에 관한 법률을 검토하였어야 한다. [각주9] 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두19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8796 판결, 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누5386 판결, 대법원 1989. 4. 11. 선고 87누64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역학조사 명령의 위법성을 다음과 같이 검토해 보았어야 한다. 대법원은 보다 행정법과 연결된 문제 있어서 전문적인 법리를 검토할 수 있도록 성숙하게 발전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2.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 판단을 위한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 심사기준 (1) 역학조사의 성격 역학조사는 행정법상 행정조사에 해당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에 의하면 역학조사는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거나, 감염병 여부가 불분명하나 발병원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행정청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하도록 하고 있다. 역학조사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임의조사가 아니라 권력적 사실행위인 강제조사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동법 제18조 제3항에 의하면 1호상의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2호상의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3호상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는 동법 제79조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학조사는 그 자체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수인하명과 순수사실행위가 결합된 합성행위로서 전체적으로 행정소송법 제2조의 처분과 동일한 성격에 해당하는 기타 행정작용에 속한다. 역학조사를 명령의 형태로 발부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의 행정행위로서 처분에 해당하게 된다. (2) 역학조사의 내용상의 위법성과 비례의 원칙 등 역학조사와 같은 행정조사는 실정법상으로는 「행정조사기본법」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행정조사는 법률의 우위원칙상 동 법 등을 위반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만 하는 법률유보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역학조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8조에 규정이 있다. 그밖에도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행정조사가 과잉조사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동법은 제4조 제1항에서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도록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동 규정은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도록 목적구속성의 원칙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나 원심은 단순히 역학조사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만 심리해서는 안 되고,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관하여 법리를 검토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역학조사의 절차상의 위법성과 감염병예방법 및 행정조사기본법 준수 등 역학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제9조 내지 제13조상의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다. 「행정조사기본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역학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제17조상의 서면에 의한 사전통지, 제24조 등에 의한 조사결과의 통지 등의 절차준수가 적법절차의 원리상 요구된다. 대법원이나 원심은 역시 이 부분을 포함하여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걸쳐 심리하였어야 한다. Ⅴ. 결론 대법원은 코로나 시대에서는 법치주의에 임하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하며, 보다 행정법과 보건·위생법 등 개별분야에 대하여 법리검토의 전문성을 심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대법원이나 원심이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역학조사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만 심리해서는 안 되고,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관하여 보다 행정법적으로 전문적인 법리를 검토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성봉근 교수(서경대)
신천지
코로나
역학조사
성봉근 교수(서경대)
2023-03-09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
Ⅰ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이고, 피고인 B와 C는 그 법원의 영장전담판사이다. 2016.4.경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와 전·현직 부장판사의 유착 의혹 등)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B, C와 또 다른 영장전담 한모 판사는 2016.5.~8.경 각자의 영장재판기일에 정운호, 전직 부장판사인 최모 변호사, 현직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과 그 수사기록을 검토하였다. 그 검토를 토대로 다음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을 직접 복사하여 A에게 보고하였다. 즉, ①"수사기록에 의하면, 수원 사건 관련 최모 변호사가 항소부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 등을 언급하였고...(생략)...보석 확답도 받았으며 보석청구서 접수 당일 담당재판부와 식사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운호 중앙 사건 관련해서도 자신은 작업할 줄 아는 변호사라면서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직원에게 작업하여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얘기하겠다거나, 관련 부장판사나 주심판사도 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식사하는 사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한다", ②"수사기록에는 최모 변호사와 법원 관계자 사이의 통화내역이 붙어있지 않고, 이모 부장판사와의 문자메시지만 첨부되어 있다...(생략)...", ③"수사기록에 의하면, 최모 변호사의 남편은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다액의 현금, 수표, 3만달러, 메모지, USB(9개)를 검찰에 임의로 제출하였고...(생략)...", ④"수사기록에 의하면, 관련자는 차량대금 5,000만원을 포함하여 모두 2억원을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현재 혐의내용은 합계 2억 1,500만원을 수수한 것인데 계좌추적 결과 현금 2억 5,400만원이 김모 부장 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정운호 측의 민사소송 관련하여 정운호 측 담당자는 정운호로부터 담당 재판부에 작업을 다 해놓고 골프접대를 했다는 말을 수회 들었다고 한다" A는 위와 같의 4차례의 보고를 토대로 각 그 다음날 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였다. (위 개요는 공소사실 중 제1심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만을 요약하였음) 2. 판결요지 A, B, C가 공모하여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공무상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간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그 보고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행정상의 필요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로서의 보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Ⅱ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 2016년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고액수임 및 현직 법관에 대한 뇌물수수나 로비의혹 등이 보도되면서 소위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법관의 연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법원행정처와 영장전담판사가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기록 상의 수사기밀을 공유하는 등 누설했는지 여부가 극렬하게 다투어졌다. 이하에서는, 재판부가 무죄이유로 삼은 부분, 즉 ①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비밀인가, ②그러한 보고가 직무행위로서 정당한가, ③피고인들간 공모가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기타 쟁점들에 대하여는 논외로 한다. 2. 공무상비밀누설 여부 가. 법의 규정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A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정보는, 언론에서 이미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인 기사와 유사했고, 검찰의 언론브리핑이나 수사담당검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도 유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유지·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A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만 보고하였고 그 자료가 법관징계나 언론대응 등의 사법행정 용도로만 이용되었으므로, 그 누설로 수사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비밀의 보호필요성 유무 영장재판은 심리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밀행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그 발부·기각에 대한 이유도 상세하게 기재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영장재판을 위해 제출된 수사기록상의 정보들은 수사담당자 및 영장전담판사와 그 필수조력자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아니된다. 일부 녹취자료나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이었더라도, 사적인 취재·추측에 의한 언론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정보와 그 신뢰가치 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담당검사로부터 얻어낸 상세한 수사상황 정보는 또다른 공무상비밀누설 행위로 얻어낸 비밀자료일 뿐으로서, 그렇게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기록상 공적정보가 유사하다고 하여 실질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록상의 정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보고서에 담은 수사기밀은 비밀로서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국가기능의 위협 초래 여부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될 즈음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몇몇 보고서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및 그 실행을 위한 일부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대상이던 김모 부장판사는 그 즈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조사를 통해 수사상황 중 일부를 알게 되어 선제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 보고서들의 내용대로 수사가 방해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보고서들이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의 관여하에 작성된 사정 등을 더해보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추상적 위험범). 3. 직무상 정당행위 여부 재판부는, B·C의 보고와 A의 보고는 그 목적과 단계를 달리하는 별개의 직무행위로서 각기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A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B와 C는 A의 요구에 응하거나 통상적인 예에 따라 사법행정사무의 일환으로 주요내용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각종 법원예규와 지침은 법관 비위 등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상급 사법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는 법관 등 관련사건에서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그 사건의 요지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의 범위와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수사의 밀행성이나 영장재판의 비공개 및 재판의 독립 등의 견지에서 그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구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그 비밀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사건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보고에는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내용이나 증거의 내용, 그 확보상황 등까지 포함되어 있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이 복사첨부까지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행정상의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위 예규의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규정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보고시점이 적절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보고행위는 사법행정상의 직무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4. 공범 성립 여부 재판부는, 공소장의 ①법원행정처의 의도(수사기밀을 빼내어 수사 무마 및 검찰 압박 등), ②A의 의도(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사기밀을 수집하여 보고), ③A의 지시에 따른 B와 C의 승낙이라는 각각의 사실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법관비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행정담당자가 관련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하므로, 수석부장인 A는 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고, B와 C도 통상적인 예에 따라 해당법원의 공보업무 등의 책임자인 A에게 주요사항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B와 C는 자신들의 보고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B와 C로서는 A에게 보고된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되는 것을 사전에 전제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각종 예규와 지침에 따라 수석부장은 사법행정상 중요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법행정상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 C는 자신들이 A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보고하는 것에 대한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A, B, C 3인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목적범이 아닌 이상, 검찰수사의 무마·압박 등의 ‘의도’와는 별론, 수사기록 상의 비밀을 순차 보고하는 방식으로 그 누설자체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3인의 공모 대신에 A와 B, A와 C간의 2인 공모 여부도 검토되어야 한다. Ⅲ 결론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보고라고 보았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재판내용에 관한 사법행정상의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영장재판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신광렬
공무상비밀누설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4-02
형사일반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다스
뇌물
이명박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형사재판의 구속력(기판력)
I. 사실관계 피고인은 여러 건의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심각한 교통사고 부상을 입게되었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되었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여 일부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사기 및 사기미수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2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 공소사실이 동일함을 이유로 고의로 유발된 사고를 전제로 기소된 사기 및 사기미수사건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상고기각)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III. 검토 1. 구속력과 일사부재리효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식을 통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를 형식적 확정이라 하고 이에 의하여 재판의 효력(확정력)이 발생한다. 확정력 가운데 판단내용에 근거한 내용적 효력(내용적 확정력)에는 집행력과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여타 법원도 확정된 재판내용과 모순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속력(기판력)이 포함된다. 구속력은 형식, 실체재판을 불문하고 발생하는데, 그 본질(발생근거)에 대하여 실체법률관계를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효력(실체법설), 추상적 규범인 실체법이 구체적 법률관계로 형성된 것(구체적 규범설)이라는 견해 등이 있었지만, 실체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초한 확정재판의 후소에 대한 영향력에 불과하다는 소송법설이 현재의 주류적 견해다. 한편, 일사부재리효(non bis in idem, ne bis in idem)는 재판을 통해 일단 결론이 도출된 사안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한 효력으로, 모순판단의 방지를 위한 구속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일사부재리효의 발생근거를 실체재판의 구속력 즉, 기판력에서 찾는 견해(일치설, 실체적 확정력설)에 의하면, 실체재판에서 일사부재리효 외에 별도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높지 않아, 구속력은 주로 형식재판에서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례는 외형 상, 피고인이 유죄확정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과 이후 기소된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의 동일성을 근거로 일사부재리원칙 위반함을 주장하여 상고한 사안이지만, 일사부재리원칙 보다는 실체재판의 구속력이 더욱 문제되는 사안이다. 2. 구속력의 범위 일사부재리효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구속력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구속력에 의하여 재판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후소 법원은 전소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구속되어 이에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형식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생존이 확인되어 재차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생존한 점을 증명하는 신증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등과 별개로 공소기각 된 전소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판례와 같이 실체재판의 경우, 과실을 가장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편취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각기 시간, 장소적 배경이나 구체적 행위내용 등이 상이하여 기본적 사실관계를 다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효는 문제되지 않지만, 후소의 사실관계는 고의로 야기된 교통사고를 전제하는 점에서 확정된 전소와 모순하고 전, 후소 간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어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편취목적으로 고의의 교통사고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확정된 전소에 구속되어 피고인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일 전소가 오판인 경우, 그 효과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 사건에까지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에서, 실체재판의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도 있다(종래 일본의 통설, 田宮裕, 刑事訴訟法新版(東京: 有斐閣, 2001) 442頁). 반면, 피고인이 허위증거 제출하여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는 등의 경우, 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하여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속력의 근거를 재판의 법적 안정성 보다 당사자 특히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禁反言) 원칙에서 찾는 시각으로, 확정재판의 확정력을 당해 소송을 넘어서 후행 별소까지 미치는 것이 적당한지, 일종의 정책적 고려 하에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는 후소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간의 비교형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면 구속력이 인정되고, 검사에게 모순행위의 금지가 요구된다. 대상판례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였다면, 피고인은 금반언의 원칙(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되어 구속력이 배제되어 재기소가 가능하다(田口守一, 刑事訴訟法 第4版補正版(東京 : 弘文堂, 2006), 445-450頁; 光藤景皎, 口述刑事訴訟法 中 補正版(東京 : 成文堂, 2005), 293-296頁). 그러나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는 그 논거가 불분명하고, 소위 구속력의 범위를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재판의 효력을 당사자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여 일응 메리트가 있어 보이나, 오히려 실체적 진실주의에 치우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마치 불이익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지지하기 어렵다(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5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8), 423-427頁). 3. 관련 비교판례 대법원은 상습절도의 유죄판결 확정 후, 보호감호사건에서 절도범행이나 그 상습성을 다툴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1986.9.23. 선고 86감도152 판결), 이는 동일사건으로 일사부재리효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일본판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사건에서 진범으로 가장하여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이후 범인은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소인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의 유죄확정판결이 후행 범인은닉죄 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바 있다(東京高判昭和40·7·8高刑集18卷5491頁). 4. 의의 대상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동일사건이라면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사실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은 없다. 사안에서 먼저 확정된 전소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하고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2014-10-02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있어서 대향자의 죄책
Ⅰ. 사실관계와 소송의 경과 1. 사실관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7. 3.경부터 평택지역 폭력조직인 A파에 대한 내사활동을 벌이다가 2007. 10. 3.자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곂갠?의 점으로 별지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 기재와 같이 A파 조직원 5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일시에 발부받아 조직원들 일제검거에 나섰다. 피고인 2는 2007. 10. 10. 14:00 자신이 근무하던 모 변호사사무실에 상담 차 찾아온 A파 고문 공소외 1에게 위 변호사사무실에서 이미 선임한 조직원 공소외 5, 6의 구속영장사본을 보여주면서 공소외 1도 위 사건의 수사대상자임을 알려주었다. 이에 공소외 1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직원들의 명단을 알아봐줄 수 있는지 문의를 받고, 피고인 1에게 전화하여 "A파 사건의 체포영장발부자명단을 구해달라"고 말하였다. 법원 민사과에 근무하면서 민사신청업무를 보조하는 직원인 피고인 1은 전화를 받은 직후부터 같은 날 17:00 경까지 평택시 동삭동 소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형과 사무실에서 법원 재판사무시스템에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하여 공소외 5, 6의 이름을 입력하여 영장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번호와 전후로 연속된 영장번호를 입력하여 A파 사건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명단을 검색 및 추출해내어 출력한 후 이를 메모지에 자필로 옮겨적어 그 무렵 위 법원 사무실로 찾아온 피고인 2에게 교부하였다. 2. 소송의 경과 [대법원]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3642 판결 2인 이상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을 뿐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자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피고인 1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행위와 피고인 2가 이를 누설받은 행위는 대향범 관계에 있으므로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도, 피고인 2의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본 제2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원심] 수원지방법원 2009. 4. 14. 선고 2008노4500 판결 공무상비밀누설죄에 있어서는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와 그러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는 행위는 이른바 대향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어떤 범죄가 성립함에 있어서 당연히 예상되고 오히려 그 때문에 결여되는 것이 불가능한 대향자의 관여행위에 관하여, 이것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공동정범 혹은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이 의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것이나, 대향자가 구성요건상 당연히 예상되고 필요로 되는 최소한도의 관여행위의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본범을 교사하였거나 역할 내에서의 협력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는 교사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2는 공소외 1의 부탁을 받고 적극적으로 공동피고인 1로 하여금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누설하도록 교사함으로써, 공동피고인 1에게 공무상비밀누설의 범의와 행위를 적극적으로 촉발시켰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피고인 2의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당연히 예상하는 정형적·통상적인 관여행위를 초과한 것이고, 입법자가 당연히 예상한 관여행위 정도를 벗어난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피고인 2는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Ⅱ. 평석 본건 제1심에서는 이 문제를 "공범과 신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본건을 대향범의 논의와는 무관한 임의적 공범의 경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원심에서는 "공범과 신분"의 문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필요적 공범 중 일방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른바 불가벌적 대향자(對向者)에 대한 형법총칙상 공범규정의 적용여부에 관하여는 크게 두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첫째, 대향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입법취지를 존중하여 대향범의 내부에서는 총칙상의 공범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입법취지설. 입법취지의 존재를 의제하여 처벌규정의 형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점에서 형식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불가벌적 대향자가 대향범의 구성요건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초과하지 않은 관여행위를 한 경우에는 불가벌이지만, 불가벌적 대향자가 본범을 교사하였거나 역할 내에서의 협력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실질설, 대향자의 불법-책임을 실질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입법취지설에 입각하고 있으며, 본건 원심과 독일-일본의 통설-판례는 실질설을 취하고 있다. 본건 대법원과 원심에서의 판단기준은 "법의 의도", 즉 입법취지이다. 대향범에서 대향자를 처벌하지 않는 입법취지를 명백히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내부자의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내부자로부터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제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제1차 정보수령과는 다른 기회에 미공개 내부정보를 다시 전달받은 제2차 정보수령자 이후의 사람이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의 거래와 관련하여 당해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게 하는 경우는 증권거래법위반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제1차 정보수령자는 통상적으로 내부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증권시장의 공정성 및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처벌이 요구되지만 내부정보라는 것은 성격상 그 전달과정에서 상당히 변질되어 단순한 소문 수준의 정보가 되기 마련이므로 처벌범위가 불명확하게 되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2차 수령자 이후의 정보수령자는 처벌범위에 넣지 않기로 한 것으로 봄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응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90 판결)라고 입법취지가 구체적-명시적으로 판시된 경우도 있다. 입법취지설에 따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에서 문제된 개별 범죄구성요건의 입법취지가 이와 같이 구체적-명시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즉 본건에서도 대법원 판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누설 받은 자"에 대하여 총칙상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입법취지가 명시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물론 대향자를 처벌하지 않는 입법 중에는 특별한 입법취지가 아닌 타법률과의 관계나 입법기술적 측면 등 다른 이유를 안고 있을 수가 있다. 그러한 입법취지에 관한 명시적 판시가 없는 판단은 법리오해로서 위법한 판결이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입장은 개별적 검토설로 칭할 수 있다. 즉 형법과 각종 특별형법 상의 다양한 대향범에 있어서 개별 범죄구성요건의 입법취지를 구체적으로 검토-분석하여 판단함이 타당하다. 대향범규정에 있어서 불가벌적 대향자에 대해서는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해당 범죄의 정범은 물론, 공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본건 대법원 판결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관점으로서 법실증주의적 토대 위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공범으로의 처벌까지 부정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입법취지와 동떨어진 독단적 해석이 될 수도 있으며, 공범의 불법-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주의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본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본죄에 있어서 대향자인 "누설 받은 자"는 해석상 일반적으로 다음 몇 가지 경우로 그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① 적극적으로 공무원을 부추겨 비밀을 누설 받은 자, ② 공무상 비밀인 줄 알면서 소극적으로 누설을 받기만 한 자, ③ 공무상 비밀인 줄도 모르고 소극적으로 누설을 받기만 한 자 등이다. 본건 피고인 2는 ①에 해당한다. 이 유형들 중 ③의 경우는 누설 받은 자의 죄를 애초에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일 본죄에 있어서 대향자인 "누설 받은 자"가 ①, ②의 경우만 있을 수 있고 또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입법취지를 구체적-명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본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판단함이 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죄의 "누설 받은 자"에는 ③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누설자에게는 당연히 본죄의 성립이 인정되므로 본죄는 대향범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이 경우에 있어서 누설의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인인 때에는 일방적 누설행위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해석상 문제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은 "대향범"과 "불가벌적 대향자"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 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본죄를 대향범으로 보기가 어려우며, 본건에 있어서 설사 대향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설에 입각한 원심의 판결이 실체진실주의와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
2012-03-12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새로운 증거로 봐야
1. 사실관계의 요약(서울고등법원 2011. 6. 30 자 2010재노75 결정) A와 B는 역전에서 노숙을 하던 지적장애인이다. 2007. 5. 14. 역전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노숙인으로 보이는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A와 B는 역전에서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이들은 체포당시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을 하였는데, 자백의 취지는 'A와 B는 꼬맹이들과 함께 변사자를 데리고 고등학교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B는 변사자의 뺨을 2대 때린 후 꼬맹이들과 함께 역전으로 돌아왔고, A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현장에 남아 변사자를 수십 분 동안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A와 B는 1심법정에서 자백을 하였고, 1심은 A에게 징역 7년(상해치사혐의), B에게 벌금 200만 원(폭행혐의)을 선고하며, 'A와 B의 법정진술, 사체검안서 등'을 증거로 설시하였다. A는 허위자백을 하였던 것이라며 1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하였고, B는 항소를 하지 않았다. A에 대한 항소심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였고, B는 이전 자백내용과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물적 증거가 전혀 없는 사안임에도 항소심은 B의 진술을 신뢰하였고, A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증거는 '1심판결의 기재'를 원용하였다. A는 상고를 포기하였고,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6개월 후 위 꼬맹이들이 잡혔고, 꼬맹이들은 'A, B와 공동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되었다. 꼬맹이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B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과 A, 꼬맹이들 모두 사건현장에 간 적 없다.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B의 번복 진술의 태도나 내용에 정신지체나 장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며, 번복진술을 신뢰한 후 꼬맹이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 무죄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대법원이 'B의 번복진술을 신뢰한 원심의 증거취사선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종판단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A는 4년 반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타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재심사유'라는 쟁점만을 놓고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주장하기 힘든 상황 위에서 B는 A에 대한 항소심법정에서 증인의 지위로 증언을 하였으므로,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상의 '원판결의 증거 된 증언'이라 함은, 원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된 증언('증거의 요지'란에 설시된 증거)을 뜻하는 것이고, 단순히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은 증언은 위 '증거 된 증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2003도1080 판결, 95모3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인 항소심판결은, 'B의 항소심에서의 증언'을 증거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원용하였는데, 1심판결에서는, '피고인들(A, B)의 각 법정진술'이 증거로 채택·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때, B를 위증혐의로 고소하고 유죄확정판결을 받아낸다 한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새로운 증거로 보아야 가. 대법원의 입장으로 원용되고 있는 판례(93모33결정)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자주 원용되고 있는 대법원의 결정은 18년 전의 결정인 93모33결정으로 그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말하는 '무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때'란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증거가치에 있어 다른 증거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우위성이 인정되는 증거를 말하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증거로 조사채택된 공동피고인이 확정판결 후 앞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학계의 동향 학계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은 좁은 의미의 증거방법이 아니므로 증인의 경우와는 달리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증거자료의 내용이 달라진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입장도 있으나, 재심대상판결에서 실질적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술번복은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심사유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집중되어 있긴 하나, 세부적인 쟁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과 신규성'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논의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다. 소결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는, 동일인의 상반된 진술에 대한 평가는,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라는 점,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증거와 동질의 증거는 새로운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점,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판명되지 아니한 번복·변경된 진술에 대하여 단지 법원에 새롭다고 하여 그 신규성을 인정하여 재심을 허용하는 것은 증거의 신규성 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형해화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는 달리 재심사유를 부당하게 확대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위 논거들은, 확정판결 전후로 달라진 증인의 진술이나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 등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종전 증거들이 허위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려고 한 형사소송법 제420조 및 그 제1, 2호의 취지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피고인의 번복진술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1(서류 또는 증거물), 2호(증인, 감정인, 통역인, 번역인)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술번복의 신규성을 부인하는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 사안에서 공동피고인 B의 번복진술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공동피고인 B는 '자신도 A처럼 사람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무서워서 거짓진술을 하였다'고 실토하였다. B의 거짓진술의 경위와 관련하여, A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고, A가 자신의 재판 확정 후에 있었던 B의 번복진술을 근거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형사소송법도 우리나라와 같은 재심사유를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동피고인이 유죄판결확정 후 진술을 번복한 경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던 증인이 새롭게 진술한 경우, 이를 새로운 증거로 보는 견해'가 유력한 학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규성 인정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임, 일본형사소송법 주석서 참고). 필자의 사견도 위와 같이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재심사유를 제한하면 된다고 본다. 한편,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위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관들의 의미 있는 입장표명을 확인할 수 있는바, 번복진술 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하에 이루어진 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는 판례변경을 기대하게끔 한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종합평가설)면서, 이전의 '새로 발견된 증거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단독평가설)는 판례를 변경하였다. 위와 같이 '명백성의 판단 기준'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9인의 대법관이 '새로운 증거'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견도 아울러 밝혔는바, 당시 6인의 대법관(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은, '새로 발견된' 증거인지 여부는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법원이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면서 그 기초로 삼은 증거자료에 의하여 인식하였던 내용과 다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의견은, 종전 소송절차에서 인식한 진술(번복 전 진술)과 다른 진술(번복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보되, 명백성 인정 여부에 대한 심사도 별도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3인의 대법관(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안대희)은 '진술서 등이 이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차이 없이 단지 증거의 형식만을 달리하여 반대되는 내용이나 태도로 바뀐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확정판결 당시 이미 발견되어 실질적인 판단을 거친 기존의 진술 등과 동질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새로운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위 3인의 대법관의 의견을 반대해석하면, '실질적인 차이 있는 진술변경의 경우'에는,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할 것이다(위 3인의 대법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차이'가 개개 사안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 궁금한바, 필자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하에 이루어진 진술'로 이해하고 싶다). 이 사건에서 B는 공범사건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심대상 소송절차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고, 번복진술을 신뢰한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새로운 증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대법관 9인은 이 사건에서 B의 진술번복을 새로운 증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맺음말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은 피고인에게 한줄기 빛을 제공하는 창의 역할을 하도록 운영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헤르만 헤쎄의 데미안에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라는 구절이 있다. 껍질을 깨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탄생이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확정판결에 기초한 법적 안정성이라는 껍질을 깨트리는 고통 없이는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하다(권오걸 교수의 논문 인용). '공동피고인의 진술번복만으로는 재심사유로 볼 수 없다'는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18년 전의 93모33결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변경되어야 하고, 진술번복과 관련한 재심사유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2011-10-24
금지금 부정거래자에 대한 권리남용 금지원칙 적용
I.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1. 1. 20. 금지금 부정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이하'부가세'라 한다)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납세자의 권리남용을 이유로 국가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조세법률주의가 지배하는 조세법 영역에서 거의 논의되거나 인정되지 않았던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최초로 인정한 본건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판결')의 의미와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범위에 관한 2011. 2. 10. 선고된 판결(이하 '본건판결')에 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II. 사건의 개요 - 금지금(金地金) 부정거래사건이란? 금지금은 금괴(덩어리),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에 있는 순도 99.5% 이상인 금을 말한다. 1999. 이후로 국내 최대의 금도매시장인 속칭 '종로 금시장'에서는 다수의 지금(地金) 도매업체들이 재화를 수출하거나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수출용 원재료로 국내 거래하는 경우에 부가세납부시 영의 세율이 적용되어 부가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영세율제도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금지금의 경우 부가세를 면제받는 면세제도를 악용하여 각 업체의 자금력, 구매승인서 및 면세추천 확보 여부, 시장에서의 신용도 등에 따라 일련의 거래계통에 각자의 위치를 점한 다음, 외관상으로는 통상 외국업체 → 대형도매업체(속칭 '수입업체') → 1차 도매업체(속칭'영세도관업자') → 2차 도매업체(속칭 '폭탄업체') → 3차 도매업체(속칭 '과세도관업자') → 대형 도매업체(속칭'바닥업체') → 수출업자 → 외국업체의 단계로 지금을 유통시키는 형태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폭탄업체 또는 그 이전 단계 업체부터 바닥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에 있어서 특정인의 지시에 따라 경제적 합리성이 없이 수입에서 수출까지 7~8시간 만에 거래를 완성하여 부가세를 포탈하는 거래가 만연하였는데, 이것을 금지금 부정거래라고 한다. 이는 폭탄업체가 자신의 이전 단계에서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되던 지금을 매입하고 과세도관업자에게 매입금액보다 단가를 낮춘 금액에 10%의 부가세 상당액을 추가하여 과세로 매출하면서 그 이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폐업함으로써 국가로 하여금 부가세를 징수할 수 없게 하고, 수출업자는 영세율 또는 면세제도의 적용을 받아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을 환급받도록 하는 거래를 반복함으로써,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하는 정도로 그 부당성이 심각하다 할 것이고, '자전적 사기거래'라고도 한다. Ⅲ.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경우 이는 국세기본법 제15조 소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 및 보편적 정의감에 비추어 수출업자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와 같은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즉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와의 관계로 보아 수출업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수출업자와 부정거래를 한 악의적 사업자와 간에 구체적인 공모 또는 공범관계가 있은 경우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며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적용을 최초로 인정하였다. Ⅳ. 평석 1. 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5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존의 법을 구체화하거나 이를 보충하고 또 성문법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등의 기능을 통해 법의 운용에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처음으로 동 규정이 입법화 되었는데, 우리보다 훨씬 일찍 세법학에서 신의칙을 수용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와 같은 명문의 규정은 두지 않았다. 이는 독일과 일본에서의 세법상 신의칙 이론이 주로 과세관청의 언동에 기초해서 그 후의 과세권 행사를 구속하려는 측면에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었지만 우리 국기법상의 규정을 보면 어순과 어감에서 주로 납세자의 납세의무의 이행에서 신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고, 부수적으로 세무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신의를 요구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기 때문에 명문으로 신의칙이 입법화된 것이다. 비록 민사법 영역에 비하여 그 적용범위가 다소 제한적일 것이기는 하나, 신의칙에 의해 예외적으로 세법규정의 적용을 제한 또는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건 판결은 신의칙에 대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신의칙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임과 동시에 국기법 제15조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다. 하지만 전합판결에서는 그 적용범위를 수출업자에 한정하여야 하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뒤이어 수출업자 외의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 전단계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여부 (1) 대립되는 견해 가. 수출업자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 상호의존적으로 폭탄업체의 판로를 확보해 줄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음으로써 국고의 유출을 현실화시켜 단순히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납세자에게는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를 위해서도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이다. 나. 수출업자 외에 이 사건 부정거래에 참여한 전단계 과세도관업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 과세사업자가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받는 것이나 수출업자가 매출세액이 없어 국가로부터 그 매입세액을 환급받는 것이나 매입세액의 부담의무를 면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또한 이들이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가 개재된 금지금 부정거래를 완성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보편적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적용함에 있어 수출업자와 과세도관업자를 서로 달리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이다. (2)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두23594 판결)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와 수출업자 사이의 과세사업자는 일련의 변칙적 금지금 거래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수출업자와 악의적 사업자 사이의 도관역할만 할 뿐이어서 그의 매입세액공제를 인정하더라도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의 차액이 국가에 납부되므로 국고에 직접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며, 또한 전단계세액 공제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데에는 최종단계에 있는 수출업자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족하고 더 나아가 그 중간의 과세사업자의 매입세액공제마저 부인하는 것은 국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은 수출에 대한 영세율 적용에 의하여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는 경우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국내의 과세거래에 관련된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에 대하여는 적용될 수 없다고 하여 같은 거래에 있어서 신의칙 적용범위를 제한하였다. (3) 검토 세금계산서의 수수를 요건으로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는 것은, 국가가 세금계산서의 수수를 장려함으로써 과세거래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여 세원을 포착하는 한편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에 대한 포상으로 그 매입세액 상당의 부담을 조기에 덜어 주고자 함에 있기 때문에 포상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한 납세자에 대한 매입세액공제 내지 환급거부를 국가가 이중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도관업자들의 역할이 금지금 부정거래에 있어서 폭탄업체나 수출업자에 비해 결코 그 비중이 작지 아니함에도 일률적으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은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원칙의 적용이 확대됨을 우려한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과세도관업자 중에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의 조세포탈에 공모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까지 일률적으로 금지금 부정거래에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 사건 거래의 심각한 위법·부당성을 인정하여 어렵게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적용한 마당에 그 위법성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과세도관업자에게 적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전합판결의 이론 자체가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한 수출업자의 국고유출을 막기 위한 아주 예외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허용은 매입세액공제제도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에도 도저히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Ⅴ. 마치며 전합판결은 부가세법상 납세자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요구도 일종의 권리행사로 보아 신의칙상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한 최초의 판결로써 그 당부와 적용범위에 관하여 논의의 중심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이 판결이 법의 공백을 이용하여 절세의 차원을 넘어서 교묘하게 법을 악용하는 자들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호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이 아님을 확인하고, 앞으로 법원이 법적상태실현이라는 공익과 신의칙 보호라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납세의무이행의 적법성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새 지평을 열어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건판결을 통하여 이런 의미가 많이 희석된 것 같아 이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1-02-14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
1. 판례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2. 판례평석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의 증거능력을 이해하여야 하므로 본고에서는 양자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검사의 수사단계에서 검사에 대한 피의자의 자백이 검찰자백(檢察自白)이고, 경찰의 수사단계에서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피의자의 자백이 경찰자백(警察自白)이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17면). 가.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의 증거능력 이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신설되기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어 고찰하여야 한다. 2007년6월1일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피고인의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그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전 공범자인 공동피고인 B가 검찰수사단계에서 공범자인 공동피고인 A와의 공동범행사실을 자백한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에 관해서는 그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의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견해(서일교, 강구진, 이재상)와 그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09조, 제312조, 제313조에 의해서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反對訊問)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견해(백형구, 배종대·이상돈)가 대립되고 있다. 공동피고인 A의 반대신문을 거쳤느냐 여부에 따라 증거능력의 유무가 좌우되므로 전설을 반대신문불요설(反對訊問不要說), 후설을 반대신문필요설(反對訊問必要說)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34면). 전설(반대신문불요설)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고,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공동범행의 자백이 기재된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면 공동피고인 A의 공동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후설(반대신문필요설)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공동피고인 A가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 경우에는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어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전설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공동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다는 것은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공동피고인 B의 공판정자백도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사실상 반대신문을 하거나 공동피고인 A에게 공동피고인 B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진 경우에 한해서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와의 공동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공동범행의 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 A에게 공동피고인 B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 즉 공동피고인 B의 진술(공동범행의 자백)의 증명력을 탄핵(彈劾)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정절차(due process of law)의 법리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후설, 즉 반대신문필요설(反對訊問必要設)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대법원판례는 전설, 즉 반대신문불요설(反對訊問不要說)을 취하고 있다. 즉 검사 작성의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다른 공동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한 경우에도 다른 공동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후 2007년6월1일 형사소송법의 대폭 개정 시에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反對訊問)을 진술이 기재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요건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을 신설되었고, 공동피고인 B에 대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위 조항의 「검사가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므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이재상, 임동규, 차용석·최용석, 이은모 등). 따라서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고,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공동피고인의 검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아직 발견되지 아니한다. 나.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 (1)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전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는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은 피의자였던 피고인에 대해서 뿐 아니라 공동피의자였던 다른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적용범위에 관한 대법원판례이며, 이 대법원판례를 지지하는 학설이 통설이었다(백형구, 이재상, 신동운, 임동규 등).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신설 이후 2007년6월1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신설된 이후에도 공범자인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警察自白)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법원판례이며, 이 대법원판례를 지지하는 학설이 통설이다(이재상, 신동운, 임동규, 차용석, 이은모 등). 이러한 해석론(통설·판례)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공동피고인 B가 공판정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첫째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규정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론이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동피고인 A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규정내용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해석론이다.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동피고인 A에 대한 관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새로운 학설(新解釋論)이다.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공동피고인 A가 공판정에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이 기재된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과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특신상태가 증명되고 공동피고인 A가 공동피고인 B에 대해서 그 조서의 내용(공동범행의 자백)에 관하여 반대신문을 한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공동피고인 B의 경찰자백은 공동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공동피고인의 경찰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그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동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010-10-18
위증죄에서 기대가능성과 진술거부권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4. 4.7. 부산고등법원에서 강도상해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04. 4.16.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으로서 사실은 2002. 9.27. 새벽 부산 동래구 온천 3동에 있는 황제룸주점 앞길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는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치며 시비를 걸어 동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으로 동인의 지갑을 강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5. 1.14. 16:00경 부산지방법원 제301호 법정에서, 위 강도상해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공범으로 기소된 자에 대한 강도상해피고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후 선서하고 증언함에 있어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친 후 멱살을 잡고 시비한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결코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며,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다시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는 바, 이는 사실대로의 진술 즉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공범의 형사사건에서 그 범행에 대한 증언을 거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실대로 증언해야 하고, 설사 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시종일관 그 범행을 부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위증죄에 관한 양형참작사유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강도상해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였으나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별건으로 기소된 공범의 형사사건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진술할 기대가능성이 있으므로 위증죄가 성립한다. Ⅲ. 원심: 부산지방법원 2005. 12.14. 선고 2005노3276 판결 공범이 공동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는 경우, 그 공동피고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증인선서를 한 공동피고인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허위의 진술을 한 이상 위증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지만(대법원 1987. 7.7. 선고 86도172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공범이기는 하나 강도상해죄로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상태이어서 공동피고인의 경우와는 달리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형사소송법 제148조에 규정하고 있는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 피고인으로서는 공범으로 별건 기소된 자의 피고사건에 증인으로 채택되어 소환된 이상 증언을 거부할 수는 없는 바,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피고인에게 그동안의 일관된 진술을 뒤엎고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판시하고 있는 자신의 범죄사실(이 사건의 경우는 피고인이 공범과 공모하였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을 시인하는 증언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한 피고인의 판시 행위는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 Ⅳ. 평석 1. 증언거부권과의 관계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가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그가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무고(無辜)함을 주장하려는 피고인의 심리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인지 확정된 후인지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가능성 즉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그러한 기대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증을 한 경우에는 위증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기존 대법원판례의 입장과도 상충된다. 즉 대법원 1987. 7.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위증을 한 후라도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형법 제153조)증인에게 사실대로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증언거부권을 인정하여 (형사소송법 제148조) 증언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인과 같은 처지의 증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여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선서한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허위의 진술을 한 이상 위증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 헌법 제11조 제2항)는 결코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권리를 보장한 취지는 아닌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기대가능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대상판결은 이 전원합의체판결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증언거부권제도가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가 사실진술에의 기대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 원심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인하여 그에게는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없어지므로 사실진술에의 기대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보고 있다. 즉 대상판결과 그 원심판결은 증언거부권제도가 갖는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서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원심판결이 오히려 전원합의체판결과 부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자백강요의 위헌성 대상판결에 있어서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다시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는 바”라는 언급은 피고인이 사실대로 증언을 한다고 해서 그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처벌받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피고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은 “사실대로 증언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 바, 이는 곧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로써 범죄사실은 ‘사실’, 즉 ‘진실’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서 사법판단에 대한 과신이 드러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재심과 같은 불복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이 점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시는 곧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확정된 대로 유죄를 시인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 이는 또 위증죄에 있어서 진술의 ‘허위’의 판단기준에 관한 주관설을 부정하고 객관설을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고함을 믿는 사람에게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과 후에 따라 법적 책임을 달리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이는 형벌로써 판결의 권위를 확보하려는 무리한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것은 통상의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그 결과에 대하여 법적으로 다툴 수 없다고 함으로써 국가의 공형벌권의 집행을 일단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장치인 데 그치는 것이고, 확정된 범죄사실이 진실임을 담보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에 반하여 무죄의 ‘추정’은 사실인정, 진실발견과 관련된 개념인 만큼 양자는 같은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무죄추정은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행해진다고 하더라도(헌법 제37조 제4항 참조) 피고인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은 확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가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다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였다고 해서 위증죄로 처벌하는 것은 그 공판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바꾸어 말해서, 수인의 공범이 따로 기소되어 그 중 한 명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공범은 자백을 하도록 위증죄의 형벌로 강요하는 것은 법원-국가의 ‘강요에 의한 자백’으로 임의성이 문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 한 명의 공범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검찰 측으로는 다른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자백을 확보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송상 유죄의 도미노가 야기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어쨌든 자백은 비록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라 하더라도 그에게 유리한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헌법상 불리진술강요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12조 제2항 후문에 대하여 판결로써 새로운 제한을 부과하는 위헌적 해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3. 결어 원심판결에서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기대가능성의 법리에 대해 대상판결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밖에 자백강요에 의한 임의성문제도 야기할뿐더러, 더 근본적으로는 불리진술강요금지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배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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