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0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공소장
검색한 결과
22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 -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와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I.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7년 3월 27일 오후 7시10분경 고양시 소재 노상에서 甲으로부터 64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甲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 甲은 검찰 수사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참고인진술조서가 작성되었다. 甲은 2017년 4월 24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제1심은 2017년 10월 13일 징역 4년을 선고하였고, 제2심은 2018년 1월 31일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였다. 甲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18년 5월 15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인 A에 대한 2017년 11월 24일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甲은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현재 자신의 관련 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1심은 2018년 2월 7일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검사는 원심에서 다시 甲을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甲은 2018년 6월 19일 원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면서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이때는 이미 甲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어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원심의 판단 甲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 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甲은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라고만 하였다. 따라서 甲의 증언거부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사가 작성한 甲에 대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에 따라 甲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3. 쟁점 '피고인 유죄' 취지의 진술을 담은 참고인진술조서에 관하여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할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참고인진술조서를 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Ⅲ. 평석 1. 증언거부를 다르게 보아야 하는 이유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진술조서를 작성한 후에 참고인이었던 증인의 법정증언을 확보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증인이 법정에 나올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이 바로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다. 제314조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야 할 자가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의 예외인정 요건을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망이나 외국거주, 소재불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가 이미 자세하게 설시한 바 있다.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는 그와 같은 판례의 해석론에 기초할 때, 물리적으로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나 출석하더라도 진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가령, 기억능력 자체가 없어진 경우라면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 외에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제314에서 말하는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중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첫째, 사망, 외국거주, 소재불명이라는 사유와 증언거부는 불능의 정도와 의미가 다르다. 앞의 것을 사실적 불능이라고 하면 뒤의 것은 법률적 불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은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할 위험에 속한다. 수사기관 앞에서 진술할 때처럼 증인이 법정에서 같은 진술을 해 줄 것인가는 수사기관의 부담이고, 책임이다. 진술증거만이 존재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특히, 증인의 진술 변경, 은닉 또는 도피뿐만 아니라 증언거부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수사기관의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이는 법이 예정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셋째, 참고인이 나중에 진술 태도를 바꿀지 안 바꿀지는 수사기관이 그를 직접 증인으로 부를 때도 마찬가지로 부담해야 할 위험이다.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하겠다고 했다가 정작 증언대에서는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도 우리는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평가한다. 증언을 못 들은 것으로 간주한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참고인진술조서라고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그 위험은 고스란히 수사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조건을 못 맞추면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넷째, 제312조 제4항과 제314조에는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신문 결과도 증거로 쓰일 길을 열어두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입법자의 결단이 들어 있다. 두 조항을 해석할 때는 따라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제312조 제4항 자체가 벌써 예외규정이다. 직접심리주의의 예외이다. 그런데 거기 덧붙여 또 하나 '진술 불능의 예외'를 둔 것이 제314조이다.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입법자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다. 요컨대, 증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정당한 증언거부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제314조의 필요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그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적은 참고인진술조서를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판결의 취지 대상판결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증거는 참고인진술조서에서 수사 당시 참고인이었던 증인이 피고인으로부터 마약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법상으로 그 진술을 증거로 쓰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그 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 주어야 할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때이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진술을 해 놓고도 그 진술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지 않기로 변심한 참고인이 피고인만큼이나 괘씸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조서를 증거로 제출해 놓고 제314조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주장은 우리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우리 법은 증인의 진술이 법정에 현출되고 이에 관해서 피고인이 반대신문할 기회를 주는 것을 원칙적인 증인신문의 모습이라고 본다. 참고인을 수사기관 앞에 소환해서 진술을 들은 다음 조서를 작성해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다. 그래서 조건이 까다롭다.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반대신문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참고인의 진술을 듣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따라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참고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법정증언을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상판결처럼 조서를 작성해서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이 위험부담이 있다. 증인이 나중에 진술을 거부할 위험이다. 이 위험은 피할 방법이 없다. 재판장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에 처하는 것은 별론이다. 어떻게 하든 실제로 그 증인의 증언을 들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당신은 말을 안 할 이유가 없어. 말을 해야 돼"라고 증언을 강제할 수 없다. 마찬가지다. 증언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해서 미리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받아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검사가 참고인의 결정적인 진술을 들었다고 해서 유무죄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건 재판준비에 지나지 않고, 법정에서 잘해야 한다. 참고인진술조서의 준비가 다가 아니다. 제312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마저 못 갖추면 제314조라는 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제314조를 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314조를 직접주의의 예외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예외라고 대상판결이 설시한 것은 이런 취지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증언거부
형사소송법제314조
형사소송법
마약류관리법
김희균 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2021-10-07
교통사고
형사일반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8도3443 판결 -
특수폭행치상죄의 처벌례
Ⅰ. 사실관계 피고인 A는 2016년 12월 4일 오후 4시 56분 경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광진구의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진행하던 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피해자 B(15세)가 경적을 울려도 길을 비켜주지 않고 욕을 하였다는 이유로 시비하여 중앙선을 좌측으로 넘어 B의 자전거를 추월한 후 다시 중앙선을 우측으로 넘어 자전거 앞으로 승용차의 진로를 변경한 후 급하게 정차하여 충돌을 피하려는 B의 자전거를 땅바닥에 넘어지게 함으로써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족관절부 염좌 등 상해에 이르게 하였다. Ⅱ. 소송의 경과와 쟁점 1. 제1심과 제2심 제1심(서울동부지법 2017. 10. 16. 선고 2017고단1891 판결)에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하여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여야 하나 형법규정의 문언과 체계, 연혁(형법 제258조의2 규정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형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2016. 1. 6. 신설된 점 등)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8조의2 제1항이 아닌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바 피해자와 합의한 정상 등을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항소하면서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는 제262조에 의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따라 형을 정하여야 하고 제258조의2 제1항에서는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의 점에 대하여 제258조의2 제1항의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지 않고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의 예에 따라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함으로써 특수폭행치상죄의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이유를 제시하였다. 항소심인 제2심(서울동부지법 2018. 1. 26. 선고 2017노1618 판결)은 "이 사건 특수폭행치상죄는 제258조의2가 신설된 이후 저지른 범행인 점, 제262조에서 특별히 제258조의2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점,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제258조의2의 예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형벌체계상의 부당함이나 불균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근거로 A에게 제25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채택하면서 "제258조의2 특수상해죄의 신설로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하여 그 문언상 특수상해죄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258조의2 제1항의 예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법정형의 차이로 인하여 종래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도 일률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갖추기 위함이라는 위 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 또한 형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즉 형벌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형사법상의 책임원칙에 반할 우려도 있으며 법원이 해석으로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원칙에도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제2심 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했다. 이는 제1심의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는 판단이다. 3. 쟁점 본건에서는 A에게 인정되는 폭행치상죄(제262조), 그 중 특수폭행치상죄(제262조, 제261조)의 처벌을 제257조 제1항(상해)과 제258조의2 제1항(특수상해) 중 어느 예에 의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 제2심 판결에서 소송법상 문제인 공소장변경의 쟁점이 등장하였고 이 점에 관한 제2심의 무리한 판단이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미친 현실적·간접적 영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본건의 본래 논점인 실체법적 문제에 관해서만 검토하도록 한다. Ⅲ. 평석 1.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대법원 판결이유의 맨 앞에서 인용되고 있듯이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본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목적론적 해석에 토대한 것인 바 설사 그것이 A에게 유리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해석이 과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이라는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 내지 전제요건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는 명문의 규정에 관한 문리해석을 통해 밝혀지게 된다. 제262조의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제258조의2의 신설(2016년 1월 6일) 전까지는 행위의 결과인 '상해', '중상해', '사망'을 기준으로 하여 적용규정을 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제258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이제는 행위의 결과뿐만 아니라 행위의 방법·수단도 처벌례 판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각칙상 다른 규정들에서 "…의 예에 의한다"는 문구가 행위의 결과 외에 주체·객체·방법도 처벌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면(제154조, 제253조, 제263조, 제299조, 제305조, 제335조 참조), 이는 당연한 문리해석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상해죄와 특수상해죄의 법정형이 같은 것을 보면 입법자는 행위의 방법의 불법을 중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가 '폭행'의 방법이 되었을 뿐인 경우와 '상해'의 방법이 된 경우는 동일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폭행'에 그친 게 아니고 '상해'까지 야기된 특수폭행치상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의 휴대'는 '(고의)상해'의 방법인 '위험한 물건의 휴대'와 불법에 있어서 대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즉 제262조의 '제257조 내지 제259조의 예'에는 제258조의2의 예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기본적인 문리해석을 도외시한 채 목적론에 지나치게 치우친 주관적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258조의2 신설 전 규정에 따르면 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상해에 이른 경우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고 또 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와 특수폭행을 범하여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었다. 이제 제258조의2 신설로 폭행 방법의 불법을 고려하여 특수폭행으로 상해나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동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하여 새로운 법정형에 따라 처벌함으로써 죄형균형의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2. 행위시법주의의 원칙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행위시 전에 있었던 법률이 행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현행법으로의 개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행위시 전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법원에서는 특수폭행치상에 대하여 개정전 형법에서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도 있었지만 개정후의 문언에 따르면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되어 가중규정을 신설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형법의 신설규정은 종전에 당해 죄의 처벌규정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있었을 때보다 법정형을 가볍게 하여 '형벌체계의 정당성과 균형'을 구현하고 있으며 설사 특수폭행치상에 관해서는 종전 형법규정의 해석에서보다 형을 가중하는 결과가 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더라도 입법자의 선택에는 무리가 없다. 본건에서 A의 행위는 제258조의2 규정 신설입법의 시행일(2016년 1월 6일)로부터 10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 있었으므로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무관하며 대법원판결은 오히려 형법 제1조 제1항과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서 특수폭행치상의 처벌례가 다시 문제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대법원 판결과 명문의 형법규정 사이의 괴리는 차츰 더 커질 것으로 본다. 형법제정 당시에 비하여 자동차나 각종 과학이기의 사용이 크게 보편화된 오늘날 사회현실의 변화를 고려하면 형의 가중개정은 가능하다. 본건의 선고형 여하는 2차적인 문제이다. 대법원에서는 입법자의 불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단하고 무리한 법적용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감이 있다. 특수폭행치상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은 '법원이 해석으로' 신설한 것이 아니고 입법자의 판단에 기하여 선택된 입법이다. 관련규정의 신설 내지 개정으로 인하여 기존의 특정 규정의 의미에 변화가 야기되었다면 설사 기존 규정의 문언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기존 규정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258조의2가 신설되면서 제262조도 함께 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특수폭행치상죄
징역형
행위시법주의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
2020-12-14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
술에 취한 자에 대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I. 사실관계 군인신분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처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 처가 먼저 잠이 들고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 후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준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만취되어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II.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군검찰은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 이후 제1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보통군사법원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있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에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미수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대신 준강간미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의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III. 평석 1. 대법원 다수의견의 취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잠이 들어 있어서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을 경우 이와 관련해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은 이 조문을 동 사안에 적용하고 있다. 즉 이 사안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의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면서 동시에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불능미수 법리로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라는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반론의 검토 (1)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의미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논거로 미수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행행위를 종료하지 못하거나 실행행위를 종료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상사건은 이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실행행위도 종료되었고 그로 인하여 결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반대의견도 기본적으로 같다.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므로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수란 실행에 착수하여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킨 경우를 말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는 행위주체·실행행위·인과관계·결과 등이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총칭하여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한다. 형법 제25·26·27조 각각의 미수범의 성립요건에서 결과의 의미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의 일부로서의 결과나 결과범에서 말하는 결과가 아니다. 이때의 결과는 '구성요건적 결과'를 뜻하는 것이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미수범 처벌규정이 존재하는 때에는 미수범이 성립된다. 피해자를 협박하여 그의 재산상의 처분행위로 재물을 영득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피해자가 의사의 자유가 침해되어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를 불쌍하게 여겨 재물을 교부한 것이라면 공갈죄는 미수에 그친다. 침해범과 위험범의 차이에 주목하고자 하는 반대의견의 관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침해범과 위험범의 구별은 범죄의 성질이 법익침해를 본질적 요건으로 하는가에 따른 것에 불과하고 현주건조물방화죄처럼 위험범이지만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 구성요건도 존재하며 따라서 준강간죄가 위험범이 아닌 침해범이기 때문에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여부를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논증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요컨대 침해범이라는 특성이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다르게 해석해야 할 합당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침해범의 경우 대체로 행위자가 '의욕한 바', 예컨대 사망이나 간음이 곧 '구성요건적 결과'인 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법리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2)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의 판단방법 대법원 반대의견은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라고 하며 대상사건은 불능미수로 의율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그 취지는 일반적으로 혹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만취한 상태의 피해자에 대한 간음은 실행행위가 종료되기 전에 사전적 관점에서 판단하면 준강간의 실현가능성에 있어서 결과발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사안의 경우 사후적으로 밝혀보니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서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것은 우연한 사정이 개입하여 그렇게 된 것일 뿐 규범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결과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적으로 밝혀진 결과에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가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렇게 되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모든 미수범 사안은 애당초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미수유형으로 분류되어 불능미수범으로 의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위자가 실행행위를 할 당시에 결과발생이 불가능했는지 여부는 그 당시 행위자에게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결과가 발생할 수 없음을 알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관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위자의 인식을 넘어선 사정들, 즉 사후적으로 밝혀진 점들에 의해 확정되는 문제이므로 불능미수 조문의 적용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사실판단 문제이다. 따라서 결과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행위 당시 행위자의 예측이나 인식과는 무관하게 사후적으로 증거에 의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소송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불능미수는 법률상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되는 사실로서 이는 범죄사실 자체는 아니지만 범죄사실의 존부만큼 피고인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이므로 법률상 증거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한 입증을 필요로 하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고 따라서 불능미수가 인정되기 위해서 입증되어야 할 사실인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은 사후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반대의견의 논지대로 사전적 관점에 의해서 결과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실제로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은 매우 축소되어 발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소위 통찰력 있는 평균인의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행위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사례는 그에게 '현저한 착오'가 없는 이상 관념하기 힘들다. 만일 이처럼 '현저한 착오'가 있는 경우만 불능미수가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바 착오의 의미를 '현저한 착오'로 축소해석하는 것은 법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유추해석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3. 맺음말 불능미수는 실행의 착수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이미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결과불법이 거의 소멸했거나 '법익평온상태의 교란'이라는 가장 약한 형태의 결과불법만 인정된다. 다만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했을 때 착오가 없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인정되며 이러한 결과불법의 구조로 인해 결과발생이 가능해서 법익에 대한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장애미수에 비해 결과불법이 감경된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은 간음의 고의로 실행의 착수를 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의 불가능성이 인정되며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을 준강간의 미수범으로 의율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그 처벌은 합당한 법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준강간죄
장애미수
불능미수
준강간미수
취업제한
간음
안성조 교수 (제주대 로스쿨)
2020-11-16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2.13. 선고 2019고합188 판결
영장재판에서의 공무상비밀누설
Ⅰ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는 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이고, 피고인 B와 C는 그 법원의 영장전담판사이다. 2016.4.경부터 소위 정운호 게이트(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와 전·현직 부장판사의 유착 의혹 등)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되었다. B, C와 또 다른 영장전담 한모 판사는 2016.5.~8.경 각자의 영장재판기일에 정운호, 전직 부장판사인 최모 변호사, 현직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과 그 수사기록을 검토하였다. 그 검토를 토대로 다음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을 직접 복사하여 A에게 보고하였다. 즉, ①"수사기록에 의하면, 수원 사건 관련 최모 변호사가 항소부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 등을 언급하였고...(생략)...보석 확답도 받았으며 보석청구서 접수 당일 담당재판부와 식사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운호 중앙 사건 관련해서도 자신은 작업할 줄 아는 변호사라면서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직원에게 작업하여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얘기하겠다거나, 관련 부장판사나 주심판사도 잘 알고 지내면서 자주 식사하는 사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한다", ②"수사기록에는 최모 변호사와 법원 관계자 사이의 통화내역이 붙어있지 않고, 이모 부장판사와의 문자메시지만 첨부되어 있다...(생략)...", ③"수사기록에 의하면, 최모 변호사의 남편은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다액의 현금, 수표, 3만달러, 메모지, USB(9개)를 검찰에 임의로 제출하였고...(생략)...", ④"수사기록에 의하면, 관련자는 차량대금 5,000만원을 포함하여 모두 2억원을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현재 혐의내용은 합계 2억 1,500만원을 수수한 것인데 계좌추적 결과 현금 2억 5,400만원이 김모 부장 측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정운호 측의 민사소송 관련하여 정운호 측 담당자는 정운호로부터 담당 재판부에 작업을 다 해놓고 골프접대를 했다는 말을 수회 들었다고 한다" A는 위와 같의 4차례의 보고를 토대로 각 그 다음날 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송부하였다. (위 개요는 공소사실 중 제1심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부분만을 요약하였음) 2. 판결요지 A, B, C가 공모하여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함으로써 공무상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간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그 보고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법행정상의 필요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로서의 보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Ⅱ 검토 1. 이 사건의 쟁점 2016년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고액수임 및 현직 법관에 대한 뇌물수수나 로비의혹 등이 보도되면서 소위 정운호 게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법관의 연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법원행정처와 영장전담판사가 부정한 목적으로 수사기록 상의 수사기밀을 공유하는 등 누설했는지 여부가 극렬하게 다투어졌다. 이하에서는, 재판부가 무죄이유로 삼은 부분, 즉 ①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비밀인가, ②그러한 보고가 직무행위로서 정당한가, ③피고인들간 공모가 인정되는가에 관하여 살펴본다. 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기타 쟁점들에 대하여는 논외로 한다. 2. 공무상비밀누설 여부 가. 법의 규정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A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정보는, 언론에서 이미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인 기사와 유사했고, 검찰의 언론브리핑이나 수사담당검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도 유사했으므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유지·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A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만 보고하였고 그 자료가 법관징계나 언론대응 등의 사법행정 용도로만 이용되었으므로, 그 누설로 수사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비밀의 보호필요성 유무 영장재판은 심리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밀행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그 발부·기각에 대한 이유도 상세하게 기재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영장재판을 위해 제출된 수사기록상의 정보들은 수사담당자 및 영장전담판사와 그 필수조력자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아니된다. 일부 녹취자료나 수사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보도예정이었더라도, 사적인 취재·추측에 의한 언론보도는 수사기록에서 확인된 공적정보와 그 신뢰가치 면에서 차이가 크다. 또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이 친분을 이용해 수사담당검사로부터 얻어낸 상세한 수사상황 정보는 또다른 공무상비밀누설 행위로 얻어낸 비밀자료일 뿐으로서, 그렇게 사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수사기록상 공적정보가 유사하다고 하여 실질적 보호가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기록상의 정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보고서에 담은 수사기밀은 비밀로서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국가기능의 위협 초래 여부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될 즈음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몇몇 보고서에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이나 언론의 관심을 법원에서 검찰로 돌리는 방안 및 그 실행을 위한 일부 과격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수사대상이던 김모 부장판사는 그 즈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 조사를 통해 수사상황 중 일부를 알게 되어 선제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 보고서들의 내용대로 수사가 방해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보고서들이 사법행정권의 최고 정점인 법원행정처에서 다수 판사들의 관여하에 작성된 사정 등을 더해보면, 수사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추상적 위험범). 3. 직무상 정당행위 여부 재판부는, B·C의 보고와 A의 보고는 그 목적과 단계를 달리하는 별개의 직무행위로서 각기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A는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건의 경위와 실체를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고, B와 C는 A의 요구에 응하거나 통상적인 예에 따라 사법행정사무의 일환으로 주요내용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각종 법원예규와 지침은 법관 비위 등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상급 사법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보고에 관한 예규(2018년 폐지)’는 법관 등 관련사건에서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그 사건의 요지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의 범위와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수사의 밀행성이나 영장재판의 비공개 및 재판의 독립 등의 견지에서 그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더구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도 모두 현직 법관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관비위에 대한 수사상황은 그 비밀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 사건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보고에는 관련자의 자세한 진술내용이나 증거의 내용, 그 확보상황 등까지 포함되어 있고 수사기록의 해당부분이 복사첨부까지 되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법행정상의 보고와는 무관한 내용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위 예규의 ‘처리되어 종국된 경우’ 규정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보고시점이 적절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보고행위는 사법행정상의 직무행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4. 공범 성립 여부 재판부는, 공소장의 ①법원행정처의 의도(수사기밀을 빼내어 수사 무마 및 검찰 압박 등), ②A의 의도(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사기밀을 수집하여 보고), ③A의 지시에 따른 B와 C의 승낙이라는 각각의 사실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즉 법관비위에 관한 사항은 사법행정담당자가 관련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하므로, 수석부장인 A는 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고, B와 C도 통상적인 예에 따라 해당법원의 공보업무 등의 책임자인 A에게 주요사항을 보고했을 뿐이라고 강조하였다. B와 C는 자신들의 보고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B와 C로서는 A에게 보고된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순차 보고되는 것을 사전에 전제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각종 예규와 지침에 따라 수석부장은 사법행정상 중요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법행정상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 C는 자신들이 A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A가 법원행정처에 순차보고하는 것에 대한 공모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A, B, C 3인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가 목적범이 아닌 이상, 검찰수사의 무마·압박 등의 ‘의도’와는 별론, 수사기록 상의 비밀을 순차 보고하는 방식으로 그 누설자체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3인의 공모 대신에 A와 B, A와 C간의 2인 공모 여부도 검토되어야 한다. Ⅲ 결론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가 통상적인 예에 따른 사법행정상의 정당한 직무보고라고 보았지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재판내용에 관한 사법행정상의 보고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영장재판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통해 정의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신광렬
공무상비밀누설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최창석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4-02
선거·정치
형사일반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6314 판결 -
위탁선거법상 금품제공 ‘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를 포함한다)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제1호),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하여 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한 자(제4호)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은, 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다른 특정의 조합원 11명에게 각 10만원씩 합계 110만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현금 110만원을 교부한 사안에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금전 제공을 ‘지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중간전달자 A가 실제로 조합원 11명에게 전달·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수하여 선거인들에게 금전이 제공되지는 않았다. 검사는 위탁선거법 제58조 제1호의 금전 제공죄로 기소하였다가, 공직선거법 제257조 제1항의 기부행위제한위반죄의 공모자 사이의 금전 교부가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2002. 2. 21. 선고 2001도281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항소심에서 금전제공지시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은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에 그친 사건으로서,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쟁점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금품제공‘지시’죄에서 지시란 상하관계나 지휘감독관계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이다. 2. 판시사항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금전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비하여 금전 등의 제공을 ‘지시’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금전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일러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지시를 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단체나 직장 등에서의 상하관계나 엄격한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평석 대상판결은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에서 ‘지시’의 개념에 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로서,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의 해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시사항을 담고 있다. 조합장 후보자가 ‘상하관계에 있지 않은 조합원에게 다른 조합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라고 금전을 교부한 경우에 해당 후보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위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일종의 정의관념이나 처벌의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예비 내지 미수행위’도 처벌하는 등으로 법률을 개정·보완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조합원 A에게 무슨 ‘지시’를 할 만한,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조직·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필요성 등에 경도되어 형사재판에게 금기시해야 할 유추 내지 확장 해석을 통해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의 금전제공지시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지시’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하라고 특정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지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시를 하는 사람과 지시를 받는 사람 사이에 상하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126 결정도 공직선거법 제230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지시’란 매수행위를 하도록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이며 이는 지휘·감독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공직선거법벌칙해설'도, "지시하는 자와 지시 받는 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지시받는 자의 의사를 완전히 억압할 정도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58조 제4호 소정의 ‘지시’란 상하관계가 분명한 단체나 직장 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에 터잡아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말하고, 그와 같은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선거인에게 금전의 제공을 하도록 부탁·의뢰·위탁하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반대한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위탁선거
금전제공지시
선거인매수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2019-10-07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준강간죄의 미수는 언제, 어떻게 성립하는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상근예비역인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여·22세)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든 후인 오전 2시경 피해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 만취상태가 아니어서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었음에도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의 옆에서 그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군검사는 피고인을 강간혐의로 기소하였다가 이후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혐의를 추가하였으며, 제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준강간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항소심과정에서 군검사는 다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준강간 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였다. 고등군사법원이 준강간 미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은 실제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상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 준강간의 불능미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사안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 결과발생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간음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다면 미수범으로 볼 수 없는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침해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하였다. 3. 준강간 미수의 성부 (1) 문제제기 사안의 유형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고의를 지니고 실행하였으나 외부 상황에 대한 행위자의 착오가 있어 실제로는 법익침해가 없었던 경우'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간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겁박하여 성관계를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도 내심으로 관계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 자결권침해가 없었던 경우, 떨어져 있는 지갑을 훔칠 의도로 식당에서 가지고 나왔으나 실제 그것이 행위자 자신의 지갑이었던 때, 주거침입을 할 의도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그 곳이 다른 보행로에 불과했던 상황 등이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모든 경우가 불능미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단지 위험성요건으로만 가벌성을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은 이를 불합리하게 여겨, 다수의견이 '결과의 불발생'과 '결과발생의 불가능'을 혼동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 준강간 미수의 성립 여기서는 형법학방법론의 근원적인 시각차이가 드러난다. 행위자의 행위속성을 중심으로 가벌성을 결정하는 시각(ex ante)과, 발생한 결과에 주목하여 그로부터 죄책을 추론하는 방식(ex post)의 차이이다. 양자 모두 의미가 있으며 적지 않은 예외도 있지만, 적어도 근대 이후 형사사법은 가시화된 결과 자체의 의의보다는 행위자에게 그 결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가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범죄체계론도 고의나 과실을 통해 발현된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에 해당한다. 여기서 '미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거나, 결과와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행위불법과 결과불법 간의 부합이 불완전하지만 가벌성을 인정해야 하는 유형이다. 미수의 성립여부 및 그 종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행위속성을 우선 감안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이다. 단지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수개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내용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상태인 것으로 생각하여 간음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준강간 고의가 확인되며 그에 이어 간음을 완료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의 실행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피해자가 위 행위당시 실제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준강간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 미수의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사안은 준강간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 미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이 점에서 타당하다. 4. 미수의 유형 (1) 문제제기 어떠한 종류의 미수로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남아 있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실행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불능미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기에, '결과불발생'과 '결과발생불가능'을 가려내지 못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2) 사실적 가능성과 규범적 가능성 형법 제27조 불능미수규정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성'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대립이 있다. 사실적 가능성설은 (불)가능성을 자연과학적·사실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결과발생이 가능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져 그것이 가능한 경우를 장애미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나눈다. 예컨대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시도한 경우에, 그로부터 절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가벌적인 불능미수가 된다. 규범적 가능성설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가리는 기준인 (불)가능성을 규범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근래의 견해이다. 가능성 판단의 준거점을 결과가 불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실행행위 당시로 앞당겨서, 행위 자체의 객관적인 속성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편적인 통찰력에 따라 판단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금품을 훔치는 행위는 규범적인 시각에서 결과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이나, 마침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은 결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장애이므로 이는 장애미수이다. (3) 규범적 검토의 필요성 사실적 가능성설은 중요한 평가지표를 행위 자체의 반가치성으로부터 찾는 근대적 형법원칙에서 벗어나, 사후적 시각에서 가능성평가를 함으로써 실행 외부의 변수에 따라 미수유형을 좌우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총을 발사한 순간 가능성판단은 유보되며, 행위자가 잘못 겨누어 피해자를 명중시키지 못했다면 장애미수가 되지만, 총알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맞았으나 그가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면 불법성이 더 낮은 불능미수로 판단하는 불합리에 이른다. 이 견해에 따르면 모든 미수사안이 불능미수로 포섭될 수도 있다. 미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의 법리이므로, 사후적 시각에서 결과가 없게 된 인과적인 이유를 소급하여 따진다면 언제나 결과발생을 불가능하게끔 하는 사실적인 조건과 만나기 때문이다. 짧은 과도로 복부를 찔러 사람을 죽이지 못한 경우도 살인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였으며, 경찰에게 저지당해 절도를 못하게 된 것도 결과발생이 사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배제하려면 가능성표지를 평가하는 시점이 행위당시의 실행행위 자체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불능미수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속성 그 자체에 결과에 이를 수 없게끔 하는 유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어야만 한다. 판시된 사안에서 만약 피해자가 실제로 명정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고의에 의한 행위자의 행위는 준강간 결과를 가능하게 할 불법성을 표출한 것이다. 즉 규범적으로 보아 결과발생이 가능한 행위였다. 마침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던 사실은 이와 같은 행위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한 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안은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보아야 한다. 5. 요약과 결론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을 마쳤지만 피해자가 실제로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 행위자가 드러낸 행위속성으로부터 범죄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볼 때 이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준강간의 미수인 것이며 이 점에서 대법원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에서, 실행 당시 행위 자체의 규범적인 속성을 판단한다면 사례는 준강간의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 두 가지 논점은 범죄체계에서 가벌성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은 '드러난 결과 현상으로부터 역추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위자가 수행한 행위 자체로부터 평가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준강간죄
취업제한
준강간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
간음
홍영기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9-19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4. 1. 28. 병합심리결정과 함께 위 사건들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으며, 제1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2014. 5. 9.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자신에게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하였음을 이유로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2014. 10. 15.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항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 한편 피고인은 별건의 사기, 횡령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2015. 4. 8. 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기존 증거조사의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진행된 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바, 원심으로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항소심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고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원칙은 실체진실주의와 함께 형사소송법 전반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헌법상 일반원칙으로 규명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1항 이외에도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통해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 중 모든 국민이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앞에서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재판, 즉 피고인이 공판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구술변론에 의해 답변과 반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하여 공소사실을 알려주고 공판기일을 통지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수적(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공소장이 송달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어 확정된 1심판결과 병합되어 항소심에서 심리, 판결된 항소심 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를 뒷받침 하는 판결이며,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 확정된 경우에도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를 유추 적용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 (2) 소송 경제적 측면과 관련하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규정하고 있다.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피하고, 같은 절차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심리를 하는 재판부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차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규정 역시 이러한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소송 경제 도모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병합하여 징역 2년의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위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다음 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사건에 관한 원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의 심급 이익과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의의가 있으나, 기존 원심에서 행해진 증거조사의 결과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새로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한 뒤 기존의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는 것이 심리결과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익한 절차의 반복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대법원 및 파기된 원심 판결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은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론에 더더욱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출석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7조의 재심규정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방점을 두어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실체진실발견 및 이를 뒷받침 하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같은 결론을 가져오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체발견과 적법절차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두 가지 커다란 축이 서로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시송달
소송촉진특례법
재심
2016-02-23
조성훈
금지금을 이용한 사기사건의 올바른 처리
1. 변칙적인 금지금 거래의 일반적 형태 서울행정법원 2008.8.19. 선고 2006구합39864의 판결문을 인용한다. 가)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수출하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세율이 적용된다. 그리고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7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구매확인서에 의하여 공급하는 재화도 '수출하는 재화'에 포함되고, 금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공업자 등이 수출관련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지금 도매업자로부터 금지금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9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에 의하면, 금지금 도매업자 및 금지금 제련업자가 면세금지금 거래추천자의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금지금과 금세공업자 등이 면세금지금 수입추천자로부터 면세수입추천을 받아 수입하는 금지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영세율 또는 면세 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을 수입한 후 이를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시키다가 이른바 '폭탄업체'(경제적 능력이 없고 단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로서, 조세부담을 안고 폐업한다고 하여 '폭탄업체'라고 불린다)에 이르러 과세금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과세로 유통시키다가 수출하면서, '폭탄업체'는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수출업체는 납부되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폭탄영업'이 2002.경부터 특히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하였는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하에서 이루어진 '폭탄영업'의 형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외관상으로는 금지금이 '외국업체 → 수입업체 → 면세 도매업체 → … → 면세 도매업체 → 폭탄업체 → 과세 도매업체 → … → 과세 도매업체 → 수출업체 → 외국업체'의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그 거래대금은 수출업체에서부터 수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역방향으로 순차 지급되나, 특히 과세 도매업체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의 지시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할 뿐, 실제로 금지금의 거래나 운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⑵ '폭탄업체'는 금지금을 면세금으로 매입하여 과세금으로 판매한 다음, 단기간 내에 이익금을 전액 인출·은닉하고 폐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다. '폭탄업체'는 매입가액보다 낮은 공급가액으로 금지금을 판매하지만,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액을 더한 공급대가는 매입가액보다 높고,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대가와 매입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한편, '폭탄업체'가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는 그 이후 각 단계의 업체가 직전 단계 업체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전가되다가, 결국 수출업체가 금지금을 수출한 후 영세율의 적용에 따라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바, 그 환급액 중 '폭탄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한 부분이 '폭탄영업'에 의한 이익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그 이익은 '폭탄영업'에 관여한 국내업체들에게는 각 거래단계에서의 마진(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거나, '폭탄업체'의 이익금 중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관여업체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 마진(back 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고, '폭탄영업'에 관여한 외국업체에게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액(국내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게 된다) 형태로 분배된다. ⑶ '폭탄영업'에 있어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상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금지금을 유통시키는바,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관여업체들 사이의 분쟁이나 대금유실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① 대부분 동일한 전주(전주 : 폭탄영업망의 외부에서 최초에 금지금의 수입자금을 준비하는 자를 일컫는다)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② 전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신뢰하는 업체를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하도록 배치하며, ③ 전주가 각 거래단계마다 거래물량, 단가 및 마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④ 수입업체부터 수출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가 대부분 하루 또는 수일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⑤ 금지금 실물이 거래단계를 건너뛰어 수출업체로 곧바로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설령 각 거래단계마다 운송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운송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지금 도매업자 등 및 금세공업자 등에 대하여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납세담보제도가 신설되어(제106조의3 제11항) 2005.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2004년도에는 금지금 수입량 268톤, 수출량 233톤이었던 것이, 위 납세담보제도가 시행된 2005년도에는 수입량 56톤, 수출량 19톤으로 급감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폭탄업체는 조세포탈범이지만(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수출업체의 환급행위는 조세포탈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577 판결 등). 폭탄업체와 과세도매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정당한 세금계산서이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13466 판결 등) 과세도매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두22317 판결 등) 수출업체의 환급신청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3. 금지금 순환이 사업상의 거래인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사업상 공급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사업상 독립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12.26. 선고 84누629 판결). 금지금 순환은 조직적으로 수행되었다. 한 조직이 수행하거나, 실질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조직 간 금이 거래되는 외형을 만들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지금을 순환시킨 조직의 유일한 목표는 부정환급이다. 금지금 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없다. 오히려 운반 수출입 등의 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가 전혀 없었다. 타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조직 혼자 여러 명의상 사업자들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금지금만 오고간 것이다. 단지 국가에 사기 치기 위해 사업의 외형을 조작했을 뿐이다. 4. 올바른 처리 사업활동이 없었다. 사업활동이 없었으므로 부가가치세와는 무관하다. 금지금 순환 조직은 조세범이 아니다. 금지금 순환은 사업활동을 가장하여 조세 환급 명목으로 국가에 사기 친 사기행위일 뿐이다. 사기행위의 주된 실행행위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여 환급을 받아가는 행위이다. 폭탄업체 수입업체 기타 중간 거래업체들의 행위는 수출업체가 부정환급을 받아가도록 보조하는 행위이다. 이들 모든 행위가 조직적으로 행해졌으므로 조직 가담자 모두를 사기죄의 정범으로 처벌해야 했다. 사업활동으로 보지 않는 경우 범죄조직이 납부할 조세는 없지만, 범죄조직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는 사기 치는 수단이었으므로 추징대상으로서 범죄조직에 환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 결 위 인용된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범죄조직의 조직적 사기행위라는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이 외형으로만 만든 거래행위의 사업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물론 국세청과 검찰청이 조직적 사기행위로 고발·기소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법원의 오류가 용서될 수는 없다. 법원은 우리사회 최고이며 최후의 현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라도 공소장 변경 요구를 통해 악질적 범죄조직에 응분의 처벌을 가했어야 했다. 범죄조직의 가장 하부에 있는 폭탄업체만 조세범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모두를 범죄혐의에서 해방시킨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처리는 무능 자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청은 익숙한 자료상 처벌논리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자료상은 탈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자료상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 수요자들에게 가공거래사실을 만들어 준다. 자료상은 가공거래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즉 국세청 전산분석에서 (세금)계산서 불부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 (세금)계산서에 부합하는 자료상 자신의 세무신고를 한다. 자료상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자료상이 제공하는 탈세 서비스와 (세금)계산서에 표시된 거래내용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지금 사기조직 내에서의 가장거래는 대금과 금지금이 실제로 이전된다. 가장거래의 사업성을 인정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라 판단하였다. 이들 조직의 세금계산서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포탈범도 없고 환급도 정당하다. 결과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포탈범죄자로 판정되는 자를 찾다찾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체납범에 불과한 폭탄업체를 포탈범으로 만들었고, 수출업체로의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비상수단인 신의성실원칙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범죄 유형이 나타나면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차분하게 부가가치세법 적용의 기본전제인 사업성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면 범죄조직원 모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었고, 옹색한 환급거부논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2012-01-09
백형구 변호사(서울회)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1. 사실관계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부터 동일 오후 11시경까지 사이에 술에 취해 인천시 송림동 소재 포장주점에 찾아와 하등 이유 없이 동 주점 손님들에게 "이 새끼들 나를 몰라보느냐, 누구든지 싸움을 해보자"고 시비를 걸고 주먹과 드라이버로 술탁상을 마구 치는 등 약 6시간 동안 악의적으로 영업을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 제24호(불안감조성), 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으로 같은 달 21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구류 5일의 처분을 받았으며 위 즉결심판은 확정되었다. 위 즉결심판이 확정된 후 당시 그 주점에서 피고인과 시비를 벌인 피해자 박영춘이 사망하자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는 「피고인은 1988년 5월 20일 오후 5시경 에 인천시 송림동 소재 박윤봉 경영의 포장주점에서 술주정을 하던 중 그곳의 손임인 피해자 박영춘(남, 29세)과 시비를 벌여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위 포장주점 밖으로 끌고나와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복부 등을 수회 때리고 차 피해자로 하여금 그 이튿날 오후 7시 30분경 외상성 장간막 파열로 인한 출혈로 사망케 한 것이다」라는 범죄사실(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인천지방법원)이 형이 확정된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공소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자 검사가 위 면소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항소법원(서울고등법원)이 1심판결과 같은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검사는 위 항소기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를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과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 사실은 「동일한 피고인이 동일한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그 주점의 손님들에게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린 사실에 관한 것으로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즉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를 위반한 범죄사실과 그 주점안에 있던 피해자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서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동일사건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때의 면소판결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다. 3.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6조). 따라서 유죄의 즉결심판이 확정되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한다. 확정된 즉결심판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즉결심판의 대상인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 전부에 미친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가 여부가 문제해결의 열쇠에 해당한다. 4.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동일설, 죄질동일설, 구성요건공통설, 소인공통설, 사회적혐의동일설, 형벌관심동일설, 지도형상유사설, 종합평가설 등이 일본에서 대립되고 있으며 그 중 우리나라 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학설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지엽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로서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가 취하고 있는 견해이며 우리나라에서의 다수설이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신양균 등).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절도와 장물보관은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구성요건공통설은 비교되는 두 사실이 구성요건적으로 상당한 정도 부합되는 때에는 죄질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두 사실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견해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김기두, 정영석, 권오병).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수뢰죄의 범죄사실과 공갈죄의 범죄사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 각 범죄사실 사이에는 구성요건적 공통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견해는 타당한 학설이라고 할 수 없다. 소인공통설은 소인의 주요부분이 공통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로서 우리나라에서 이 학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강구진, 차용석).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소인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소인부정설) 소인의 개념을 전제로 한 소인공통설을 지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학설에 대해서는 문제를 가지고 문제에 답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백형구, 이재상, 임동규, 이은모). 소인이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즉 공소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상이하나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그 재물의 절취행위에 수반되는 범죄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운반행위·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不可罰的 事後行爲)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別個)의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1개의 범죄행위인 경우에 한해서 문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犯罪行爲同一說)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1) 공소사실의 동일성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피해가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양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술집에서 술에 취하여 소란을 피우고 그 술집에 있는 손님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6시간 동안 그 술집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사실과 그 술집에 있던 손님 박영춘에 대한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범죄의 피해자, 행위태양, 범행방법, 범죄의 결과 등이 전혀 다르므로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하더라도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위 양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양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업무방해)·제24호(불안감조성)·제25호(음주소란 등)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별개(別個)의 범죄사실이므로 양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한 이론구성이다. (2) 법원의 판결 대법원판례는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구류 5일)이 확정되었으며 그 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에 미치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해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과 상해치사의 범죄사실은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별개(別個)의 범죄사실로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2호·제24호·제25호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확정판결)의 일사부재리의 효력은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상해치사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본다. 상해치사죄 공소사실에 대한 면소판결과 유죄판결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2011-11-21
백형구 변호사(서울)
공소사실 동일성의 판단기준
1. 사실관계 검사는 피고인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항소심)의 공판기일에 위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04. 3.22. 22:00경 포천시 일동면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발로 피해자의 배와 가슴 부위를 수회 차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흉부좌상을 가하고, 계속하여 부엌 뒤에 있는 창고에서 위험한 물건인 전지가위를 가지고 와 거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들이대며 '너 오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것으로 범죄사실을 추가하고, 죄명 및 적용법조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283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원심법원(항소법원)은 공판기일에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2004. 3.22.자 상해의 접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점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각 선고하였다.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에 의하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중 상고법원(대법원)은 직권으로 원심의 유죄판결(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판결이유에서 '…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과 검사가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추가한 범죄사실은 범행장소와 피해자가 동일하고 시간적으로 밀접되어 있기는 하나 그 수단, 방법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다음 변경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판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하거나 허가결정을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원래 공소가 제기된 당초의 범죄사실을 대상으로 심리하여 판결을 했어야 함에도 당초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추가된 범죄사실에 대하여 심리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내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 2. 판례요지 대법원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즉, 당초에 공소제기된 범죄사실(2004. 3.22.자 상해의 범죄사실)과 그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2004. 3.22.자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이론구성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기본적사실동일설은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이며 일본 최고재판소판례도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3. 기본적사실동일설에 대한 비판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그 절도죄의 장물을 보관한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백형구). 절도죄와 장물보관죄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점에 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있다(이재상, 신동운, 송광섭, 진계호, 임동규, 신양균, 정웅석). 4. 범죄행위동일설의 지지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범죄행위동일설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기준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다(백형구). 범죄행위동일설에서의 범죄는 헌법 제13조 제1항의 범죄와 동일한 의미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동일한 범죄'에서의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유책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예컨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에 A의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가 수사 또는 심리의 결과에 따라 살인·강도살인·강도치사·강간살인·강간치사·상해치사·폭행치사·업무상과실치사·중과실치사·과실치사 등과 같이 다른 경우에도 그 각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은 B가 A의 행위에 의해서 사망하였다는 역사적·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사실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범죄행위동일설의 이론구성이다. 범죄행위동일설은 구성요건적 평가 이전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범죄행위의 동일 여부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기본적 입장을 같이 하고 있으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적사실동일설과 다르다. 두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것과 두 범죄사실의 범죄행위가 동일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기본적사실동일설의 이론적 약점이 해소된다.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장물보관죄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범죄의 일시·장소·방법·행위태양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동일인이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장물)을 운반·보관하는 일련의 행위는 사회적 의미에서 1개의 범죄행위이고 그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의 보관행위는 1개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절도죄가 성립하는 경우 장물보관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물의 절취행위와 그 재물(장물)의 보관행위 사이에는 범죄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범죄행위동일설에 의하면 절도죄의 범죄사실과 그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한 합리적 이론구성이 가능하나 기본적사실동일설에 의하면 그 합리적 이론구성이 불가능하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범죄사실 사이에 범죄사실(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것은 두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두 범죄사실이 별개의 범죄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에 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이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5. 판례평석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공소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 수소법원은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와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흉기 휴대 협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항소심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 그러나 상해의 범죄사실과 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두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 여부가 문제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상해의 범죄사실)과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범죄사실(흉기 휴대 협박의 범죄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별개의 범죄사실이기 때문에 공소사실(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론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범죄행위동일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9-12-21
1
2
3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