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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증여의제에서 주주명부의 요건 및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제출과 관련된 증여의제시기
-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두55049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2003년 12월 소외 회사의 주주로부터 B, C, D(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소외 회사 주식을 매수하고(이하 ‘이 사건 거래’), 소외 회사는 2004년 3월말 2003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세무서에 그 부속서류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4년 9월 원고들이 타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각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1심 및 원심 판결 소외 회사의 주주명부에 따라 명의수탁자들 앞으로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개정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을 적용하여 소외 회사가 2004년 3월 30일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 ① 주주명부란 주주 및 주권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장부로서 그 형식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나, 주주의 인적사항, 보유 주식의 수와 종류 등 상법 제352조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데, 소외 회사 임원의 컴퓨터에 보관된 ‘주식이동현황(주)○’ 파일(이하 ‘이 사건 문서’)은 소외 회사로부터 증여세 등의 신고ㆍ납부 업무를 위임받은 공인회계사가 업무의 수행을 위한 필요한 범위에서 주식이동현황을 정리한 문서로 보이며, 상법 제352조에 규정된 주주의 주소나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종류, 각 주식의 취득년월일이 누락되어 있으므로 상법상 주주명부라고 평가할 수 없고, ‘○회사 2004년 현금배당액 및 원천징수세액’이라는 전자문서 역시 그 기재내용이나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법상 주주명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주식의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은 원칙적으로 명의개서일인데, 이 사건과 같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할 경우 이 사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는 2003년 1월 1일부터 2003년 12월 31일까지의 주식 취득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 명의개서일을 2003년 연말로 볼 수 있을지언정 위 명세서가 제출된 2004년 3월 30일로 볼 수는 없다(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의 제출을 명의개서로 본다고 규정하지 않고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증여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04년 1월 1일 이전이므로 개정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미 완성된 사실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원심 판결문).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원심이 소외 회사가 주주명부의 작성ㆍ비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지 않고 주주명부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예비적 처분사유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고 보아 다음과 같이 심리미진으로 파기환송하였다. ① 소외 회사는 1990년 설립 후 여러 번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이미 일반 주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상법상 주식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가 신주인수권을 가진다는 뜻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본금변경에 따른 법인등기변경신청을 할 때에는 주주총회의사록과 주주명부를 첨부하여 공증을 받는 것이 통례인데, 일반 주주들이 존재한 소외 회사가 주주명부의 존재를 전제로 규정되어 있는 절차들을 밟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② 소외 회사가 2014년에 유상감자로 인한 자본금 감소의 변경등기를 하면서 유상감자 직후의 주주명부를 제출하였던 사실이 원심의 심리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그때에서야 주주명부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밝히지 못하고 있다. ③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주식거래 직후인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하였고, 현금배당에 따른 소득세 원천징수의무를 수행하면서 각 주주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한 서류를 매번 정확히 작성하였으며, ‘주식이동현황’문서를 작성ㆍ관리하면서 설립 이후부터 이 사건 주식거래에 이르기까지 각 주주의 주식 수, 취득연월일 등을 상세히 기록하여 왔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보면 소외 회사는 주주명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3. 평석 가. 비상장법인 주식 관련 명의신탁 증여의제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제소유자와 명의인이 달리 주주명부에 명의 개서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권을 발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주명부도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위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2003년 12월 30일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은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된 주주 등에 관한 서류 및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실제 소유자가 아닌 자의 명의가 등재되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즉 2003년까지는 ‘주주명부’에 명의개서가 되어야 명의신탁증여의제로 과세되고, 2004년 이후부터는 주주명부가 없더라도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 제출이 있으면 이에 의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다. 나. 상법상 ‘주주명부’의 요건 대상판결은 실제 주주명부의 존재를 이유로 파기함으로써 주주명부의 요건에 관하여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원심판결에서 논의된 소외 회사가 주주명, 주식수, 각 주식의 취득일, 지분율 등을 파일 형태로 기록한 이 사건 문서를 상법상 주주명부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해 주주명부의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주주명부 여부가 쟁점이 된 1심 판례는 “상법상 주주명부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주주명부의 내용이 법정사항을 포함함과 동시에 본점에 비치되어 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자유로운 열람 등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상태이고 이사가 주주명부의 작성 및 관리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5. 7. 3. 선고 2012구합3699 판결), 2심법원도 위 내용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일 것임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서울고등법원 2016. 12. 2. 선고 2015누1573 판결), 주주명부의 내용이 법정사항을 포함하고 대내외적으로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일 것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원심판결도 위 판결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문서는 주주의 주소나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종류 등이 누락되어 있어 상법상 주주명부라 평가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법정 기재사항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였다. 따라서 위 판례들에 비추어 보면, 주주명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ⅰ) 상법상 일정한 법정사항을 포함, ⅱ) 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자유로운 열람등사권의 보장, ⅲ) 이사가 주주명부의 작성 및 관리, ⅳ)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주주 및 주식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을 요구하는 등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다.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상 양도일과 명의신탁 증여의제 시기 대상판결의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나, 이 사건과 같이 주주명부가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여 주식양도에 따른 명의개서일을 특정할 수 없고, 세무서에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이 제출된 상태일 경우 증여의제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 문제된다. 실무상 과세관청은 주주 등에 관한 서류, 양도세 신고서 등에 의해 확인된 양도일에 명의개서가 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양도일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사업연도 중의 주식등변동명세서상 양도일을 증여시기로 보고 과세하여 왔다(기준 2015 법령해석재산-0042, 2015.5.7.). 한편 대상판결의 원심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에 의하여 명의개서 여부를 판정할 경우 그 명의개서일을 사업연도 말로 볼 수 있을지언정 그 제출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으나, 최근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7두32395 판결은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등에 주식 양도일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 주주명부에 명의개서가 이루어진 것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할 수는 없고,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주식의 변동사실이 외부에 분명하게 표시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 명세서 제출일을 증여의제일로 보아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하여, 대상판결의 원심 및 기존 실무관행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원심에서 ‘상법상 주주명부’가 갖추어야 할 요건임을 적시하였고, 과세관청이 주주명부가 존재한다는 간접사실을 밝힘으로써 납세자에게로 그 입증책임을 전환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편 종래 주주명부가 없을 경우 실무상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상에 양도일로 기재된 날을 증여의제일로 보았으나, 최근 대법원 판례가 위 명세서 제출일을 증여의제일로 봄에 따라 납세자의 자의에 의해 양도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바, 입법으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제출에 따른 증여의제시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경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증여세
주식증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이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11-13
전문직직무
법무법인에 대한 세무조정반지정거부처분의 위법성
- 대상판결: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 Ⅰ. 처음에-대법원 2016.4.28. 2015두3911판결에 따른 문제제기 최근 대법원은 법무법인 소속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사등록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4.28. 선고 2015두3911 판결). 이유인 즉, 법무법인 소속의 사유가 세무사법상의 세무사 등록의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고, 변호사법 제49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나 소속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판시하였다. 세무대리가 세무조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법무법인에 대한 조정반지정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판결요지 갑 법무법인이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 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65조의3에 근거한 세무조정반 지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지방국세청장이 법무법인은 조정반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반지정 거부처분을 한 사안에서,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 제9항, 제10항과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 제2항, 제4항(이하 '시행령 조항'이라고 한다)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2,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과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2, 제65조의3(이하 '시행규칙 조항'이라고 한다)이 정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이하 '외부세무조정제도'라고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서 법률에서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법률에서 적어도 적용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법인세법 제60조 제1항 및 제2항 제2호와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및 제4항 제3호 중 조정계산서 관련 부분(이하 '모법조항'이라고 한다)에서는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모법조항의 형식과 내용, 체계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모법조항의 수권을 받은 시행령에 정해질 내용은 세무조정계산서의 형식 및 실질적 내용 등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 주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행령 조항은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이므로, 위 처분은 무효인 시행령 조항 및 시행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Ⅲ. 사안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甲이 2000년경부터 매년 11월경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3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3항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할 것을 신청하여 乙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조정반 지정처분을 받아왔다. 乙지방국세청장이 2010.7.14.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2항 및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에는 법무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은 후, 기왕의 조정반 지정취소 통보를 하였고, 법무법인 甲이 2011.11.28.에 한 조정반지정신청에 대해서 거부처분을 하였다. Ⅳ. 당시의 입법상황 세법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외부세무조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대상판결 당시 강제적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 근거가 모법률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동법의 시행령(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제9항,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동법시행규칙상의 조정반지정제도를 통해 운용되고 있는데,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Ⅴ. 대상판결에 따른 후속입법상황 대상판결은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가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본질적 사항임을 들어 의회유보(법률유보)의 대상임을 확인하면서 모법률에 근거가 없는 입법상황에 의거하여 제정된 시행령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거부처분취소판결을 내렸다(참고문헌: 임지영, 법률유보와 위임입법의 한계,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제315차 월례발표회 발표문). 대상판결 이후 모법률의 차원에서(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등)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된 세무사,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만이 세무조정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2015.12.15.).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정대상은 종전과 동일하되(2명 이상의 세무사·(세무사등록)공인회계사·(세무사등록)변호사, 세무법인, 회계법인), 그 규율수준이 종래의 시행규칙의 차원에서 시행령의 차원으로 격상되었다(2016.2.12.). 이런 법률개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 18일에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 외부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대한변협신문 2016.3.14.). Ⅵ. 검토 1. 대상판결의 논증방법상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위임입법법리의 차원에서 사안을 접근했는데, 이런 논증에 의문이 든다. 세무사로 등록을 한 변호사는 조정반지정을 받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세무자자격을 가진 법무법인 소속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 제50조 제1항에 의해 항상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하위 법령(시행규칙)에서 법무법인이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조정반지정을 받을 수가 없다. 즉, 법무법인을 지정대상에서 제외한 - 지금과 동일한 - 당시의 조정반지정제도가 문제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관련성의 차원에서 논증하여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따른 조정반지정제도가 변호사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논증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의 원심(대구고등법원 2012.9.28. 선고 2012누1342 판결)이 오로지 위임입법의 차원에서 접근한 대상판결과는 달리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를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에 대비시켜 헌법상의 평등 원칙의 차원에서 그리고 직업수행의 자유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다. 2. 법령우위의 원칙에서의 접근 비록 현행 모법률(법인세법 등)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와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의 근거를 규율하고 있지만,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대상판결처럼 위임(수권)의 견지에서 모법률의 차원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직접적 근거를 두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현행법이 제도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런 접근은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법령우위의 원칙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에서 접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인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권의 침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2.9.19. 200헌바84). 결국 이런 합헌성기준을 참고하여 - 광범한 입법형성의 여지를 전제하면서- 현재의 입법상황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에 의한 정당화요청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세무조정
변호사
세무사
2016-07-25
학원수강료 조정명령 취소소송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수학과목을 교습하는 B학원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2010. 6. 4. 피고에게 반당 정원 12명을 기준으로 월 27만1614원의 수강료(분당수강료 223원)를 60만9000원으로(주 1회반), 121만8000원(주 2회반)으로 증액(분당수강료 500원)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2. 원고는 2010. 6. 24. 피고에게 학원수강료 인상이 전체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강사의 시간 할애가 많이 요구되는 반당 학생수 절반 수준으로 구성된 반'과 '고3 수능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표명서를 제출하였다. 3. 피고는 2010. 7. 14. 학원수강료조정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수강료 인상에 대해 심의한 결과 수강료 동결을 결정하였고, 2010. 7. 29. 원고에게 수강료 인상근거 미흡을 이유로 동결한다는 수강료조정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4. 원고는 2010. 10. 28.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처분의 근거 법률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2011. 7. 25. 법률 제10916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학원법'이라 한다) 제15조(수강료 등) ④ 교육감은 제2항에 따라 정한 학교교과교습학원 또는 교습소의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강료 등의 조정을 명할 수 있다. Ⅲ. 대상 판결의 결과 및 이유 1. 판결 결과 서울행정법원은 2011. 7. 21. 이 사건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2. 판결 이유 (1) 절차적 하자의 유무 이 사건 입장표명서 등의 내용은 수강료 증액 통보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통보대로 수강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되면 원고 스스로 물가상승률, 강사료인상분을 참작하여 수강료를 인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반당 정원 6명을 기준으로 수강료가 과다한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행정절차법 제27조의2 제출의견 반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실체적 하자의 유무 학원 수강료가 과다한지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국민소득수준, 물가수준(소비자물가, 생활물가, 교육물가 등), 우리나라 전체의 사교육현황 및 해당 교육청 관내의 사교육 현황 등 일반적인 요소뿐 아니라 학원의 종류·규모 및 시설수준, 교습내용과 그 수준, 교습시간, 학습자의 정원, 강사료·임대료 등 기타 운영비용, 해당 교육청 관내의 학원 현황 및 수강료 징수실태 등 각 학원의 개별적 요소를 포함한 학원의 수강료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조사·검토하여 산출되는 적정 수강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학원 수강료의 가격수준이 앞서 든 요소들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너무 높아서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정도'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수강료조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원고는 분당수강료를 2배 이상 대폭 증액하겠다고 통보하였으나 학원 시설수준 개선, 강사 교체 등 조치를 예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② 2008년도, 2009년도 물가상승률이 5%에 못 미치므로 시설운영비용, 강사료 등 급여비용에서 통상적 정도를 넘는 급격한 인상요인이 없는 점, ③ 분당수강료 500원은 인근 다른 수학보습학원의 분당수강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고 높은 수준의 수강료를 받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④ 원고는 기존 수강료를 받고도 2008년, 2009년의 경우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두었던 점, ⑤ 영업이익과 학원장의 인건비가 매우 높은 수준인 점, ⑥ 기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국민소득수준, 사교육현황, B학원의 종류·규모 및 시설수준, 교습내용과 그 수준 등 수강료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원고가 통보한 수강료는 사회통념상 그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서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정도라고 판단된다. Ⅳ. 평석 1. 학원법 제15조 제4항의 입법취지 및 법적 성격 (1) 입법취지 서울행정법원은 2010. 4. 29. 선고 2009구합55195 판결에서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규정한 학원 수강료 조정명령 제도는 적정한 수강료의 범위를 벗어난 과다한 수강료를 조정하여 지나친 사교육비 징수로 인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이 되도록 균등한 정도의 사교육을 받도록 함과 아울러 국가적으로도 비정상적인 교육투자로 인한 인적·물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2) 법적 성격 법원은 "수강료조정명령은 교습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행정청인 피고가 사인인 원고들과 학생들 사이에 자유롭게 체결되는 교습계약에 개입하여 그 계약내용인 수강료를 변경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고, 그에 위반할 경우 벌점부과, 교습정지, 등록말소 등의 제재 처분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고, 학원법 제15조 제4항을 원고들이 운영하는 이 사건 각 학원의 수업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집행한 결과물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보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등 다수). 서울행정법원은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에서 "수강료 조정명령은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폐해의 방지라는 공익을 위하여 해당 학원설립자 등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의 영업권 및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2. 절차적 하자 부분 판단에 대하여 (1) 대법원은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의한 수강료등 조정명령은 학원운영자 등이 '이미 정하여 통보한' 수강료등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두22542 판결). (2) 대상사건에서의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한 검토 피고는 '수강료통보서'를 대상으로 학원법 제15조 제4항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반당 정원 12명을 기준으로 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수강료통보서를 제출한 후 제출한 입장표명서 등은 이 사건 처분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학원 스스로 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위 대법원 2010두22542 판결에 비추어 절차적 하자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3.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대한 해석 검토 (1) 서울행정법원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2009. 7. 23. 선고 2009구합3248 판결에서 "학원설립자 등이 정한 수강료 등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위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고 보아 쉽게 조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이므로 선행처분인 수강료조정명령과 후행처분인 영업정지처분의 관계,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어야 하나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은 채 수강료조정명령이 절차상·실체상 위법하면 영업정지처분이 당연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10. 10. 7. 선고 2010구합13654 판결, 2011. 3. 31. 선고 2010구합45484 판결, 2011. 4. 7. 선고 2010구합43266 판결도 '과다하다'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석하였다. (2) 서울행정법원 2010. 4. 29. 선고 2009구합55195 판결, 2011. 4. 7. 선고 2011구합2507 판결, 2011. 6. 30. 선고 2010구합43150 판결 등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라고 함은 적정한 수강료에 비하여 해당 학원의 수강료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다는 의미로 해석" 한다. 학원측이 교육원가계산서 등 서류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에도 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입증이 이뤄지지 못하여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3) 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판결 학원법 제15조 제4항 '과다하다'의 의미를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경우'로 보고 수강료를 결정하는 '객관적 요소'뿐 아니라 '주관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4) 서울행정법원 2011. 5. 13. 선고 2010구합43167 판결, 2011. 5. 19. 선고 2010구합42904 판결, 2011. 5. 19. 선고 2010구합43174 판결 등 학원법 제15조 제4항은 문언해석상 '지나치게 많다'고 보면서 피고의 주장·입증을 통해 '과다하다'고 인정될 여지를 인정했다. 투입비용 대비 수강료가 많은 점, 유사 학원에 비해 수강료가 많은 점, 투입비용 변경 정도 대비 수강료 인상폭이 큰 점, 이윤이 지나친 점 등을 처분청이 주장·입증하면 '과다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 (5) 비판 및 소결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단지 '과다하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에 반하고 동 조항의 운용 여지를 지나치게 좁힌다. 이는 행정청에게 판단여지를 부여한 입법취지에 맞지 않고 행정판단을 사법판단으로 대치하는 문제가 있다. 학원들이 교육원가산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유리한 자료만 제출하는 것이 현실인데, 피고측에게 학원수강료가 과다하다는 증명을 엄격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수강료인상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매우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에도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11. 3. 24. 선고 2010구합26506 판결과 같이 객관적·주관적 요소모두를 고려하게 되면, 행정청의 입증에 대한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매 수강료조정명령마다 개별학원 수강생의 만족도를 설문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행정청에 교육원가의 주관적 요소에 대한 입증까지 지우는 것은 사실상 입증곤란으로 인한 패소를 면치 못하게 한다. 강사의 강의수준, 수강생의 학업수준, 수강생과 학무모의 만족도 등 주관적 요소는 계량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는 당해 처분청이 이를 주장·입증하여야 하는 원칙으로 돌아가 학원법 제15조 제4항 '과다하다'에 관하여 피고가 객관적 자료를 통한 주장·입증을 하는 데 성공하면 수강료조정명령이 적법하다고 보는 해석이 타당하다. 4. 대상 판결의 의의와 전망 전국적으로 수십 건의 유사소송이 계속 중이다. 2010. 7. 총 111개 학원이 서울특별시강남교육청에 대해 수강료인상을 통보한 사실이 있고 그 중 수십 개 학원들이 소송을 제기하였다.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서 '과다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해석상 문제가 발생된다. 2011. 7. 25. 법률 제10916호로 학원법이 개정될 때 동 조항은 개정되지 않았다. 입법적 해결은 논외로 하고 동 조항을 적용하는 교육당국은 조속히 '적정수강료산출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정수강료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적정수강료산출시스템의 도입·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의 충분한 조력을 받아 구체적 자료와 근거를 들어 수강료조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수강료조정명령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대법원 판례를 통해 학원법 제15조 제4항에 관한 하급심 혼란스러운 해석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2011-10-10
회생채권의 출자전환과 채무의 소멸범위
Ⅰ. 사실의 개요 원고는 1997. 12.8. 소외 D주식회사(이하 'D보증인회사'라 한다)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회사와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행한 약속어음 3장을 취득하였다. 피고회사는 2007. 1.9.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회합16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7. 10.16.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은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한편 D보증인회사는 2000. 11.24.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2001. 6.12. 같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으며, 그 후 2008. 3.28.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D보증인회사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2006. 6.1. 채권 25,000주 당 액면 5,000원인 보통주 1주를 배정받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D보증인회사의 주식 610,000주를 받았다. 원고는 2007. 2.21.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면서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을 변제충당하는 등 채권액을 산출하여 합계 141,575,146,693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의 관리인은 D보증인회사의 정리절차에서 출자전환 받은 D보증인회사 주식 610,000주를 1주당 그 신주효력발생일인 2006. 6.1. 시가 72,000원으로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을 채권소멸액으로 보는 등 원고의 회생채권액을 94,478,131,615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65,683,348원을 회생담보권으로 나머지 94,412,448,267원을 회생채권으로 각 시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회사의 관리인을 상대로 이 법원 2007회확55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여, 'D보증인회사'의 회생계획에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출자전환 주식 1주당 25,000원의 채권이 그 효력발생일에 소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출자전환을 받음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생채권액은 15,250,000,000원(= 25,000원×610,000주)에 불과하다며 관리인이 평가한 43,920,000,000원(= 72,000원×610,000주)과의 차액 상당액인 28,670,000,000원의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였으나, 담당 재판부는 2007. 8.10. "보증인에 대한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한 신주의 시가 상당액만큼 그 채무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주채무도 그만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회사정리법(2005. 3.31. 법률 7428호 채무자회생법의 제정으로 폐지된 것) 제240조 제2항은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가 정리회사인 때에는 그 보증한 보증인이, 보증인이 정리회사인 때에는 주채무자가 정리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II. 대상판결의 분석 회생계획에서 주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는 물론이고, 주채무에 관한 권리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권리변경의 효력은 채무자회사의 보증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된 회생채권에 대하여 실제로 돈이 지급되는 변제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는 그만큼 보증채무가 소멸될 것이다. 그렇다면, 회생채권자가 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무자회사 발행의 신주를 인수한 경우, i) 회생채권자가 실질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 주채무의 감면으로 보아야 하는지, ii) 아니면 회생채권자가 돈으로 변제를 받은 것과 같이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관점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 여부 및 소멸된다면 그 소멸되는 범위에 관한 논의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 주채무자인 정리회사의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들로서는 회생채권자에 대하여 위 변제된 금액의 공제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2003. 8. 22. 선고 2001다64073 판결, 2003. 1.10. 선고 2002다12703·12710 판결 등)"라고 판시함으로써,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교부된 신주에 의하여 회생채권자가 변제와 같은 실질적인 만족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및 그 만족의 정도에 따라 보증채무의 소멸범위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은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 1주당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 관한 것으로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정리계획에서의 1주당 변제액을 초과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한다.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의 법리를 정리하면 ① 보증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 즉 '신주의 발행가액'(= 1주당 발행가액×발행주식수)로 보아야 하고, ② 이로 인하여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 시가 상당액을, ii) 위 시가가 신주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상당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법리는 주채무자의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와 그로 인하여 소멸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한 논의에서도 그 결론을 같이 할 것으로 판단된다. IV.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비추어보면, D보증인회사가 2001. 6.12.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음에도 출자전환이 2006. 6.1.에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아마도 회생계획안에서 출자전환의 시기를 2006년으로 미루어둔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로 인하여 회생계획안 인가시의 발행가액과 출자전환시의 시가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것인데,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위험은 회생계획안의 의결에 직접 참여한 회생채권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회생채권자가 신주발행에 의한 출자전환을 정한 회생계획을 의결할 당시 이미 채무자회사의 회생과 신주발행에 의한 득실을 고려하였을 것이므로, 회생채권자가 그 의결에 따른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대물변제 약정을 하면서 이행기를 위 약정시기 이후의 특정 시점으로 정할 경우, 채권자로 하여금 그 대물의 가액이 상승 또는 하락함에 따라 발생되는 위험을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정리계획에서 출자전환으로 정리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정리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찬성한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과 달리,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10,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즉, 회생채권자가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면), 회생채권자(원고)의 주채무자(피고)에 대한 채권액은 원래의 채권액에서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25,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된다고 보아야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대법원 판결 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설시에 따르면, 원고의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액은 D보증인회사 발행의 신주 1주당 10,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 된다. (3) 그렇다면 결국 회생채권자는,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와 회생계획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주식가액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하면서도, 주식가액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설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필자의 견해로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위와 같은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와 보증채무자(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 중 누구를 더욱 보호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제자력의 궁핍으로 인한 파산이나 회생 등의 절차야말로 보증의 본래 목적이 기능해야 할 전형적 상황이라 할 수 있고, 회생계획에 의한 권리의 감축 변경으로 인한 채권자의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제2항에서는 채무의 일부 감면 또는 책임의 감면이 행해지는 경우에도 보증인이나 물상보증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어 부종성 원칙을 수정·완화하고 있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채무자회사의 갱생을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지만 가급적 그 희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감면의 효력이 보증인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정책적인 고려의 산물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상판결 역시 이와 같은 고려에 따라 회생채권자를 보증인(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채무자)보다 더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판시를 한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실무상 관리인이 발행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그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론적으로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신주의 발행가액이 그 실질가치에 따라 정하여지는지는 의문이고, 오히려 신주의 발행가액은 그 실질가치보다 훨씬 고가의 금액으로 정하여 발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는 상황이라면 회생채권자가 출자전환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발행가액 산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회생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시킬 경우, 이는 회생계획안을 결의할 당시의 회생채권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V. 결 어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회생계획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하였는데,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 신주의 시가가 회생계획안에서 정한 발행가액을 초과할 경우, 소멸되는 주채무의 범위는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하여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액수를 한도로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권액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0-08-09
변호사법 제28조의2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청구인 등은 각 변호사법 제7조에 의하여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마친 자로서, 현재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인 선임서를 법원 등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에 사전에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2007. 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된 변호사법 제28조의2는 그에 덧붙여 변호사·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 및 법무조합의 경우 매년 1월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하였고,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에는 변호사법상 징계 처분 및 과태료 처분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변호사의 영업상 비밀과 같은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지방변호사회와 같은 제3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변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심판대상 조항 구 변호사법(2007. 3.29. 법률 제8321호로 개정되고 2008. 3. 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의2(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의 보고) 변호사·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 및 법무조합은 매년 1월 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Ⅲ.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1. 변호사 지위의 특수성 및 변호사와 지방변호사회와의 관계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여(동법 제1조) 변호사의 사명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나아가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2조) 그 직무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변호사의 자격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 판사나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엄격히 제한하고(동법 제4조), 나아가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품위유지의무(동법 제24조), 회칙준수의무(동법 제25조)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함은 물론, 일정한 경우의 수임제한(동법 제31조), 겸직제한(동법 제38조) 등의 통제를 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징계처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동법 제91조), 우리 사회는 변호사에게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영업의 자유 침해 여부 변호사라는 직업에 내재된 공공성과 윤리성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납세와 관련하여 빈번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변호사 업계의 상황을 감안하여 수임 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에 대한 감독, 확인의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변호사의 투명한 납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략)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추구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과 사익간의 균형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평등권 침해 여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자로서 우리 사회는 변호사들에게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 또한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으로 부과되는 벌칙은 형사벌이 아닌 과태료에 그친다는 점 및 법무사의 경우에도 그러한 의무의 위반시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고 징계의 종류에는 과태료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법무사법 제48조, 법무사규칙 제49조) 등을 감안한다면,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무가 부과되고 또한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변호사들에게 다른 유사 전문직보다 다소 무거운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취급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두고 자의적인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4.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 여부 공적인 영역의 활동은 다른 기본권에 의한 보호는 별론으로 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내지 직업적 활동은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하여 다수 주체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다른 어느 직업적 활동보다도 강한 공공성을 내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변호사의 업무와 관련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이 변호사의 내밀한 개인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Ⅳ. 평석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9일 변호사에게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변호사법 제28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재판관 다수의견의 논지는 지방변호사회는 공적 성격을 가지는 점,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감독을 받는 점, 여타 전문직의 경우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소속협회의 내부규정을 통하여 자체적으로 이를 해 오고 있었던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지방변호사회에 수임 사건의 건수는 보고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법률조항이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헌법상의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 원칙을 도외시한 문제점이 있다. 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재판관 4인의 의견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변호사법 제28조의2와 같은 수단을 선택하지 아니하고도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예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고도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하여 불이행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므로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변호사는 이미 과세관청에 매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수입금액명세서를 함께 제출하고, 그 명세서에는 수임사건과 수임액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적시하고 있으므로 과세관청은 이를 통하여 변호사의 수임관련 내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과세관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고된 수임관련 자료를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다시 제출받고 있고, 그 내용은 결국 변호사가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과세관청에 제출하는 수입금액명세서의 내용과 중복된다. 즉 과세관청은 동일한 자료를 두 번 제출받는 셈이 된다. 이 법률 조항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국가가 확보하였고, 이미 그 수단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동일한 대상에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며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하여 불이행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하는 완벽한 예일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지방변호사회의 공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보고된 수임내역을 토대로 소속 회원들을 감독할 수 있다고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로부터 보고받은 수임관련 자료를 단지 과세관청에 전달해주는 사실상의 중개적 역할에 그치는 것을 간과하였다. 국가가 단지 자신의 과세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미 신고 받은 수임내역과 동일한 내용의 것을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방변호사회를 과세관청의 업무진행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인 규율이라고 판단한 반대의견에 동의한다. 한편 세무사·관세사·공인회계사와 같은 유사전문직의 경우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구체적 수임건수 및 수임액을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내부규정을 통하여 회원들에게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을 보고하도록 하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고, 과세관청은 자신에게 신고된 수입내역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소속 협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는 것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는 어떠한 법적인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방변호사회에 대해서만 변호사법에 명문의 규정을 두어 불이행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 이념인 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변호사의 공적인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의뢰인과 수임계약을 체결하여 보수를 받는 측면에서 본 변호사의 사경제 주체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도외시하였다. 변호사로서의 직업 활동은 공·사적인 성격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심사기준이나 법익형량의 영역에 차이를 두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사적인 성격의 부분은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기본권으로서의 보호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상당하다. 변호사법 제28조의2는 이미 과세관청이 확보한 자료와 중복되고 새로운 정보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헌법상 필요한 부분을 넘어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사생활의 비밀에 포함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다수의견의 논지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장차 재판관 스스로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변호사 직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법리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9-11-16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구 외감법 상 ‘회계처리기준’이 구성요건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7474판결(이하 ‘대상 판결’)에서 피고인은 2002. 3. 경과 2003. 3. 경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03. 12. 11. 법률 제6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의 “「會計處理基準」에 위반하여 허위의 財務諸表·聯結財務諸表 또는 結合財務諸表를 작성·公示한 때” 등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기소되었고, 이는 유죄로 인정되었다. 2. 상고이유 피고인은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 제13조의 규정이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함으로써, 헌법 제75조 및 제95조에서 정한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 났으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었고,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상고이유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의 판단 우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에 관하여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기준’은 입법자의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외감법 제13조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한 것을 가리켜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입법의 위임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해서, “외감법의 입법연혁이나 제1조와 제13조 제2항, 제5항 등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자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그 구체적 정립을 위임한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의 대강은, ‘재무제표 등 재무상의 자료를 처리함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승인된 회계원칙’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보이고, 여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또한 이를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1) 문제의 소재 필자는 대상 판결은 구 외감법(1998. 2. 24. 법률 제5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 및 구 외감법(2000. 1. 12. 법률 제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내렸던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0 결정과 비교하여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위 각 제20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은 우선 조문 체계상으로도 대상 판결에서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배되는 위헌 규정인지 여부를 판단했던 위 제20조 제1항 제8호의 규정과 같은 조문에 위치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규범의 수범자들이 결국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회계담당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 및 그 소속 공인회계사 등으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위 헌재 결정에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회계감사기준’은 대상 판결에서 쟁점이 되었던 ‘회계처리기준’과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기관의 통합 전에는 증권관리위원회)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정립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위 헌재 결정에서의 위헌심판제청인 및 대상 판결에서의 피고인이 각 해당 조문들이 모두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죄형법정주의의 위배 여부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2)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의 의의 및 양자의 관계 위 헌재 결정과 대상 판결을 비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평석에 앞서 우선 대상 판결 및 헌재 결정에서 다루고 있는 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의 의의 및 양자의 관계를 살펴 보기로 한다. 회계처리기준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는 것으로(현행 외감법 제13조 제1항), 기업회계와 감사인의 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2항), 회사는 이러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또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러한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업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민간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같은 조 제4항),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업무를 한국 회계연구원에 위탁하고 있다(현행 외감법시행령 제7조의 2 제1항). 한국회계연구원은 이에 따라 회계처리기준을 제정하고 있다(기업회계기준 제1조의 2, 제1조의 3). 기업회계기준을 통하여재무회계는 회계정보의 이용자가 기업실체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재무상의 자료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에 따라 처리하여 유용하고 적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기업회계기준 제2조). 회계감사기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되,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외감법 제5조 제2항). 회계감사기준은 외감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하여 감사인이 감사대상회사의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기업집단결합재무제표를 포함한다)를 감사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리와 주요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회계감사기준 제정안 전문 100. 총칙 1. 목적)으로서, 감사란 “감사대상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및 기타 재무정보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재무제표의 이용자가 회사에 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위 전문 100. 총칙 3. 감사의 목적). 결국 회계처리기준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실체에 부합하게 재무제표에 기술하기 위하여 따라야 하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회계감사기준이란 기업의 재무제표가 그러한 회계처리기준에 맞추어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절차에 관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대상 판결과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0 결정의 비교 비록 대법원이 대상 판결 이유에서 위 헌재 결정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위 헌재결정과 유사한 성격의 조문을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반면에, 대상 판결이 그 결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들고 있는 구체적인 입론들을 살펴 보면, 흥미롭게도 위 헌재 결정에서는 모두 배척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대상 판결은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기준’은 입법자의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외감법 제13조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한 것을 가리켜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증권관리위원회 혹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하여 정하여지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을 뿐”인 회계감사기준에 대하여서 이는 “결국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도 전적으로 위 위원회들의 판단에 따라 정하여지고 또한 수시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 되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대강 혹은 기본적 사항이 규율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상 판결이 “여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또한 이를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 것에 반하여, 위 헌재 결정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주된 수범자가 회계분야의 전문가로서 자격을 가진 공인회계사들이며 회계원칙을 숙지하고 있는 이들이 일반인들보다는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전제로서의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회계감사기준상 사용되고 있는 제반 일반적, 추상적 개념들을 수범자가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혹은 광범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폭넓은 재량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회계전문가에게 있어서도 그 기재의 범위가 반드시 명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여서 규범의 수범자들이 해당 기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물론 공인회계사들이나 기업의 회계업무 담당자들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위 헌재 결정 및 대상 판결에서 각각 문제된 회계처리기준이나 감사기준이라는 것이 그러한 전문가로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임은 분명하나 그러한 각 기준들을 잘못 적용한 것으로 말미암아 징계 등 내부적 제재를 받는 것이나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론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는 적어도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위 각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 개념이 판례 등에 의하여 확립된 허위기재에 이르는 정도의 적극적인 위반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대상 판결에서도 위 헌재 결정에서와 같이 설시하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5. 결 론 결국 대상 판결은 위 헌재 결정과 같은 법률(구 외감법)에 있는 거의 유사한 구조(규범의 수범자, 각각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기준이라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하여 제정되는 기준)의 조항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고, 그 결론에 있어서도, ‘허위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는 헌재 결정과 같은 맥락이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위 헌재 결정에서 배척하였던 부분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고 있는 셈이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앞에서도 보았듯이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은 결국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따져 보는 기준이 되는 것이 회계감사기준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각각 민간 기구가 제정하도록 위임된 사항을 금융감독위원회가 승인 내지는 감독을 통하여 통제하도록 되어 있는 규범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양자의 법률적 성격이나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가치평가 등은 전체적인 틀 속에서 통일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의 각각의 상대적 역할과 상호 간의 관계를 인식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물론 대법원이 비록 유사한 성격의 조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의 이유에 나와 있는 내용에 구속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필자가 대상 판결의 상고 이유서 등 다른 자료를 전혀 입수하지 못한 채 (즉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이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로) 판례공보에 실린 대상 판결의 내용만 보고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 적어도 대상 판결이 그 판결 이유에서 같은 법률, 같은 조항의 다른 호에 있는 처벌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 그 조항과 대상 판결에서 문제된 조항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자의 기우이겠으나, 향후 대상 판결이 실은 ‘허위의…작성ㆍ공시’라는 뚜렷하게 식별가능한 구성요건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지극히 타당한 판단임에도 그 구체적 의미가 제대로 음미되지 않은 채 ‘행정입법의 필요성’이라든지 “규범의 수범자가 규범에 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지위에 있었다”는 대상 판결에서의 일반, 추상론적인 설시들만이 혹여 다른 사건들에서 구성요건이 뚜렷하지 않은 무분별한 행정입법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약화하는 근거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도록 경계돼야 하리라고 본다.
2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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